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의 이야기
비오는 날은 우산을 쓸 수 있는 날이다.
미리 사둔 예쁜 우산과 장화를 사용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1년에 비가 내리는 날은 많지 않다
나갈 일이 없었지만 비가 와서 나간 적도 있다.
누적 누적 비 내리는 소리가 좋았다. 창이 큰 커피숍에서 비를 보며 비 소리를 듣는게 좋았다.
그때 그 기억이 멀게 느껴진다.
아이를 낳고 처음에는 비오는날 나가지 못하는게 힘들었다. 아이는 나가자고 신발을 던지고 짜증을 부렸다. 단순히 그게 힘들었다.
아이를 위해 비 옷을 사고 장화를 사고 우산을 샀다.
한두해 지나면 괜찮아 질꺼라고 생각했다 아이와 우산을 쓰고 손을 잡고 걸어다니는 상상을 했다.
둘째를 낳는다는게 이런건지 몰랐다. 다른 어려움도 많았지만 비오는날 잘 걷지 못하는 아이를 데리고 큰아이 교육기관에 데려다 주는건 쉽지 않았다.
아이 손을 잡고 작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우산을 들고 간다는건.. 생각보다 힘든 일이었다..
비가 많이 내리는 날에는 작은 아이는 업고 큰아이 손을 잡고 다녔었다. 그렇게 두아이와 비오는 날을 보냈다.
이젠 비오는 날이면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쳐다 본다.
유모차 옆으로 두아이가 우산을 쓰고 걸어간다. 둘째는 비에 젖을까봐 비옷까지 입었다.
유모차엔 레인 커버를 싫어하는 막내가 타고 있다. 레인커버를 씌우면 어떻게든 걷어 낸다. 어쩔 수 없어서 레인 커버를 씌우고 앞을 열어둔다. 바람이 불면 비가 들어오기 때문에 비옷과 장화를 신고 있다. 유모차 위로 우산을 씌우고는 손으로 우산을 잡고 걸어간다. 유모차엔 아이 발판이 달려 있다. 그 위에 셋째가 비옷을 입고 서 있다. 두아이 무게를 밀어야 하기때문에 온 힘을 다해서 유모차를 민다. 손에서 유모차를 씌우고 있는 우산이 조금이라도 빠지면 유모차가 전부 비에 젖는다. 나는 비에 다 젖어도 앞으로 유모차를 민다. 우산 때문에 걸어가는 두아이가 시선 밖으로 사라질까봐 계속 시선을 잡는다.
기특한 아이들은 알아서 엄마에게 말을 걸어주고 유모차 한쪽으로 잡고 걷는다 아이들이 옆에서 잘걷는게 느껴지면 안심이 된다.
그렇게 나는 내가 비를 다 맞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나간다. 어느 순간 내 옷이 다 젖었다는걸 느낀다. 휴대폰은 침수모드가 되어 있다.
어느순간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고 있다는걸 느낄 때가 있다. 싸한 시선… 안쓰러운 시선…
오히려 비가 많이 내리면 다들 젖어있으니 .. 다들 힘드니 ..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누적 누적 비가 내리면 .. 나는 모든 시선을 감당해야 한다.
많은 부모들이 둘이상 아이를 키운다.
다들 비슷할까?? 차를 이용해서 편하게 아이를 등원 시킬지도 모른다. 도우미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는 날이면 유독 차들이 많다.
우리는 걷는다. 아이들과 함께 걷는다. 아이들은 우비를 입고, 이번에 구입한 새 우산(만화가 그려진)을 쓰고, 장화를 신고 물 웅덩이를 걷는다.. 기분이 좋다. 비가 많이 내리면 다양한 상상의 나라를 펼친다. 태풍이 불어서 비바람이 몰아치지 않는한 아이들은 비가 내리는걸 좋아한다.
나는 힘들지만 아이들은 그 순간이 즐겁다. 비를 느낀다.
아이들이 등원하고 막내를 데리고 집에 갈 때는 .. 내가 왜 첫째만 키울때 비오는 날이 힘들었을까? 싶다. 한두명 비오는날 데리고 다니는건 이제 편하게 느껴진다.
처음에는 넷 가능할까? 했는데... 나는 조금씩 해나가고 있다.
몇년 뒤 비오는 어느날 커피 한잔에 비를 보며~ 아이들과 비를 헤치고 가던 지금이 그리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