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합격 이후 가장 행복했던 순간
취업준비생 시절 내 휴대폰 배경화면은 ‘엄마 나 합격했어’라는 문장이 적힌 사진이었다.
이 문장을 소리 내어 말하는 것, 그리고 엄마 아빠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의 하나뿐인 목표였다.
최종합격 발표 문자를 받고 홈페이지에 접속했던 순간에 나는 방 침대에 누워있었다.
채용 홈페이지에 들어가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손이 떨렸다. 손에 땀이 났다. 손에 땀이 나서 휴대폰을 꽉 쥐고 있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휴대폰이 손에서 미끄러질 것만 같았다.
홈페이지에서 내 이름을 검색했다. ‘최종합격’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눈물이 났다. 지난 힘들었던 날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제 와 굳이 눈물의 의미를 생각해보자면 과거의 나, 어린 나,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은 나에 대한 감사의 눈물이었으리라.
그리고 바로 거실로 나갔다. 거실에는 엄마 아빠가 함께 있었다.
그 날 최종합격자 발표가 나는 것을 말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울면서 말했다. 나 합격했어.
그 순간 아빠의 눈은 동그레졌으며, 엄마는 환호성을 질렀다. 아빠는 휴대폰을 찾더니 즉시 큰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참을 자랑했다. 전화기 너머로 큰아빠도 축하해주셨다. 엄마는 이모에게 전화했다. 비슷한 내용으로 자랑했다. 덩달아 이모의 축하도 받았다. 이런 시간이 이어졌다. 엄마 아빠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 순간 생각했다. 나는 오늘 이 순간을 위해 공부했구나. 부모님이 즐거워 하시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나의 힘들었던 기억이 모두 미화되었다. 흘렸던 눈물의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었다.
아빠는 전화를 끊고, 가까운 친인척이 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수빈이 합격했대’라는 말을 올렸다. 귀여운 이모티콘도 함께 올라왔다. 모두에게 전화할 수 없으니 채팅방에 한번에 자랑하고 싶으신 듯 보였다. ‘채팅방까지 왜 말해. 누가 보면 몇 년 고생하다 취업한 줄 알겠어!’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사실 좋았다. 시간이 지나며 친인척들로부터 여러 축하 메시지가 왔다. 아빠는 행복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나도 덩달아 행복했다.
나는 엄마 아빠의 자랑스러운 딸이다. 그 순간만큼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나는 자랑스러운 딸이다. 그리고 그 순간, 이상하게 벅차올랐다. 나는 언제나 부모님의 자랑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아빠의 행복한 모습을 계속 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힘들어도 일한다. 그리고 힘들 때는 늘 생각한다. 나의 부모도 이런 막중한 책임감으로 살아왔겠지. 가족이 없었더라면 진작 그만두었을 일들을 해왔겠지.
퇴직금을 계산하며 언제 그만두는 것이 좋을까 고민할 때마다 떠올린다. 내가 일을 그만둔다고 말할 때 보일 부모님의 표정. 말로 표현하지 않으실 테지만 보일 실망스러운 표정. 그 표정을 볼 수 없다. 그래서 내일도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