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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남매맘 딤섬 Jul 19. 2024

나 베트남 마트 좋아했네

사남매랑 여행하기

마트 나들이? 코로나 전에는 좋아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첫째 둘째가 어렸을 때는 집에 가만히 있기가 힘들어서 유모차 태워 마트 한바퀴 돌며 필요한거 한두개 구입했었다. 코로나 이후에는 이런 마트나들이조차 하지 못했다. 장을 어떻게 봐야하지? 고민하던 내 앞에 [마트 배송서비스]가 나타났다. 이후 마트 앱으로 편하게 주문해서 받고 있다. 이후에 사남매를 데리고 마트에 가기 보다는 배송 서비를 이용하고 있다. 아이들과 특별한 메뉴를 만들거나 아이들이 골라야 하는 물건이 있을 때만 마트에 가고 있다.


큰애들 어릴 때는 시장 나들이가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시장에도 가지 않게 되었다.

(이사하면서 시장이 너무 멀어진 것도 한몫한 것 같다)


베트남 여행을 계획하면서 첫날일정에 마트를 넣었다. 베트남은 물을 조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물이랑 아이들 간식을 구입하기로 했다. 첫날 늦은 점심을 먹고난 뒤, '진심' '정말' 1도 움직이기 싫었다. 내 체력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컨디션도 좋지 않았다. 당장 아이들은 아무 물이나 마실 기세였고 이러다 물갈이라도 하면 더 힘들지 모른다는 생각에 마트로 향했다.


게으르디 게으른 내가 아이들 덕분에 움직이는 일이 많아졌다. 아이들 덕분에 가는 곳이 많아지고 새로운 것도 많이 알게 되었다. 다낭 여행을 와서 다낭에 있는 대형 마트 2군데를 다 갈지 이때까지도 나는 몰랐었다. 한군데 가는 것도 귀찮았는데....



롯데마트 다낭

6 Nại Nam, Hoà Cường Bắc, Hải Châu, Đà Nẵng, 베트남


롯데마트 다낭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하는 마트였다. 베트남에서 롯데마트라니.. 한국인줄 알았다. 입구에서도 한국인줄 알았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붙은 벽보도 한국어였다. 사야 하는 기념품 LIST까지 한국어로 적혀 있었다. 마트에 들어와서 과일들을 보고서야 '여기~ 베트남이었네' 생각이 들었다. 가격도 4만동 5만동 적혀 있으니 어리둥절했다. 한국어가 많긴 했지만 제품에 적힌 글들은 베트남어가 많았다. 한국 같으면서도 베트남 느낌이 드는 마트였다.

우리가 첫날 롯데마트에 온 이유는 한국 제품들을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아직 어린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물갈이부터 해서 많은 부분이 걱정되었다. 원래 먼가 걱정을 잘 안 하는 성격인데 아이를 키우면서 걱정이 늘었다. 그렇게 베트남에 아이 물품 구경하러 가볍게 온 마트였는데 "나 마트 구경을 좋아했네.." 내가 이렇게 마트에 오래 있는 사람이었다니.. 처음 알았다. 원래 쇼핑을 좋아하지만 문구류나 옷이었지 마트는 아니었다. 마트는 나에게 장을 보러 오는 곳? 간단히 필요한 물건을 사는 곳? 이런 느낌이었는데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 했었다. 이것저것 다 사보고 싶었다. 그냥 간장인데.. 그냥 과자인데.. 이런게 왜 이렇게 사보고 싶지?

여행 와서 나는 왜 한번도 마트를 안 가봤을까?

코로나전 큰아이들이 어렸을 때 외국에 가본 적이 있다. 그때는 큰 마트 갈 생각을 전혀 못했다. [여행을 즐겨야지 무슨 마트야] 약간 이런 마인드였다. 마트도 즐기면 되는데..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근처 작은 마트에서 필요한 먹거리랑 물건만 구입했다. 괌에 갔을 때도 큰 마트가 있었는데 가지 않았었다. 이렇게 다른 나라 마트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데 왜 안 가봤을까? 그때 안 가본 게 살짝 후회된다.

여행을 와도 기념품을 많이 사가는 편이 아니다 때샷(?) 이런건 남의 이야기였다. 여행을 보고 즐기고 느끼고 오는 거지 사가오는게 아니라고 생각했었다. 부모님 드릴꺼나.. 지인 줄 작은 악세사리 몇 개 과자 조금 사오는게 전부였다. 기념품 조금에 물, 간단한 간식 정도였다.

외국에서 이렇게 많이 물건을 구입할 줄이야. 이거 나 맞아??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베트남에서도 작은 마트를 가려고 했는데.. 롯데마트? 세상에.. 다낭에 롯데마트라니.. 하면서 오게 됐다. 원하던 물도 구입할 수 있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한국 음료도 과자도 구입할 수 있었다. 여기서 여행 내내 먹을껄 사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구입하기 시작했는데 끝도 없이 구입하게 되었다.

아니 이건 어디서 봤는데.. 아니 이건 맛있다는 그 과자.. 아니 이건 베트남 필수품.. 이러면서 하나둘씩 장바구니에 넣기 시작했다. 마트 구경하는게 이렇게 재미있다니 체력은 0이었고 컨디션도 안 좋았는데 혼자 신이나 있었다. 신랑은 점점 지쳐가고 아이들도 "엄마 그만 가자!!"를 외치기 시작했다


카트 2개 꽉꽉 채운거 실화인가? 이렇게 샀는데도 여행 내내 아쉬워했고 한국 와서는 아..더 샀어야 했는데 이걸 더 샀어야 했는데 계속 후회를 하고 있다. 마트에서 물과 주스를 사서 여행 내내 마시고 다녔다. 그래서 그런가?? 아이들 물갈이도 없었고 미리 구입한 간식 덕분에 즐겁게 다닐 수 있었다.

