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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주 Jul 12. 2020

네 번째 새 톱날을 끼우며

  살아가려면 우린 계속 트라우마와 싸워야 하나 보다. 새로 산 공구의 톱날을 세 개째 부러뜨리고 나서, 나는  톱이 부러질  같은 두려움 때문에 나무를  잘랐다. 내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 읽어본 설명서에는, “ 톱을 배우는 기간 동안 톱날이 부러질 생각을 하고 쓰고  기간 동안 톱날로부터 톱날로부터 최고의 성과를   있도록 배워야 합니다.”라고 적혀있었다. 처음 사용하는 내가 톱날을 부러뜨리는  전혀 이상한 상황이 아니었지만, 톱이 부러질 때의 굉음, 손으로 느껴지는 거친 진동은 나를 위축시켰다. 머뭇거리지 않고 톱이  길을 가게 해야  위험한데, 두려움은  손을 머뭇거리게 했다. 톱을 켜기 전부터  몸이 긴장됐다.

  멈추고 싶었다.  톱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포기하고 싶었다. 또다시 실패할까 봐 두려웠다. 실패가 두려운 이유는 그것이 내게 남길 상처 때문이다. 마음의 상처, 몸의 상처. 톱을 잘못 사용해 손이 잘리면 어떡하나, 나무가 잘못 튀어 얼굴을 다치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들이 나의 손을 멈추게 했다. 시도하지 않으면 성공할  없지만, 실패도 없을 테니까.

  실패를 맛보기 , 그러니까 톱을 사자마자 나무를 잘랐던 때가 지금보다 훨씬 나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톱이 부러질  어떤 소리가 나는지, 나무가 어떻게 튀며 손을 위협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아니, 톱이 부러질  있다는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없이 톱질을   있었다. 하지만  상태로 돌아갈 방법은 없었다. 성공하기 위한 과정에는 반드시 실패가 포함되지만, 실패하지 않기 위한 과정의 결과가 성공이라는 보장은 없다.

  실패가 무서운  하나의 이유는, 돈을 날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톱에게 겁먹은 상태를 극복하고 싶은 마음도 컸지만, 거금 들여 샀는데 썩힐  없다는 생각도  동력이 됐다. 어떻게 해야  자를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문제점을 발견할  있었다. “나도 지금도 부러뜨리면서 작업한다.   쓰려면 당연한 과정이라며 격려해준 대선배의 말에  힘을 냈다.

  톱이 손에 익어가는 과정처럼, 인간관계도 연애도  잘하려면 실패로 인한 상처를 이겨내야 한다. 적어도 내가 앞으로 나아갔던 시간들은 모두 그랬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과거의 실패 때문에  앞의 일을 망설이곤 한다. 과거의 연애로 인한 상처 때문에 지금 애인의 행동을 오해한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겪은 어려움 때문에  아이를 갖는 것을 주저한다. 이런 문제들은 돈을 날리는 것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에 오로지 마음의 힘만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주로 실패하지 않기 위한 쪽을 택해왔다. 누군가와 깊게 사귀었다가 상처 받는 것이 두려워  거리를 뒀다. 새로 산 톱을 이용해 고난도 작업을  정도로 실력을 쌓으려면 수많은 실패를 딛고 나아가야 하니, 무리가 가지 않는 간단한 작업만 하는 것과 같다. 다치지 않기 위해 어쩔  없다며 스스로를 위안하며 말이다.

  톱을 세 개째 부러뜨린 , 네 번째  톱날을 끼우며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와도 함께하지 않고 살아갈 것이 아니라면 실패해보자고. 물론 아직도 실패가 너무 무섭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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