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나야~
다짜고짜 화를 내는 민원인의 전화를 받았다.
어느 직원의 잘못된 안내로 번거로움을 겪었다는 내용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이 상할 수도 있겠거니 싶었다. 해당 직원을 대신하여 사과했다. 해당 상황을 바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절차에 따라 3일 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원인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재차 화를 냈다. 폭언은 주로 ‘너네 회사는 직원 교육을 왜 이렇게 하냐’ 혹은 ‘같은 직원인데 아가씨가 더 사과하라’ 등의 내용이었다.
가만히 듣다 보니 나도 화가 났다. 일단 해당 오 안내는 나의 잘못이 아니다. 또한,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한 충분한 사과 이후 해결안을 제시한 상황에서 무엇을 더 바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후의 상황은 단순 폭언의 반복일 뿐이었다.
반복적으로 ‘그 직원은 뭐길래 안내를 이렇게 했냐’라는 말에, 나는 그 직원과 전화 연결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새로운 폭언이 이어졌다. ‘당신, 같은 회사 직원 아니야? 내가 이 회사 직원들 교육해 주는 거야. 교육이 덜 됐으니까’ 혹은 ‘그 사람 바꿔줘서 사과받으면 뭐가 달라져? 아가씨가 사과해’
도대체 찾아가서 무릎 꿇고 사과라도 하란 것인가? 잘못된 안내를 한 직원은 중년의 남성이고 나는 목소리부터 어린 여성이어서 오히려 내게 화를 내는 것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20분 이상 같은 내용의 반복적인 폭언에 지친 나는 울컥했다.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으며 계속하여 죄송하다 해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말은 빙빙 돌았다. 모두 한 내용이었다. 내게 계속해서 화를 내면 화가 풀리나? 하는 근본적인 의문마저 들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반복하던 순간 눈물이 났다. 이 모든 상황이 억울했다. 그저 민원인은 화를 내고 싶었고, 하필 전화를 받은 사람이 나였다. 나는 도대체 언제까지 민원인에게 저 자세로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해야 할까 싶었다.
이 회사는 도대체 직원을 보호하긴 하는 건가?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일해야 하는가? 반복되는 생각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눈물이 나는 내가 싫었다. 차라리 싸우고 싶었다. 하지만 눈물 때문에 대답도 잘 못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와중에 울지 않는 목소리, 담담한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하는 내가 싫었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더 강한 사람이고 싶었다. 해당 통화는 ‘다음부터 잘하세요’라는 민원인의 끝맺음으로 끝났다.
화장실에서 한참을 울다가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화가 나도 울지 않을까? 울컥해도 울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어른들이 부러웠다.
옆자리 과장님은 휴지를 건네주며 내게 말했다.
나도 너 나이 때 많이 울었다. 시간 지나니 외부 민원은 하나도 안 무서워. 어차피 평생 안볼 사람들이잖아. 별거 아냐 울지마, 울지마. 익숙해 질 거야.
하지만 나는 이러한 폭언에 익숙해지는 일이 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