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남매맘 딤섬의 힐링 여행
사남매 여름휴가를 계획하다
올여름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비 내리는 날이 그렇게 싫지 않았었다. 장화를 신고 예쁜 우산을 쓰고 누적 누적 내리는 비 속을 걸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게 마냥 좋던 시절이 있었었다. 지금 나에게 비는 극기 훈련의 시작이다. 비가 많이 내리고 적게 내리고는 나에게 중요하지 않다. 유모차에 타기 싫어하는 막내는 비가 내리면 더 타기 싫어한다. 큰아이는 스스로 우산을 쓰고 가지만 셋은 비옷을 입히고 장화를 신긴다. 막내도 우산 하나를 들고나간다, 비가 오면 늘 가던 길도 위험해진다. 막내를 유모차에 태우고 유모차에 우산을 건다. 셋째는 발판에 태운다. 아픈 손목이 비가 올 때마다 더 욱신거렸다. 내 우산은 쓸 손이 없다. 어깨에 우산을 걸치고 겨우 유모차를 밀며 둘째를 챙기며 앞으로 나간다.
일주일 내내 비가 오는 날이면 나는 녹초가 된다. 주말은 쉴 수가 없다. 우리 집의 주말은 쉬는 날이 아니라 더 많이 움직여야 하는 피곤한 날이다. 장마철을 보내고 태풍이 불자 아이들 교육기관 등하원도 고민이 될 정도였다. 엄청난 양의 비는 나를 쓰러지게 만들었다.
다들 휴가를 떠날 때 우리는 떠나지 못했다. 종종 내린 비에 지쳐 있었다. 여행 가서도 비가 내리면 정신적으로 힘들 것 같았다. 친구들의 여름휴가에 "부럽다"만 외치고 있었다. 친구들이 여행을 떠날 때는 신기하게 비가 내리지 않았다. 이 비가 그치면 나도 여름휴가를 떠날 꺼라며 마음속으로 수천번 수만 번 외쳤다.
비가 그치고 나니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려는 듯했다. 신랑이 연차 내기가 쉽지 않아 주말로만 여름휴가를 다녀오기로 했다. 태안 쪽으로 가보고 싶었는데 뒤로 미뤄야 했다. 그렇다고 여름휴가를 다시 뒤로 미루고 싶지 않았다. 코로나로 출산으로 몇 년간 우리는 여름휴가를 간 적이 없었다. 올해는 1박 2일이라도 여름휴가를 떠나고 싶었다.
별생각 없이 틈틈이 근처 바다나 계곡의 펜션을 봤다. 그냥 바다나 계곡만 있으면 됐다. 아무것도 필요 없다며 마음을 비웠다. 6인가족이 들어갈 수 있는 펜션을 성수기에 찾기란 쉽지 않았다. 평일은 그나마 자리가 조금 있는데 주말은 찾기가 힘들었다. 서울에서 가까운 경기도 양주에 계곡을 끼고 좋은 펜션을 알게 되어 예약을 완료했다. 예약이 가능한 날짜에 우리가 휴가를 가기로 했다. 주말로 1박 2일 떠나기로 한 거라 가능했다.
사남매 첫여름휴가
셋째와 넷째는 인생 첫여름휴가였다. 여름휴가에는 물놀이가 필수라며 레시가드랑 물놀이 용품도 꼼꼼히 챙겼다. 1박 2일 짐이 엄청났다. 이걸 다 들고 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었다. 펜션에서 백숙을 판다고 해서 식당검색은 따로 하지 않았다. 가는 날 먹을 김밥을 싸고, 저녁에 먹을 고기랑 반찬을 아이스박스에 챙겼다. 다음날 아침에 먹을 간단한 먹거리와 아이들 간식도 든든히 챙겼다. 여행지에서 슈퍼를 찾아간다거나 무언가를 사기 쉽지 않은 것을 알기에 처음부터 꼼꼼히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간식을 먹으려는 셋째와 넷째를 막는 것도 일이었다. 다른 간식들은 싫다며 그걸 꼭 먹겠다고 때를 썼다. 때를 쓰는데 정신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를 키울수록 적응하고 더 잘 대처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과거의 대미지까지 더해져서 극심한 고통으로 다가왔다. 트라우마처럼 다가올 때도 있다. 어떤 게 정답인지 알 수 없지만 즐거운 여행의 시작이 이렇게 힘듦이 되는 게 싫었다. 아이들과 놀아가며 짐을 싸기로 했다. 쉽지 않았다. 케리어에 짐을 몇 번이나 다 꺼내서 들어가기도 하고 했다. 그사이 아이가 탐낼만한 것들을 빠르게 챙겨나갔다.
