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육아휴직 일기

20251223(화)-육아휴직 151일차(형~ 독감)

by 치치

어제 오전에 직원 할아버지의 장례식에 갔다 왔다. 오후 2시쯤 도착해서, 아침에 못 한 일을 하려고 했다. 30분 낮잠을 자고, 책상에 앉으려는데, 솔에게 전화가 왔다.


"아빠, 머리가 아파요. 몸살 같아요."

"아침에 괜찮았잖아? 언제부터 아픈 거야?"

"네. 학교에서 점심 먹고, 기운이 없었어요."

"우선 지하철 타고, 병원으로 와."


카톡으로 이비인후과 위치를 공유했다. 늘 가던 병원이라, 잘 찾아올 줄 알았다. 시간이 다 되었는데, 솔이가 도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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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니?"

"저 5층이요."

"그래. 여기 4층인데.

"그래요. 연세미사 이비인후과 아니에요?"

"이안 이비인후과인데."

"제가 반대 건물로 갔나 봐요."


아이가 진짜 아픈가 보다. 5분 뒤 병원에 도착했다. 사람들이 많다. 미리 예약했지만 30분을 기다렸다. 아이에게 뜨거운 율무차를 타 줬다. 뜨거운 차를 마셨지만 좀처럼 기운을 회복하지 못한다. 벽에 기대어 기진맥진이다. 이 병원에 지난 주에 2번(율과 막내)과 이번 주는 한 번 방문이다. 드디어 김솔 차례다. 의사 선생님은 열이 38.4도를 보더니, 바로 독감 검사를 했다. 잠시 후.


"솔이 독감입니다."

"아"


A형 독감 확진이다. 직원분이 '링거를 맞을 건지? 약을 복용할 건지?' 묻는다. 링거와 약의 가격 차이가 크다. 링거가 효과가 더 빠른데, 가격은 14만 원이다.


"실비 보험 있으면, 청구됩니다."

"네."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바로 1시간 링거를 맞았다. 나는 대기실에서 밀리의 서재로 고도원 작가의 절대고독을 읽었다.


우리를 가로막는 것은 앞에 있는 장애물이 아니라 지나간 과거의 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미 끝난 사랑, 절망, 상처, 눈물, 밤새 뒤척이며 한숨짓게 만듭니다. 이것들을 족쇄처럼 너무 오래 발목에 차고 있으면,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가 정말 어려워집니다. 지나간 것들은 이미 지나간 시간의 강물에 흘려보내고 문을 다시 열어야 합니다. -고도원의 절대고독


왜인지 모르겠으나 이 문장이 내 마음에 들어왔다. '지나간 것들은 이미 지나간 시간의 강물에 흘려보내고, 문을 다시 열어야 합니다.' 나는 어떤 문을 다시 닫고, 어떤 문을 다시 열어야 할까? 잠시 고민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사이에 솔이가 링거를 다 맞고 나왔다. 아까보다는 괜찮아 보인다. 약을 처방받고, 집에 도착했다. 확실히 몸이 괜찮은지 밥도 많이 먹고, 안 읽던 책도 읽는다.(이번 주부터 매일매일 5가지(영어, 수학, 줄넘기 등)을 꾸준히 완료하면 용돈을 더 주거나, 삭감하거나) 그래서 그런 것 같지만.


밤 10시가 넘었다. 허리가 아프다. 춥지만 집을 나섰다. 걸었다. 아무 생각 없이 걸었다. 반짝이는 네온 사인을 쉼 없이 걸었다. 1시간을 걸었다. 허리가 여전히 아프다. 막내는 내가 누울 침대에 '대'자로 뻗어있어, 내가 누울 자리가 없다. 오늘 내 계획대로 한 것이 하나도 없다. 심지어 편한게 누워야 할 침대마저도 막내한테 빼앗겨 버렸으니 말이다. 역시 인생은 내 생각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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