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번 친구들 만나는 날

룰루랄라

by 사남매맘 딤섬


평소와 다르게 분주하 움직였다

언제 했는지 알수없는 고데기도 먼저 꺼내 들었다 한번 슥 닦고 머리를 시작했다 부스스한 머리가 조금은 정리가 되는 듯 보였다 20대부터 쓰던건데 이정도면 잘 산것 같는 생각을 했다

미용실 한번 다녀오고 싶은데 ...가격도 너무 비싸고 ...비싸고...비싸서 언제 가봤는지 기억이 안난다 확실한건 1-2년 사이 간 적이 없다는 거다........(마지막으로 미용실 간게 언제지?)

화장을 할까? 하다가 다 뜰 것 같아서 가볍게 팩트만 두드리기로 했다 화장도 거의 안하니깐 똥손이 되어버렸다 화장품도 유통기한 지난거 투성이었다 아까워라~ 아이 키워도 화장하고 옷 이쁘게 입고 다니는 멋진 엄마가 될테야 했는데 다 허상이고 꿈이었다 옷이라도 이쁘게 입어야지 했는데 현실은 검은 롱치마에 노란 니트티를 입었다 니트티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블라우스들은 다 어디로 간걸까?

머 안 했는데 준비만 1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은 엄마 어디가냐고 난리가 났다 늘 꼬맹이들 준비시키고 내가 준비를 하는데 오늘은 달랐다 꼬맹이들은 아직도 잠옷 차림이다

오늘은 1년에 한 번 친구들 만나는 날이다

예전에는 이 친구 저 친구 이 모임 저모임 많았는데 사남매 임신 출산 육아로 한동안 참석이 힘들었다 1년 2년이 10년이 지나면서 연락도 자연스럽게 끊겨 버렸다 이렇게까지 친구를 못 만날지 몰랐다 상상도 못 했다

친구도 만나가며 놀면서 육아해도 되는데 그때는 그게 왜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때의 나는 그런 생각도 못할 정도로 많이 힘들었던 것 같다 아니..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많이 힘들었다


"어서 나가 안 늦었나?"

약속시간이 아직 3시간이나 남았는데 계속 나가라고 재촉을 한다 저녁 먹을 반찬도 미리 만들어두고 쌀도 씻어서 밥통에 넣어두었다 빨래도 다 해두었는데도 더 할일이 없는지 찾는다 왜 그냥 다 두고 나가지를 못하는건지 나도 모르겠다 아이넷을 신랑 혼자 보는게 처음도 아닌데 계속 걱정하며 챙기게된다 걱정말라며 신랑이 내 등을 떠밀었다

오늘도 그렇게 떠밀려서 현관밖으로 나왔다

"아!! 분리수거"

난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이젠 번화가가 어색하다

밤에 나오는 것도 어색하다

1년에 한번 어색한 이 모든걸 한다



평소엔 절대 오지않는 비싼 식당이 약속 장소다 친구들도 같이 "우와~" 하면서 들어갔다 처음 서울서 모임할때 시골서 온 촌티가 팍팍났었는데 지금도 여전하다 (이 촌티 느낌은 서울살이 몇년차가 되어야 사라지는건지 궁금하다) 달라진 건 수다작렬 아줌마들이 되었다는 거다 영어 메뉴판에 서로 고르라며 주고받다가 직원분께 물어봤다 여긴 한국인데 메뉴를 왜 영어로 적어둔 건지 모르겠다 와인 이름은 들어도 1도 모르겠.. 다

주문을 마치고 와작지껄 우리의 모임이 시작되었다 모이면 처음 만난 20대 때가 생각난다 그때 어떤 수다를 떨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은 건강과 육아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이제 반이상이 아이 엄마가 되었다 우리 나이는다 같은데 아이 나이는 다 다르다 (신기하다) 같이 공부하고 미래를 꿈꾸었는데 다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직업도 다 다르다 같이 공부하고 수다 떨고 할때가 엊그제 같은데 곧 30이라며 파티할 때가 엊그제 같은데 .. 우리의 시간은 많이 지나있었다.

나도 그렇지만 친구들도 출산하고 육아하느라 모임이 계속하는게 쉽지 않았었다. 중간에 코로나로 위기도 있었었는데 서로 편한 방식으로 룰을 바꿔가며 쭉 이어져 오고 있다.


"깔깔깔"

한참을 웃고 수다 떨다가 우리의 모임이 끝났다

맛있는 음식도 좋았고 술도 알딸딸하게 취했다 밤 11시 내가 이 시간에 밖에 있은 적이 있던가?

차가운 밤공기가 신기했고 이 시간 지하철 안이 어색했다 지하철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 속에 나도 있었다. 늦은 시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많은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는걸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걷는 길도 느낌이 달랐다 학생들이 우르르르 걸어 나오고 시끌벅적했던 글이 조용했고 어두었다 우리 동네 가로등이 이렇게 밝았네.. 하면서 걸었다.

1년에 한번 친구를 만나는 날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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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괜시리 부산을 떨었다. 어제 고데기 했던게 마음에 들어서 다시 고데기를 꺼내들었다.

고데기를 들기 무섭게 막내가 자기도 머리를 하겠다며 무릎에 앉았다. 막내 머리끝을 살짝 말아주었다. 머릴 하자마자 선팩티를 두드리더니 립크로즈도 살짝 발랐다.

"너.. 머하냐??'

당황해서 물어보니 오늘은 엄마 따라 나갈꺼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오늘은 엄마를 따라 나가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옷도 엄마랑 똑같이 입어야 한다며 노란 원피스를 찾았다.

어제 늦게 집에 들어와서 외출할 생각이 1도 없었는데 ... 얼른 옷 입으라는 아이 성화에 못 이겨 옷을 입었다.

오랜만에 술을 마셨더니 살짝 숙취도 있었다 라면을 끓여 먹고 싶어서 라면을 들었는데 "나도 라면~" 첫째 둘째가 외쳤다. 다시 살포시 라면을 내려놓았다.

괜히 웃음이 낫다 아하하하

"엄마 찜질방 가요"

내 뒤를 쫄쫄 쫓아다니면서 아이들이 노래를 불렀다 찜질방 갈껀데 막내 넌 왜 그렇게 빡시게 꾸민 거냐?? 콩순이 인형까지 들고 나를 졸졸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래 가자!!"

"예~"

찜질방 가자는 결정을 하기 무섭게 아이들은 준비가 끝났다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아이들이었다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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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라 그런지 찜질방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 건 처음이었다

욕탕에 더 이상 사람이 들어오면 안될 것 같은데 계속 사람이 들어왔다. 찜질방도 마찬가지였다 겨우 자리를 잡고 식혜 한잔과 함께 한강라면을 사 왔다 여긴 한강이 아닌데 왜 한강라면이지??

찜질방에 와서야 나는 편히 쉴 수가 있었고 해장을 할 수 있었다.


ㅎㅎ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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