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여린 나에게, 그럼에도 체납자를 응대하려 고군분투하는 나에게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적지 않으면, 더 이상은 이 회사에서 견디지 못할 듯싶다.
나는 차분한 어른이 되고 싶다. 그 어떤 강한 바람도 견디는, 그 어떤 상처의 말을 들어도 묵묵히 참는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런 어른은 어떻게 되는 걸까?
18개월가량, 체납자와의 최전선에서 그들을 상대하며 일했다. 이는 안타깝게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아직도 나는 ‘어디서 새파랗게 어린 것이 눈을 크게 뜨고 말해’라든지, ‘내 돈으로 너희 월급 받으니까 좋냐 xx아’와 같은 민원인의 양호한 폭언조차 견디지 못한다. 나는 민원 응대에 걸맞지 않은 사람인 걸까?
한 친구는 ‘너희 회사 들어가려면 어떤 능력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라고 물었다. 목 끝까지 ‘화를 참는 능력’이라는 말이 차 올라왔으나 끝내 내뱉지 못하고 ‘소통능력’ 정도로 순화해서 대답했다.
처음 근무를 시작했을 당시, 민원 응대가 어렵지 않았다.
하루종일 전산 업무를 보며 지루한 감정이 동반될 때쯤, 민원인의 전화가 왔다. 차라리 나았다. 비록 그 전화가 악성 민원과의 통화더라도 나는 새로운 사람과의 대화가 좋았다. 내가 취업 전까지는 누군가와 말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좋았던 감정이 갈수록 무뎌졌다. 어느 순간, ‘따르릉’ 소리가 미치도록 싫어졌다. ‘따르릉’ 소리가 울리면, 온 세상이 조용해지고 오직 내 전화기만이 ‘전화 받아. 너 돈 받고 일하잖아. 나 할 말이 많아’라고 외치는 듯 느껴졌다. 그래도 받아야 했다. 왜냐면 나는 정말 돈 받고 일하는 고용된 한낱 직원일 뿐이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으면 사실 걱정과는 다르게 80% 이상은 무난한 민원이다. 크게 힘들이지 않아도 지나칠 수 있는 민원. 감사할 따름이다. 왜 감사함의 감정을 느끼는지는 모르겠다. ‘화내지 않아 줘서 고마워’라는 생각을 하는 내가 한심하지만 그게 내 본심인 것은 어쩔 수 없다.
남은 20%는 이미 상당히 기분이 안 좋은 민원이다. 무언가 나의 업무로 인해 마음이 상한 사람이다. 대체로 국가에서 제정된 법에 따른 나의 행정처리에 기분이 나쁜 사람들이다. 달랠 방법이 없다. 나는 내 업무를 해야 하고, 그들은 내가 하는 업무가 맘에 들지 않는다. 그게 다다. 나는 현 상황을 말하고, 상대방의 폭언을 견디며 ‘죄송합니다. 하지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어요. 돈을 내시면 됩니다.’ 정도의 말을 반복할 뿐이다.
폭언이 싫지 않았던 입사 초를 지나,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의 시점에서 이 회사를 벗어나기엔 시간이 너무 흘렀다. 한 선배는 일명 ‘튀튀’의 시기는 입사 초 6개월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이미 그 3배가 지나서 갈 곳도 없다.
그럼 나는 버텨야 한다. 왜냐하면, 나의 정년은 아직 30년도 더 남았기 때문이다.
그럼 나는 어떻게 버텨야 할까.
고민 끝에 이 모든 감정을 글로 적어보기로 했다. 내가 만나는 다양한 사람의 유형을 기록하려 한다. 그게 내부민원이든 외부민원이든, 나는 입사 후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람의 유형에 대해 깨달았다. 내가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 그 모든 사람 들을 기록하며, 내 마음을 기록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