아.. 다른 나라 마트 구경하는게 이렇게 재미있구나 실용적이고 이때 알았다.

베트남 여행을 하면서 시장도 구경 가볼까?? 했는데 날이 너무 더웠다. 숙소에서 쉴까?? 하다가 현지 마트가 궁금해졌다. 롯데마트도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현지 마트는 구경할께 더 많지 않을까? 한번 가보고 싶었다.


GO!(Big C) Supermarket Da Nang

Khu thương Mại, 257 Hùng Vương, Vĩnh Trung, Thanh Khê, Đà Nẵng 550000 베트남


우리나라 대형 마트랑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롯데마트랑은 좀 달랐지만 어색하지 않았다.

롯데마트는 한국 사람도 많았고 한국어도 많이 보였는데 여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여기도 한국 제품들이 있을까?? 싶어서 한국 제품을 찾아봤는데 제법 많이 있었다. 우와 신기.. 다낭 현지 마트인데 한국 제품이 있다니 놀라웠다. 한국에도 베트남 제품들이 있을까? 궁금해서 한국 오자마자 마트에 갔는데 베트남 제품들이 있었다. '아!! 재미있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출산 육아하느라 세상을 못 보고 살아온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그 이유가 아닌 것 같은데..) 마트도 잘 안 다니고 필요한 물건만 사서 가니.. 몰랐다. 다른 나라에 한국 제품들이 있는게 신기했다. 한국에 이렇게 많은 다른 나라 제품이 있는 것도 신기했다.  나 왜 이런게 다 신기한거지.. ㅋㅋㅋ  그때는 정말 입을 떡 벌리고 혼자 들떠 있었다.

아이들이랑 구경하는데 빠져서는 사야지 한 물건들을 다 구입하지 못한게 아쉽다. 마트 구경이 왜 이리 재미있는거지?? 현지 마트라 그런지 롯데마트보다 베트남 제품이나 식료품들이 훨씬 많았다 "이건 머지?" "이건 맛이 어떨까?" 하면서 아이들이랑 상상의 날개를 마구 펼쳤다. 망고 종류가 이렇게 많다니 ..사과에 왜 소금을 넣어줄까? 이건 과일인가?? 베트남에도 초밥이 있구나 하면서 구경을 했다


신기한 마음에 베트남 음료도 몇 개 구입했다 다 사람이 먹고사는 곳인데 내 눈에는 신기하고 달라 보였다. 큰아이는 좋아하는 육포를 구입했다 베트남 육포라니 어떤 맛이 날까? 베트남 빼빼로도 베트남 포켓몬 카드도 구입했다. 여행 내내 맛있었던 베트남 간장도 구입했다 1개 살까? 2개 살까? 고민했는데 박스로 샀어야 했다. 볶아먹어도 맛있고 만두 찍어 먹어도 맛있고 ..이간장 왜 이리 맛있는 거죠?? 후추도 여기저기 뿌려가며 맛있게 먹고 있다. 둘째가 간장을 박스로 사 왔어야지 왜 2개만 사 왔냐고 맨날 머라 한다. 어차피 박스로 사오지도 못하는데 말이다 처음으로 외국에서 양념 등을 사 왔는데 지금껏 여행 가서 왜 사오지 않았을까?

베트남 다녀온 뒤로 마트 구경 하는 재미에 빠졌다. 매일 가는 건 아니지만 한번씩 마트가면 이것저것 구경을 하고 다니고 있다. 기회가 되서 또 해외에 가게 된다면 마트 꼭 들릴 것 같다. 내가 이렇게 마트를 좋아했다니 놀랍다. 마트 좋아할 나이가 된건가? ㅋㅋㅋ 마트 좋아하는 나이도 있나??

나이가 들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도 내 생활도 다르게 바뀌어 버렸다. 처음에는 내가 아닌 느낌이 들어서 싫었다.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바뀌어 버리는 내가 서 있어서 싫었다. 지금은 싫지 않다. 새로운 변화가 재미있기도 하고 그 변화를 즐기기 시작한 것 같다. 지금까지 이게 좋았던 적이 없었는데 재미있지 않았는데 재미있고 찾아간다는 게 웃기다(?)라기 보다는 머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다.

삶이란게 그런게 아닐까? 아마 20년 뒤 30년 뒤에는 또 다른 내가 서있을 것이다. 그런걸 여행을 통해서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베트남에서 사 온 물건들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미 많이 사용하고 먹어서 없다. 마지막 간장을 뜯었을 때 "엄마 베트남 또 가야 할 것 같아"라고 아이들이 말했다. "또 가고 싶어?"라고 물어보니 "또 가고 싶어"라고 말하는 아이들이다. "이번에 마트 가면 좀 잔뜩 사와야겠어" 라며 엄마보다 더 의욕을 보였다. 그렇지?? 엄마도 그렇게 생각해!! 간장도 린스도 핫소스도 캐슈넛도 내 입에 딱 맞았다.

일본 마트는 어떨까? 괌 마트는 어떨까? 라오스나 태국에도 이런 대형 마트가 있을까? 갑자기 다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 마트 쇼핑 하는거 많이 좋아했네


나는 여전히 [마트 배송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들고 오는게 힘들기도 하고 갈 틈이 잘 나지 않는 사남매맘이다. 달라진 건 주말에 종종 마트 구경을 간다. 어떤 제품들이 있나 새로 나온 간장 요거 맛있을까? 이런 과자도 나오네.. 이건 외국 샴프일까? 끝없이 궁금해하고 있다. 이런 내가 웃기지만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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