20251130(토)-육아휴직 127일차(선택의 중요성)
전날 지인을 만나고, 밤 12시쯤에 집에 들어왔다. 배가 아파서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딴짓을 하니 새벽 1시가 넘었다. 비몽사몽이다. 내일은 토요일이니, 푹 자야지. 토요일 아침이다. 갑자기 아내가 내 옆으로 다가왔다. (침대에서 막내까지 3명이 함께 못 자서, 한 명은 방바닥에 자고 있다)
"오늘 양양 갈까?"
"어?"
'여행'가지는 말에 정신이 번뜩 들었다. 이 짧은 상황에 선택을 잘 해야 한다. 이 선택에 따라 오늘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가 정해진다. 이번 주에 못 한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에 할 예정이었다. 참고로 혼자만의 계획이다.
"그래. 가고 싶으면 가야지."
사실 내 마음은 반반이었다. 아니 집에서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컸을지도 모르겠다. 선택했다. 함께 강원도 급 여행을 말이다. 아침 8시에 일어나서 대충 준비하고, 출발하니 9시 30분이다. 단풍여행 철이 끝나서, 서울~양양 고속도로가 한산했다. 난 이미 운전대를 잡고, 고속도로에 올라탔다. 오늘따라 강원도 가는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기분 탓인가. 사실 200킬로에 약 2시간이 넘으니, 멀긴하다.
오늘의 행선지는 1. 강릉중앙시장 2. 시장 내 달 떡볶이 3. 양양 낙산해수욕장. 보통은 낙산해수욕장에 주차하고, 트렁크를 열어 '바다멍'을 하고 온다. 오늘은 양양 아래인 강릉중앙시장 구경 후 양양으로 올라올 계획이다.
12시쯤 강릉중앙시장에 도착했다. 시장 내 공영주차장은 1시간 무료이고, 나머지 시간은 요금을 낸다. 우리는 유료 주차장과 조금 떨어진 곳에 주차하고, 겨울바람을 맞으며 걸어갔다. 날씨가 그리 춥지 않다. 예전에 왔던 기억을 더듬어서 시장 정문에 있는 떡볶이집을 찾았다. 맛집을 찾아다니지는 않지만 몇 년 전에 이 떡볶이집에서 먹었던 떡볶이가 맛있던 기억이 났다. 특히 쌀떡이 찰져서 맛있었다. 우리는 2인 세트 18,000원을 시켜서 배불리 먹었다. 함께 온 막내도 매운 떡볶이를 맛있게 먹었다.
아내는 시장 내 맛집에서 아이들 줄 음식을 사러 갔다. 나와 막내는 시장과 연결되어 있는 월화교를 걸었다. 막내는 유모차를 탔다가 내려서 다라 위를 힘차게 뛰어간다. 다리 건너편에 옛날 집이 있다며 단숨에 뛰어간다. 나는 막내 덕분에 강제로 달리기를 했다.
'고맙다. 아들. 운동하지 않은 아빠를 위해서 운동도 시켜주고."
다리 건너편에 있던 옛날 집은 월화정이라는 정자였다. 정자 밑에 노란색 큰 물고기가 조각상이 있다. 전에 왔을 때는 월화교에 별 관심이 없었다. 이번에는 월화교와 월화정이 궁금해졌다. 연화부인과 무월랑의 설화가 깃들어 있는 연못 구지에 있는 누각이라고 한다. 지역의 이름에는 아름다운 유래가 있구나. 내가 살고 있는 하남도 이렇게 아름다운 유래가 있을 텐데. 궁금해진다.
[정의] 연화부인(蓮花夫人)과 무월랑(無月郞)의 설화가 깃들어 있는 연못 구지(舊址)에 있는 누각.
