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남매맘 딤섬의 힐링 여행
사남매 여행 그 시작
울컥 눈물이 나던 날 나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집에서도 아이들 돌보는 게 쉽지 않은데 여행이란 걸 갈 수가 있을까? 3년간 떠나지 않았던 여행을 가려고 하니 두려웠다. 우리 가족 여행의 시작은 신랑의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
"강릉 한번 가보는 건 어때?"
강릉에 KTX가 다니기 시작할 때 (당시는 아이가 두 명) 가족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바다를 본다는 설렘이 가득 찼던 즐거운 여행이었었다. 그런 강릉을 다시 간다니.. 아이들과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 우리 사 남매네의 첫 여행으로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때 네 아이와 함께 지낼 숙소를 잡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그냥 숙소를 검색하면 많은데 가족 수를 입력하면 확 줄었다. 특히 주말에는 찾기가 더 힘들었다. 다둥이네는 숙소를 잡을 때 서둘러야 하는 걸 배웠다. 그래도 어떻게 우리 가족이 다 들어갈 수 있는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멋진 수영장이 있는 호텔이 아니어도 아쉽지 않았다. 간단히 어디 어디 가보고 싶다 정도 정하고 먹을걸 잔뜩 챙겼다
강릉으로 출발
"그래도 기왕 간 거 연휴까지 있다 오자"는 신랑말에 나도 동의했다. 멀리까지 마음먹고 가는 거니 하루라도 더 있고 싶었다. 일요일 뒤로 연휴여서 더 지내고 올 수 있지만 숙소 구하는 게 문제였다. 주말에도 6인을 받아주는지 숙소마다 전부 문의를 넣었는데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조금만 일찍 서둘렀다면 비싸도 갈 수 있는 숙소가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이렇게 방이 많은데 우리 가족이 갈 수 있는 방이 없다는 게 슬펐었다. 주말 숙소를 구하는데 나는 지쳐 버렸다. 그러던 중 우연히 펜션 하나를 발견했는데 인터넷으로 예약이 불가능했다. 계속된 [거절]에 전화를 거는 게 두렵기까지 했다. "내가 해볼게" 가만히 있던 신랑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리저리 전화를 해보는 것 같았다. "방 구했어 입금하면 돼" 나는 뛸 듯이 기뻤다. 방은 작고 좋지 않았지만 바다 바로 앞에 있는 숙소였다.
여행 당일 AM 6:00 누가 깨운 것도 아닌데 하나 둘 일어나기 시작했다. 강릉까지 차가 많이 막히기 때문에 일어났으니 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전날 미리 짐을 챙겨두어서 냉장고에 들어있는 음식만 아이스박스에 넣으면 준비 끝이었다. 6인가족 첫 여행이라 아이들 짐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적었다. 오히려 두 아이를 데리고 다닐 때 아이들 짐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대신 먹는 짐이 한가득이었다. 아침을 안 먹어서 차에서 먹을 주전부리를 챙겨서 출발했다.
"점심은 강릉에서 먹자~"
차는 막히지 않았지만 고속도로에 다른 차들이 가속해서 무서웠다. 내가 느린 속도가 아닌데도 나를 빠른 속도로 앞질러 갔다. 몇 개의 터널을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꼬맹이 두 아이가 자는 틈을 타서 휴게소도 들르지 않고 달렸다. 큰 아이들은 첫 가족여행에 잔뜩 들떠 있었다.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
허균 허난설현기념공원은 아이 둘을 데리고 왔던 곳이다. 그때는 아이가 두 명이었는데 이번에는 네 명이 되어서 왔다. 정신은 더 없었지만 이곳에서 느끼는 기분은 달랐다. 불어오는 바람에 내 머릿결이 날렸다. 순간 뒤를 돌아봤는데 이 공간에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잘 지냈니?"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가족사진을 찍었던 장소에서 다시 가족사진을 찍었다. 이전에는 아이들 손을 꼭 잡고 다녔는데 이번에는 아이들도 자유롭게 이곳을 누볐다.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옛날 사람들도 여기 앉아서 이런 기분이었을까? 커피 한잔 하며 오래 앉아 있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나는 여기가 참 좋다. 천천히 즐기고 싶은데 아이들 손에 이끌려 여기저기 빠르게 지나갔다. 나무가 가득 차 있는 곳도 있었다. "여기 이런 곳이 있었나?" 저번에는 보지 못했던 곳이었다. 아이 챙기느라 쪼그리고 앉았는데 순간 본 하늘이 엄청났다. 나무들은 더 크게 보였고 잔뜩 우거져 있었다. 아이들은 나무 사이를 신나게 뛰어다녔다. 나도 모르게 "우와~"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아이들과 여행하면서 나 혼자 왔다면 느끼지 못했을 다양한 것들을 느낀다. 신랑과 둘이 왔다면 나는 이날 느꼈던 감정을 하나도 느끼지 못해을 것이다.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을 나오는데 꼬맹이들은 간식을 먹고 잠이 들었다.
