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나를 재운다

룰루랄라

by 사남매맘 딤섬

오후 6시가 되면 아이들 모두 집에 있다

이건 월화수목금토일 한번도 바뀐 적이 없다 10년 넘게 이어져오고 있는 저녁 루틴이다

아이들이 어릴 땐 오후5시면 집에 다 들어왔었다 토요일 일요일에 고비가 있긴 했지만 독하게 지켜왔다 (불꽃 축제가 제일 힘들었다 구경 가고 싶어~)

늦지 않게 저녁을 미리준비했다 우리 집은 식판을 이용하고 있다 식판에 반찬 3-4가지와 국을 담아준다 국 대신 고기나 돈까스등등 다른 메뉴를 주기도 한다 큰애는 이제 식판에 담긴 양이 적은지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수북이 담아주는데 늘 다 먹고는 투덜거린다. 다 같이 먹게 준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많다 보니 맛있는 반찬 개수 세가며 니가 많이 먹었니 내가 적게 먹었니 싸우는 날이 많았었다 안 먹는 반찬은 손도 안대고 먹은척 하기도 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다시 식판을 쓰고 있는데 설거지 힘든거 외에는 만족하고 있다

화기애애한 저녁 식탁 분위기는 아니지만 늘 같이 밥을 먹으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별한일이 없으면 꼭 아이들과 같이 밥을 먹는다 이 반찬이 짜니 싱겁니 이런 이야기도 같이 한다 다음에는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낸다 밥을 다 먹고 나면 큰애들은 숙제를 하고 꼬맹이들은 조용한 놀이를 한다 다자녀집의 평범한 저녁일상?


오후 8시

꼬맹이들이랑 선긋기 같은 그림찾기도 하고 동화책도 읽어준다 초등1학년까지는 읽어주자 하고 읽어주다보니 10년 넘게 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겠지만 최소 3~4년은 더 동화책을 읽어 주어야 한다 큰애들은 같이 보기도하고 학습만화를 보기도 한다 학습만화가 재미있는지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계속 빌려온다 역사부터 과학 수학 없는게 없었다 만화책의 끝은 어디인가..

책 읽기가 마무리되면 잠잘 준비를 한다 늦어도 10시전에는 아이들을 재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초등 저학년때까지만 해도 내 예상시간에 잠들었었는데 그 이후로는 들쑥날쑥 하고 있다. 코로나 전만 해도 애들 재우면 취미생활이나 공부를 조금 했었었다 신랑이랑 야식 먹으면서 술 한잔을 기울이는 날도 있었다. 내가 먼저 잠드는 날이 그렇게 많지 않았었다. 이제는 같이 조금만 옆에 있어주면 꼬맹이들은 잠드는데 늘 내가 먼저 잠이 들고 있다. 거의 머리만 대면 자는 기분이다.

아이들 재운다고 같이 누웠는데 잠깐 잠들었다가 번뜩 눈을 떴다. 그때 나는 보고야 말았다. 막내가 나를 토닥토닥 하면서 재우고 있었다. 내가 아이들을 재우는게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재우고 있었다. 이 모든게 내가 자기 위한 순서였나??

"너도 얼른 자야지"

"엄마 자면..."

그러고는 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코로나 이후로 체력도 떨어지고 부쩍 잠이 많아졌다. 커피의 힘(?)으로 어찌어찌 버티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건강상의 이유로 커피를 끊으면서 먼저 잠드는 엄마가 되어 버렸다. 일주일에 1~2일 정도 육퇴의 시간을 가지는 것 같다. 아이들과 일상이 같아지고 있는 주우우웅~

그냥 내가 기절하듯이 잠이 든다고만 생각했다 꼬맹이들이 잠든 뒤 내가 잠들었다고 믿었는데 아이들이 날 재우고 있다니 상상도 못 했었다. 어쩌면 아이들이 엄마 육퇴를 즐기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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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아이들 재우고 와인 한잔 하던 그때가 그립다.

지금은 첫째가 와서 치즈를 같이 먹고 있지 않을까? 싶다 ㅋ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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