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루랄라
PM 3: 00 하원 알람이 울렸는데도 정신이 없다
전날 빨래가 안 말라서 빨래가 밀려버렸다 하루만 빨래를 안해도 빨래 속에 사는 기분이 들 정도로 빨래가 많이 나온다. 서둘러했는데도 세탁기 3번 돌리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틈틈이 집안일도 하고 크리스마스 선물도 포장했다. 아슬아슬하게 겨우 끝내고 분리수거를 들고나가려고 하는데 .. 마트 배송시킨게 도착했다. 늘 4시 넘어서 오던 마트배송이 오늘은 왜이리 일찍 온거냐며 투덜거렸다.
꼭 바쁠 때 일이 겹친다더니... (궁시렁 궁시렁)
냉동식품도 있고 고기도 있어서 빠르게 장본걸 정리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렇게 자주 장을 안 본 것 같은데 요즘은 장보고 돌아서면 장을 봐야 한다. 조금밖에 안 담았는데 10만원은 너무 하다며 혼자서 또 투덜거렸다.
평소보다 10분(?) 15분(?) 정도 늦게 나왔다. 빠르게 분리수거를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전날은 하늘이 흐리고 해가 없더니.. 파란 하늘 사이로 해가 보였다.
"늦었다"
아이랑 약속한 시간이 있어서 마음이 초조했다 뒤에 또 큰애들도 봐줘야해서 촉박했다.
빠르게 걸어가는데 평소랑 다른 소리와 사람들의 움직임이 보였다 그리고 들렸다.
머지? 싶어서 급하게 가는데
경찰 몇 분이 서서 차량과 보행자 이동을 다 막고 계셨다
"사고가 나서 돌아가셔야 합니다"
매일 아이들과 등하원하는 길이고 늘 이 시간에 지나가는 길이라 순간 당황했다.
다른 골목으로 돌아가려고 가는데 그쪽도 다 막혀 있었다.
크게 돌아서 큰 도로로 나와 가는데 구급차가 못해도 10대 이상 쭉 길게 늘어서 있었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차가 인도를 덮쳤다. 불과 10분 전에 일어난 사고...
순간 손이 덜덜덜 떨렸다. 늘 아이들과 나는 저기 서있었다. 딱 우리가 늘 서있는 자리였다.
차 한 대가 인도 쪽으로 완전 박살이 나 있었다. 경찰들이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순간 사고가 정지되었다가 돌아왔다
내가 지금 여기 있으면 안되지..
아이 기관에 도착해서도 먼가 정신이 멍한 상태였다. 놀이터에 놀고 있는 막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엄마" 하면서 쪼르르르 달려와 안기는 막내를 꼬옥 안아 주었다.
먼가 모를 안심이 되었다 오늘 빨래가 많지 않았다면 마트 배송이 안왔다면.. 순간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랑 다시 그 길을 걸어가는데 통제가 더 광범위해져 있었다.
늘 아이와 걸어가던 길이었는데 그 길이 사고현장이 되어 있었다. 더 많은 경찰차와 119차량이 보였고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현장을 보고 있었다. 나는 아이와 빠르게 여기를 지나가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반대쪽은 아파트 공사로 인해 인도도 엉망이고 공사차량이 많이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아이 손을 꼭 잡고 앞만 보고 열심히 걸었다.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 모르겠다. 큰애들도 들어오면서 교통사고 이야기를 했다
"너희들은 그걸 어디서 들었니?"
아이들 입소문도 빠르네..
아이들 챙겨가며 저녁을 준비하는데 힘이 쫙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우리 동네에 사고 난 경험이 처음도 아닌데 이번에는 달랐다. 먼가 묘하게 달랐다. 내가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니고 직접 본 것도 아닌데 손이 덜덜덜 떨렸다. 아이들도 금방 엄마가 이상하다는걸 알았다.
꼬맹이들은 엄마에게 더 안겼고 큰애들도 괜히 엄마 옆에서 주절주절 떠들었다.
늘 내가 아이들을 챙겼는데 .. 아이들이 나를 챙기고 있다는 느낌을 처음 받았다 따뜻한 국한그릇에 소주 한잔인 생각났다. 국을 한솥 끓였다. 집에 국 끓일 재료들이 딱 준비되어 있었다. 내가 원래 국을 끓이려고 했었나? 파를 듬북 넣었더니 파국이 되었다.
"엄마가 또 파국 끓였다"
응?? 또 파국이라고?? 난 늘 다른 국을 끓였는데 아이들은 다 파국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파를 많이 넣고 음식을 하는데 아이들은 기똥차게 그 많은 파를 다 골라낸다. 잘게 자른 파도 하나하나 정성껏 골라낸다. 파 골라내는 걸 보면서 이 녀석들 되도 먼가 되긴 하겠어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처음에는 한두마디 하기도 하고 "고르지마!!" 고함도 쳐봤는데 소용없었다. 매일 그러면 밥 먹는 시간이 싫을 것 같아서 안 하기로 했다. 파는 이미 다 우러났을 테니...
뜨끈한 국에 소주 한잔 마시기로 했다. 딱 한잔은 괜찮겠지!! 했는데 2잔을 마셨다. 한잔은 좀 아쉬웠다.
다음날 다들 사고가 났던 그곳에 신호를 기다리고 길을 건너고 있는데 나는 그러지 못했다. 사고의 흔적이 조금씩 남아 있었다. 신호등도 휘어 있었다. 괜히 한두걸음 더 걸어서 다른 길로 가려는데 아이들이 내 손을 끌어당겨서 그 길을 지나갔다. 사람들의 이야기는 하루 만에 끝이 났다. 사고의 흔적은 그 다음날 다 사라졌다. 나만 계속 두려워하고 있었다.
조금 진정 될 때쯤 입병이 나고 말았다
입이 퉁퉁 부어서 보니 상처가 나 있었다. 종종 피곤하거나 예민하면 입안에 상처가 잘 생겨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잘 먹고 푹 쉬면 낫길래 이번에도 엄청 먹고 푹 잤다. 이틀이 지나고 삼일이 되도 계속 붓길래 연고를 구입했다.
"아따거어어어어어~"
연고가 이렇게 아픈 건 처음이었다. 우와.. 입안에 바르는 연고가 이렇게 아프다니.. 연고를 바르기 시작하니깐 붓기가 좀 사라지기 시작했다. 상처 느낌도 찐하게 났었는데 조금씩 좋아졌다. 몇일 잘 먹고 푹 자면 나았었는데 이번에는 오래가고 있다. 지금도 통증은 없지만 상처가 그대로 있어서 병원에 가봐야 하나 싶다. 막내가 "뽀뽀" 외쳐서 "엄마 입안에 상처가 있어서 안되.. 조금만 기다려줘"라고 하니깐.. 입을 보더니 "후~~"를 했다. 그 뒤로 뽀뽀 대신 "후~"를 해주고 있다. 아이들의 '후~'는 만병 통치약인가? 아프다 하면 매번 '후~'를 해주고 있다.
이렇게 가까이서 내가 늘 지나다니는 시간과 장소에서 사고가 난게 처음이라 .. 처음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