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습관처럼 옷장을 정리하며

계절은 왜 이리 빠르게 바뀌는지

by 빙수


계절을 보내며 나는 습관처럼 옷장을 정리한다. 이번 겨울도 어김없이 옷장을 정리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득 또 이렇게 시간의 흐름을 느낀다.



올 겨울 첫눈


습관적으로 해 오던 옷장정리라도 해마다, 계절마다 그 기분이 다르다.

20대 초반의 나는 옷장을 정리할 때면 좋아하던 옷을 모두 입어봤고 거울 앞에서 사진도 찍었고 언제 입고 나갈지 상상도 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옷을 여러 번 입고 벗는 그 과정은 강한 체력을 요하는 일이었건만, 그 당시의 나는 그 과정이 참 즐거웠다.

그 시절로부터 그리 많은 시간이 흐른 것은 아니지만, 요즘의 나는 그런 행동을 하진 않는다. 오히려 옷을 사러 가서 탈의실에서 입어보는 행위에도 번거로움을 느끼는 사람이 되었다. 체력의 문제인지 성격이 달라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그 이유까지 내게 중요하진 않다.



3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을 버리는 것은 내 오랜 목표이다. 무언가를 쉽사리 버리지 못하는 성격 탓에 고등학생 때 샀던 블라우스조차 오랜 시간 버리지 못했다. 과감하게 작년에 버렸다.

생각해 보면 이런 성격은 옷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그 어떤 오래되어 사용할 수 없게 된 물건이나, 더 이상 인연이 아닌 사람에게도 해당되었다. 나는 유독 무언가 쉽게 놓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힘들어하면서도 오랜 시간 끌어온 인연이 많다. 그 끝은 언제나 별 볼 일 없었고, 돌아보면 뭐 그리 어려웠나 싶다.

어쨌든 안 입는 옷들에게서라도 자유롭고 싶어 졌기에, 과감하게 3년 이상 입지 않은 옷은 버리기로 결심했다. 이번 겨울 옷장정리에서는 꼭 성공하기를.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오늘 입고 나온 겨울바지가 눈에 들어왔다. 두터운 기모가 들어있기에 겨울에는 따듯하지만 그 외의 계절엔 도통 입을 일이 없다. 겨울옷을 정리하면 이 바지도 ‘겨울옷상자’ 속으로 들어가겠지.

올 한 해 봄, 여름, 가을을 무사히 보내고 눈 내리는 겨울에 다시 만나기를, 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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