여행만 가면 아이들은 왜 이리 일찍 일어난 것일까? 여행날 아침 새벽 6시 신랑을 제외한 모든 가족이 기상을 했다. 김밥을 싸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오전 7시 우리는 차에 시동 버튼을 눌렀다. 드디어 우리는 여름휴가를 떠난다.
여행지에서 아침을 먹다
차가 막히면 셋째 넷째가 힘들어해서 걱정했었다. 가는 길에 휴게소도 마땅히 없고 주말이라 차 흐름도 많아서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차 막힘 없이 경기도 양주에 도착했다. 도착지를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으로 했는데 오는 길 계곡들이 보여서 도착 전부터 아이들은 난리가 났었다. 비가 계속 내려서인지 계곡에 물도 많고 깨끗했다. 계곡 근처에 가니 오히려 추운 느낌이 들었다. 챙겨 온 바람막이를 꺼내 입혔다. 여름인데도 이날은 좀 쌀쌀했다. 그래도 비 안 오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우리는 1박 2일 동안 우리만의 여름휴가를 즐기기로 했다.
아침을 여행지에서 먹으려고 아침에 김밥을 싸서 왔다. 아이들과 즐겁게 먹으려고 과자랑 우유도 미리 챙겨서 왔다. 계곡 한쪽에 돗자리를 깔았다. 흐르는 계곡을 보면서 아침을 먹었다. 이쪽 계곡이 깊지도 않고 소리도 좋고 맑았다. 내년 여름에 자주 와야지 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날이 쌀쌀해서 인지 시간이 일러서인지.. 우리가 가는 곳마다 사람이 없었다. 조용하니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가득 들렸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경기도 양주 쪽이 처음이라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다. 아이들 파크 같은 곳도 있고 유적지도 있고 놀이공원도 있었다. 어디를 가나 나는 아이들이 자연과 놀기를 바란다. 이번여행도 다르지 않았다. 3~4군데 후보를 잡았는데 이날 문 여는 곳이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뿐이어서 이곳으로 선택했다. 아이들과 미술 작품을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아이들과 함께 하기 좋은 미술관으로 유명했다.
'주차하기 참 좋은 미술관' '아이들과 공원에서 미술작품 보며 뛰어놀기 좋은 미술관'이 두 가지가 제일 생각이 난다. 실내 미술관은 아이들이 보기 쉽지 않았다. 특히 어린아이들은 조용히 만지지 않고 관람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영상 보는 곳에서 영상으로 미술작품 구경하고 나와야 했다. 큰아이들은 이것저것 그림도 보고 설명도 읽으며 관람했다. 우리는 둘로 나뉘어 한 명은 어린아이들을 보고 한 명은 큰아이들과 함께 미술관람을 했다. 실내를 힘들어하던 어린아이들은 야외에 전시된 미술작품을 보니 뛸 듯이 기뻐했다. 하나하나 다가가서 미술작품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공원을 마음껏 뛰어다녔다. 한여름에는 미술관을 끼고 있는 계곡에 아이들이 물놀이도 한다고 하셨다. 다음에는 한여름에 와서 물놀이까지 함께 하면 더 좋을 것 같다. 미술관에서 물놀이라니 상상만 해도 즐거울 것 같다.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화~일 10: 00 ~ 18: 00 (입장마감 5시)
월요일 휴무
성인 5000원
청소년/어린이 1000원
아이들과 길을 걸었다 우리는 걸어갈 수 있는 거리는 차가 있어도 늘 걷는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주위를 둘러보며 많이 걸었었다. 도시의 풍경도 자연의 풍경도 모든 풍경이 좋았었다. 지금은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그렇게까지 걸을 수는 없지만 10~15분 거리는 걷고 있다. 이날도 고민하다가 아이들과 걷기로 했는데 차를 타고 지나갔으면 못 봤을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었다. 물놀이하고 싶은 계곡 포인트도 찾았다. 작은 꽃들도 발견했고 예쁜 돌도 몇 개 주웠다. 특별한 곳으로 이동하지 않아도 우리는 걸으면서 많은 것을 보았다. 날씨도 좋고 우리가 걷는데 힘듬은 없었다.
