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인생(20210811수)
휴가 첫날 밤 홍천강오토캠핑장에는 비가 쏟아지지 않았다. 다행히 아이들이 잤던 텐트는 멀쩡했고, 마치 캠핑카에서 잔 것처럼 조용하게 새벽을 보냈다. 나와 혜경스는 차에서 잤으나 나는 매미와 옆 텐트의 아이 울음소리 때문에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지금도 비몽사몽이다.
새벽 6시쯤 깼다. 춥고,허리 아프고,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화장실에 갔다가 오는 길에 관광 지도를 확인하고, 휴가 2일 차 계획을 급히 변경했다. 아침 9시에 짐을 싸고, 다음 장소로 출발 예정이다.
아이들과 혜경스는 7시쯤 일어났다. 변경된 휴가 계획을 알려줬다. 혜경스는 아침을, 나는 짐을 싸기 시작했다. 1시간 뒤에 아침으로 혜경스가 끓여준 맛있는 부대찌게를 먹고, 나는 설거지를 했다. 일반 쓰레기와 음식물 쓰레기가 생각보다 많이 나온다.
8시 40분쯤 배가 아파서 잠시 화장실에 갔다 왔다. 10분 뒤 돌아왔더니 혜경스가 짐을 거의 다 싸서 트렁크에 넣고 있었다. (혜경스는 테트리스 게임처럼 짐을 요리조리 잘 쌓는다.) 나는 재빨리 달려가 마지막 짐 챙기는 걸 도와줬다. 갑자기 옆 텐트 아주머니가 한 마디 한다.
"캠핑 오면 남자가 다 하는 거야. 요리도, 짐 싸는 것도."
"아. 아내가 짐을 잘 챙겨서요."
"우리 아들은 '며느리 도와주라?'고 하면, '돕는 게 아니라 같이'하는 거라고 해요."
"네."
배가 아파서 잠시 화장실에 갔다 왔을 뿐인데 도대체 내가 뭘 잘못 한 거지? 내가 일부러 안 한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저 아주머니한테 이상한 소리 들어야 하는 거지. 듣고 나니,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이 광경을 보고 나를 그렇게 판단하지.
가끔 상대방을 잘 알지도, 직접 겪어보지도 않은채 겉모습, 겉행동만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상황을 직접 겪으니 기분이 별로다. 그것도 처음 본 사람한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그 말을 듣고서 운전하는 내내 불쾌했다. 하지만 휴가를 망칠 수는 없기에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껌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리고 신나게 놀았다.
-웃느라 한 말에 초상난다.-
p.s
나도, 너도, 우리 모두 말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