[개설] 신라 진평왕(眞平王) 때 강릉에서 벼슬을 하던 무월랑은 연화(蓮花)라는 아가씨를 만났다. 두 사람은 보자마자 사랑에 빠졌다. 무월랑이 임기를 마치고 돌아갈 때 연화 아가씨를 보고 말하기를 “만일 그대와 전생에 인연이 있다면 부부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남대천 부근의 연화의 집 북쪽에는 깊은 연못이 있었다. 연화는 늘 연못에서 물고기에게 먹이를 주곤 하였는데 그중 신통하게 생긴 고기 한 쌍이 물 위에서 놀고 있었다. 이 때 연화의 부모는 딸을 다른 곳에 혼인 시키고자 마음먹고 있었다. 그러자 연화는 그 물고기에게 편지를 써서 주며 무월랑에게 전해줄 것을 부탁하였다. 물고기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물속으로 들어갔다. 드디어 3일 동안 연못에 나타나지 않던 물고기는 동해를 헤엄쳐 신라 무월랑이 낚시를 하던 곳에 도착하였다. 무월랑이 신기하게 생긴 물고기를 잡자 물고기는 편지를 토해냈다. 무월랑은 즉시 답장을 써서 물고기에게 주었다. 후에 무월랑은 연화 아가씨를 맞아들여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또 말하기를 연화의 본 집은 지금의 남대천 남쪽 별연사(別淵寺)였다고 한다. 신라 때 명주에 연화사(蓮花寺)를 처음 지었다고 하였다. 김주원이 부득이 명주군왕에 오르면서 말하기를 “명주는 나의 어머니의 본향(本鄕)이라 하고 하천 북쪽마을 사람들을 함께 거느리고 돌아와 이곳 영주(領主)가 되었다.”고 하니 이로써 명주가 김주원 어머니의 본향임을 알 수 있다.
[명칭유래] 연화부인과 관련된 설화로 인하여 연화정(蓮花亭)이라는 명칭이 유래되었다. 예전에는 명주각(溟州閣)이라고도 하였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막내와 월화정에 잠깐 올라갔다. 나무 바닥이 오래되어서, 위험해 보였다. 우리는 내려와서 노란색 큰 물고기, '이 물고기가 연화부인의 편지를 삼켜서 통해를 헤엄쳐 신라 무월랑이 낚시하는 곳까지 올라간 물고기이구나.' 거기서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글을 쓰다 보니 연결이 된다.
양지바른 곳에 할머니가 오후 햇살을 맞으며 앉아 계신다. 할머니가 부러워졌다. 부티 나는 옷을 입고 계신 것도 아닌데 햇빛을 세는 할머니가 세상 그 어떤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다.
'명당에 앉으셨네. 나도 한 번 앉고 싶은데. 나는 뭐가 바쁜지 여유롭게 햇빛을 맞을 여유도 없구먼'
부러우면 지는 거다. 이미 나는 할머니한테 졌다. 할머니가 앉아있던 명당에 앉아 보지 못하고, 우리는 양영 낙산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잠시 오죽헌에서 옛날 집과 신사임당, 율곡 이이 선생님을 만나기도 했다. 이 모자는 세계 최초로 화폐에 초상화가 나온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유명한 사람들이다.
해가 지는 시간이 오후 5시 6분이다. 50분 가까이 속도를 내어서 낙산에 도착했지만 해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반달이 우리를 맞이했다. 오랜만에 차박 텐트 용품을 설치하고, 의자를 평평하게 만들었다. 잠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나는 차에서 잘 못 자는데, 아내의 말로는 코를 골면서 잠을 잤다고 했다. 아닌데. 막내는 이미 낮잠을 자서, 잠이 안 오는지 계속 부스럭 거린다. 춥다. 근처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해변을 걸었다.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자꾸 막내가 땡깡을 부린다.
'정말 분위기 파악을 못 하는구먼.'
다시 집으로 출발. 집에 도착하니 밤 10시 30분이다. 우리의 급 강릉, 양양 여행은 마무리가 되었다. 나의 희생으로 아내가 행복했다면 다행이다. 다음에 또 가자고 하면 어떡하지? 사실 나는 즉흥적인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아내가 가자면 뭐 가야지.
기분 좋게 집에 돌아왔지만 쌍둥이가 서로 티격태격한다. 나는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느냐 행복했던 마음이 조금 작아졌다. 종일 행복하긴 어려운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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