걸어서 도착한 곳은 커피숍이었다.
주차장도 크고 야외도 잘 가꿔져 있는 예쁜 커피숍이었다. 이렇게 아이들과 커피숍에서 여유 있게 앉아 있을 거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다. 탁 트인 야외의 커피숍에서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해' '뛰지 마'라고 고함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같이 뛰며 놀았다. 아이들과 '이런 카페나들이도 있구나' 알게 되었다. 소금빵이 맛있는 곳이라고 해서 소금빵과 먹고 싶은 빵 몇 개를 구입했다. 엄마와 소금빵을 자주 사 먹어서 인지 아이들도 소금빵에는 입맛이 까다로웠다. 계곡이 흐르는 곳에 자리를 잡고 돗자리를 폈다. 언제부터 인지 나는 자연이 좋아졌다. 흐르는 계곡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과 음료에 소금빵을 먹었다. 사온 다른 빵들도 간식으로 함께 먹었다. 어린아이들도 우리도 마음껏 떠들며 웃었다.
점심 먹자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이 많았다. 아이들과 웃으면서 즐겁게 먹고 싶었다. 여행에서 아이들과 투닥거리고 싶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 하나 먹자고 안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디서 멀 먹나 검색을 많이 했었다. 계곡을 끼고 백숙집이 많았다. 다른 메뉴들도 있었는데 무더운 여름 내내 몸보신 한번 해본 적이 없었고, 계곡이 있으니 아이들과도 즐겁게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한여름에는 예약 없이는 힘들다고 하는데 여름이 가고 있는 시기라 그런지 예약 없이도 가능했다.
사람이 많았다면 불편했을 것 같은데 사람이 없어서 편했다. 조리시간이 긴 백숙이라 아이들은 수영복을 입고 계곡으로 향했다. 날은 선선했지만 발 담그고 노는 데는 무리가 없었다. 근처에 식당도 많고 펜션도 있었지만 여름의 끝무렵이라 그런지 놀고 있는 사람이 적어서 물도 깨끗하고 좋았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계곡의 물소리가 아직도 생각난다. 1박 2일이었지만 계곡을 원 없이 실컷 본 것 같다.
뜨끈한 닭백숙 한 그릇이 우리 앞에 차려졌다. 처음에는 양이 작으면 어쩌지 걱정했는데 아이들은 먹는 것보다 노는 것이 중요했다. 어떻게든 아이들에게 한입이라도 더 먹이려고 살을 발라서 밥그릇 위에 올려주었다. 아이들은 국물에 밥을 말아서 맛나게 먹었다. 닭고기를 좋아하는 막내는 다리 하나를 야무지게 뜯어먹었다. 아이들이 와 작 지껄 떠들고, 우왕좌왕 움직여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다들 계곡에서 놀며 식사를 하셨다. 우리도 그 속에 있는 한 가족일 뿐이었다. 아이들이 물놀이하는 사이 우리는 맛있게 밥을 먹을 수 있었다. 나는 백숙보다는 안에 든 부추와 버섯이 맛있었다. 안에 죽도 있어서 든든했다. 배고프다던 신랑은 끝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밖에 나오면 아이들 챙기느라 제대로 먹지 못하는 날이 더 많은데 이 정도면 잘 먹은 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어디로 들어가는 모를 것 같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계곡에서 백숙 먹는 게 이런 거였나? 처음 알게 됐다.
하루종일 놀면서 백숙 먹고 전 먹고 닭볶음탕 먹고 한다더니 그 마음을 알 것 같다.