허균 허난설헌 기념공원
9:00 ~ 18:00 (화~ 일)
월요일은 정기 휴무
관람료 무료
초당 순두부 아이스크림
여행하는 동안 '아하하하' 웃음(헛웃음)이 난다. 네 아이를 데리고 여행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 거라고 처음부터 예상했지만 웃음만 나왔다. 왜 예상은 빗나가는 일이 없는 걸까?? 할만하겠지 생각했던 게 내 착각이었던 것 같다. 집에서의 육아와 여행 와서의 육아는 정말 달랐다. "아이들과 즐겁게 여행하자!!" 한번 여행하고 끝이 아니다. 우리는 계속 함께 여행할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질 것을 알고 있다.
디저트가 먹고 싶었다. 신기한 것도 많고 궁금한 것도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커피숍에 가기보다는 나는 [아이스크림]을 선택했다. 강릉에서만 먹어 볼 수 있다는 '초당 순두부 아이스크림'을 먹기로 했다. 아이들은 두부라는 단어를 보고 다른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이게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이라고 이야기해도 엄마 말은 전혀 듣지 않았다. 아이들 눈엔 [두부]만 크게 보이는 듯했다. 나와 신랑만 초당 순두부 아이스크림을 사고 아이들은 디자인부터 화려한 알 수 없는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우리는 안전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여행을 오면서 가게에서 음식을 못 먹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미리 했었다.
여행 와서까지 '조용히 해' '얌전히 있어'라는 말을 많이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과 웃으며 이 여행을 즐겁게 기억하고 싶었다. 우리는 우리 방식 데로 먹었다 여행지라 그런지.. 돗자리나 캠핑 의자를 펴고 음식을 드시는 분이 많아서 우리도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내 눈앞에는 계속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바다를 보러 왔기 때문에 시내로 나가지 않았다. 여행 기간 동안 바다를 벗 삼아 지냈다. 사 남매를 데리고 바다에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넷째를 임신했을 때부터 탁 트인 바다가 보고 싶었다 강릉 바다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돗자리를 깔고 바다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바다에서 아이들은 모래 놀이 하고 신랑과 나는 밥을 먹었다.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 '얌전히 있어'라고 말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은 놀다가 배고프면 와서 밥을 먹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계속 들렸다. 신랑과 나는 조용히 커피 한잔도 할 수 있었다. 편의점에서 사 온 커피였지만 신나게 노는 아이들과 바다를 보며 마셨다. 그 어떤 뷰 커피숍보다 여기는 멋진 커피숍이 되어 있었다.
아이들과 오지 않았다면 이런 커피 맛을 볼 수 있었을까?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었을까? 커피 한잔에도 나는 감성에 젖는다. 막내는 엄마 옆에서 모래놀이를 한다. 한 손은 막내의 모래놀이를 도와준다. 집에서 징징 거리기만 하던 아이가 맞는지 내 눈을 의심했다. 한참 놀더니 졸린지 징징거리며 엄마 앞에 앉았다. 아이를 안고 토닥토닥 해주니 바다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첫 사 남매 가족여행이어서 일정을 많이 짜지 않았다. '바다에서 그냥 놀자'라는 마음으로 가볍게 왔더니 마음이 편했다.
"내 눈앞에 바다가 있다"
여행의 마지막
평소 하루는 느린 것 같고 '힘들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는데 여행을 와서는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아이들 챙기고 힘들기도 하지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즐거웠다. 여행의 마지막은 가족 모두 "다음에 또 오자"였다.
