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0원의 행복

오늘의 인생(20210813금)

by 치치

휴가의 마지막은 나를 위한 맞춤형으로. 아침에 '금요 편지'와 '할 일'을 마치고, 책 반납과 독서를 위해 도서관으로 향했다. 11시 30분쯤 도서관에 도착했다. 책 반납 후 2층에 설치된 아주 편안한 1인용 빨간색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지상 낙원이 여기구나.' 싶을 정도로 쾌적하고, 좋다. 정말 오랜만에 집중해서 책을 읽고 있는데, 12시 50분에 아리따운 목소리가 방송으로 나왔다.

'오후 1시부터 2시까지는 방역으로 도서관 이용객은 퇴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정말 좋은데, 나가야 한다니. 근처에서 '점심을 사 먹을까?' 고민하다가 지하철역으로 갔다. 오랜만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야겠다. 오후 1시가 넘어서 지하철을 탔다. 아까 못을 다 읽은 이현세의 '인생을 나를 믿고 가는 것이다'를 꺼내 들고, 자리에 앉았다. 사람들이 없어서 지하철도 도서관만큼 쾌적하다. 책도 술술 잘 읽힌다. 그런데 시간이 애매하다. 오후 4시에 아이들 치과 예약이다. '광화문 갔다 오고, 배가 고파서 점심까지 사 먹어야 하니.' 순간 고민 끝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내렸다. 약 10분간 기다렸다가 미사역으로 돌아가는 지하철을 탔다. 다시 책을 꺼내 들고, 왕십리역쯤에서 다 읽었다. 그리고 두 번째 책을 집어 들었으나 '들어가는 말' 부분만 읽고, 딴짓하면서 미사역에 돌아왔다.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는데, 1,250원만 찍힌다.

'행복했다. 커피와 밥값이 굳었고, 늘 가방에만 갖고 다녔던 책을 다 읽었다.'

일석이조. 집에 와서 늦은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치과에 갔다가 저녁 6시쯤 침대에 누웠다. 눈을 뜨니 저녁 8시다. 그동안 교대근무 하면서 맛보지 못한 꿀잠을 오랜만에 맛봤다. 이번 휴가는 속이 꽉 찬 대게처럼 알차게 보낸 것 같다.

p.s

전에는 휴가 내내 다음 날 출근할 생각에 마음이 불편했는데, 이번에는 휴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나이가 든 건지? 성숙해진 건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하여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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