빠질 수 없는 물놀이
여름휴가니깐 즐기자~
날이 좀 추웠다. 펜션에 빈방이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지만 수영을 하는 가족은 없었다. 마당이 있어서 킥보드를 타거나 비눗방울 놀이를 하고 있었다. 여름휴가라 수영장에서 튜브 한번 타고 싶었는데 수영장에 물이 채워져 있었다. 우리 가족은 '올레~'를 외쳤다. 여름 날씨 대비 춥다는 거지 다들 반팔을 입고 있고 있었다. 딱 제일 기온이 높은 시간 우리는 물놀이를 하기로 했다. 주인아저씨께서 튜브에 바람도 넣어 주셨다. 아이들은 수영장 들어가기 전부터 신이 났다. 1박 2일에 한여름이 지난 뒤의 여름휴가 였지만 휴가 기분이 물씬 났다. 한여름에 3박 4일 이렇게 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이 순간에는 아쉽지 않았다. 튜브 타고 신나 하는 아이들과 그 모습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하고 있는데 좋았다. 머라고 말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잠깐의 물놀이였지만 휴가의 아쉬움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역시 여름휴가는 물놀이지'
비행기를 날려라
아이들과 추억을 많이 남기고 싶었다. 여행을 가서 아이들과 무엇을 해보면 좋을까? 신랑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 모두 만족하며 즐겁게 할 수 있는가 머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비행기를 날리기로 했다. 여행을 가기 전 인터넷으로 에어글라이더를 구입했다. 여행 때까지 들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꼬마 탐정들의 눈을 피해서 요리조리 숨겼다. 여행 전 주말에 꺼내서 아이들과 놀고 싶은 내 마음도 잘 다독여야 했다.
차를 타고 공터에 나가기보다 숙소에서 날리며 놀기로 했다. 비행기를 만든다고 잘 날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조금씩 변화를 줄때마다 날아가는 게 달랐고 요령도 필요했다. 막내는 비행기를 들고 막무가내로 뛰었다. 첫째는 이렇게 저렇게 해보더니 멀리 날리기에 성공했다. 한참을 비행기를 날리며 놀았다. 나무 위로 올라가서 떨어뜨리느라 난리를 부렸지만 전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한참을 날리고 놀다 보니 해가 지면서 추워지기 시작했다. 방으로 들어와서도 아이들은 비행기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행을 갈 때 아이들과 무언가 놀꺼리를 한두 개 정도 가져가면 좋을 것 같다. 다음에는 아이들과 어떤 놀이를 할까?
계곡 모닝커피
믹스 커피 한잔의 즐거움
아이들이 깨는 소리에 나도 눈이 떠졌다. 7시 조금 넘은 시간이라 다시 자기도 애매해서 일어나기로 했다. 거실 창문으로 계곡이 보였다. 계곡을 보며 따뜻한 커피 한잔하면 좋겠다 싶어서 커피 물을 올렸다. 물 끓는 소리마저 운치를 더해주었다. 이른 시간인데도 아이들은 배고프다고 난리가 났다. 여행의 아침은 간단한 게 좋은 것 같다 아이들에게 아침을 차려주고 계곡을 보며 커피 한잔을 마셨다. 시원한 바람, 맑고 청량한 계곡물 흐르는 소리, 맑고 넓은 계곡... 모든 게 완벽했다. '어제 우리가 놀았던 계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른 기분이 들었다. 보이는 풍경마저 다르게 느껴졌다. 아침의 계곡은 이렇구나. 계곡 옆 숙소를 정한 나를 칭찬했다. 현실은 아이들이 엄마를 부르고 거실에 짐이 널부러져 있었지만 여행의 아침을 잘 즐겼다.
차가 많이 막히면 힘들 것 같아서 서둘러 출발했다 네비는 여기로 나가라는데 나는 직진을 했고 네비가 이리로 가라는데 나는 저리로 갔다. 집에 오는 길에 살짝 멘붕에 빠지기는 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 운전을 역시 어렵다며 투덜거렸지만 즐거웠다.
집에 와서는 '더 놀다 올걸 그랬나?' 여운이 남았다. 내년에는 아이들이 한 뼘 더 클 테니 또 다른 여름휴가가 될 것이다. 그때는 어떤 여행이 될지 벌써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