여행기간 동안 식당에서 밥을 먹지는 못했다. 미리 집에서 사골국 미역국을 챙겨가서 아침마다 먹었다 나갈 때는 펜션에서 유부초밥 도시락을 싸서 나갔다. 바다에 왔으니 회를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신랑에게 부탁하니 포장을 해왔다. 회를 좋아하는 아이들은 신이 났었다. 마지막날은 집에서 챙겨 온 고기도 굽고 소시지도 구웠다. 마지막에 구운 마시멜로는 잊지 못할 것 같다. 매일 바다 뷰에서 밥을 먹었다. 짜파게티 하나도 바다를 보며 먹었다. 어디 이런 곳이 있을까? 그 어떤 식당보다 좋았다. 아이들은 모래놀이 하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놀다가 음식이 준비되면 와서 밥을 먹고, 엄마 아빠가 밥 먹는 동안 또 놀았다.
힘들었지만 매일 아침 바다를 보며 먹는 커피 한잔이 좋았다. 하루는 눈물이 났었다. 평소 아침은 밥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아이들 챙기느라 진이 빠졌었다. 여행을 와서는 바다 보며 밥 먹을 생각에 밥을 하는 시간도 즐거웠다. 여전히 아이들을 챙기는 건 힘들지만 내 마음 가짐이 달랐다. 아이들도 장난치거나 징징거리지 않아서 내 심적인 부분도 편안했다. 나도 아이들도 쉼표가 하나 필요했던 것 같다.
떠나는 날 저녁은 힘들었었다. 바다를 보며 먹는 밥이 즐거웠었다. 내일부터는 여기서 밥을 못 먹는다고 생각하니깐 기분이 묘했다. 바다를 후회 없이 봤다고 생각했는데 턱없이 부족했던 것 같다. 바다는 봐도 봐도 끝이 없는 것 같다. 떠나는 날 아침 가족 모두 일찍 일어났다. 아이들은 잠옷차림으로 차에 태웠다. 생각보다 일찍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가족의 마지막 가족여행이 이렇게 끝이 났다. 집에 오는 길에 몇 개의 터널을 지났는지 모르겠다 차가 안 막혀서 다행이었다. 아이들이 배고프다는 말에 휴게소에 들렀다. 군것질도 하나씩 하고 화장실도 갔다. 휴게소에는 사람이 많았다. 코로나 이후 이렇게 많은 사람은 처음 봐서인지 여행을 가는 사람일까? 갔다가 돌아가는 사람일까? 궁금했다. 얼마나 속도를 내는지 알 수 없게 빠른 차들을 조심하며 무사히 집에 도착했다. 짐을 풀면서 강릉 여행이 꿈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여행 후
여섯 식구가 처음으로 떠난 여행이었다. 짐을 쌀 때도 양이 엄청났지만 다녀온 뒤, 정리는 엄청났다. 웃음만 나왔다. 빨래는 세탁기를 3번 꽉꽉 채워 돌려야 했다. 설거지도 산더미였다. 가져간 아이들 그릇, 수저, 컵을 다 챙겨 왔는지 하나하나 확인해야 해다. 챙겨간 칫솔이며 로션, 워시, 연고랑 대일밴드 등 물건들도 원래 위치로 옮겼다. 바로 써야 하는 물건들이 많아서 빨리 정리를 해야 했다. 정리를 끝내고 나니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여행 내내 폭풍과도 같았다. 힘들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잠자리가 달라진 아이들은 자는 동안에도 징징거렸다. 식당에 가기 힘들어서 매 끼니 밥을 해야 했다. 여행 가서 매 끼니 밥을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쉽지 않았은 여행이었지만, 집에서보다 밥 하기 편했고, 밥 먹는 시간도 즐거워했다. 아이들이 짜증 부리는 시간도 없었다. 우리 가족은 즐겁게 바다에서 놀기만 했다. 마음을 내려놓으면 욕심을 버리면 가족여행도 가능했다. 그 속에 또 다른 즐거움들이 있었다
집에 있는 건조대를 모두 꺼내 빨래를 말리며 많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자신이 없어서 떠나지 못했었다.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며 버티며 지내왔다. 그게 정답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엄마 또 바다 보러 언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아이들이 나를 보챈다.
아이들에게는 이번 여행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