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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치 Dec 10. 2021

결정, 안돼 그리고 위로

오늘의 인생(20211210금)

지난 3월부터  아이들은 피아노 학원을 다니기 시작해서, 온유는  1 농구를 배우다가 11월에 그만두었다. 쌍둥이는 이번 주부터  1 취미반 축구교실에 등록했다. 아직 공부 학원은 다녀본 적은 없다.


'1인 1악기, 1인 1운동, 1인 1외국어. 피아노 연주하는 남자 멋지잖아'


'이 3가지만 꾸준히 잘해도 인생이 조금은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유는 피아노를 좋아하고, 솔은 잘 모르겠고, 율은 온유 형을 닮고 싶어서 노력 중인 것 같다. 피아노 학원과 축구도 엄마의 결정~. 나는 옆에서 그 결정을 미루고.


며칠 전에 '배틀 그라운드'게임 때문에 한 바탕 소동이 있었다. 온유가 분명히 '12세'라고 했는데, '15세'였다. (아직은 온유가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거 꼰대 부모가 될 수도) 친구들과 '배그'를 한 온유는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15세' 그리고 엄마의 '안돼'


나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곤하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그래' 또는 '긍정의 메시지'를 보내려고 노력한다. 웬만한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어려운 결정은 나도 모르게 (좋은 아빠가 이고 싶은 마음에) '엄마한테 물어봐?'라는 대답으로 좋은 아빠를 유지하기 노력한다.


어제는 '온유가 태권도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나는 '그래, 배워'라고 했지만 혜경스의 반응이 '안돼'였다. 전에 배우라고 할 때는 안 하더니, 지금은 솔과 율이 축구하니까 셈이 나서 배우고 싶다고 한 것 같다고 말이다. 학원비도 만만치 않기에. 혜경스와 대화 중에 깨달았다.


'나는 중요한 결정을 혜경스에게 미루는구나. 그런데 결정 잘 하는 사람이 결정하면 안 되나'


순간 나는 고양이 마루가 갖고 노는 얌체 공보다 더 작아진다. 그리고 마음속 깊은 나락으로 떨어진다. '내가 더 많이 벌었다면? 학원비도, 혜경스가 밤바다 다리 아프다'는 말도 안 할 텐데.


오늘 아침에는 눈을 뜨기 싫어서 다들 등교와 출근 후 일어났다. 마루와 침대에 누워있는데, 갑자기 온유가 하교했다. 5학년에서 확진지가 발생해서 온라인 줌 수업을 한단다. 코코아를 한 잔 타주고, 내 커피도 한 잔 내렸다. 어제 예약했던 빨래를 꺼내서 널고, 청소기를 돌렸다. 그리고 거실 테이블에 앉았다. 현관문 벨이 울린다. 우체국 택배다.


 사연이 담긴 '삶의 온기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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