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재개발
안녕하세요 저희는 KBS <거리의 만찬>을 제작하고 있는 이승문, 이이백 피디입니다.
지난 <정치의 조건> 2부작에 대한 관심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오늘 방송될 <거리의 만찬> 14화 “메이드-인 을지로”는 ‘을지로 재개발’을 다뤘습니다. 을지로 현장에서 장인들을 직접 만나 공간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했습니다.
ep14.메이드-인 을지로
방송일 : 2019년 2월 22일(금) 밤 10시, KBS1TV
사실 이미 끝난 이슈입니다. 2006년, 오세훈 시장 시절 을지로는 개발촉진지구로 지정됐습니다. 시장은 바뀌었지만 민간자본의 재개발은 작년 10월 시작돼 을지로 앞 400여 가구는 이미 철거됐습니다. ‘을지면옥’등 노포들이 사라진다는 데 대한 대중들의 반감으로 잠시 사업이 중단됐지만 서울시의 힘으로 사업 전체를 뒤엎기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을지로는 사라질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거리의 만찬>은 어쩌면 우리가 잃어버리게 될 공간이 어떤 모습인지, 헤어지게 될 사람이 누군지 한번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거대한 액수가 오가는 재개발 사업 아래 실제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만나보기로 했습니다.
짧은 취재기간 을지로에 머물며 제작진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을지로에, 최소 30년의 기술을 가진 장인들이 만든 거대한 제조업 클러스터가 있었습니다. 거대한 빌딩에 가려져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을지로의 오늘은 7-80년대 제조업의 밑바탕이었던 그때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빠우, 시보리, 정밀, 언뜻 이해할 수 없는 간판 아래에는 숙련된 기술자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모두가 연결된 을지로는 아주 오래된 마을이었습니다.
낙후된 것들을 견디지 못하는 우리에게, 그 모습들은 어쩌면 하찮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재개발은 아주 손쉬운 결정일지도 모릅니다.
살아있는 박물관 안에서 한 평생을 보낸 장인들은 스스로 이 사회의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블루칼라’라는 이유로, 작업복을 입고 ‘화이트칼라’들과 섞여서 밥 먹는 것도 겸연쩍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기술을 전수할 사람도 없어 ‘5년만’ 더 일하면 자신들의 자취는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모여서 싸운다고, 시청 앞에서 데모를 한다고 미래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체념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오늘도 서울 한복판에서 숙련된 기술로 위험한 기계를 다루며 50년째 하나의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거리의 만찬> 14화 연출
이승문, 이이백 드림.
할 말 있는 당신과,
<거리의 만찬>은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rogram.kbs.co.kr/1tv/culture/feastontheroad/pc/list.html?smenu=c2cc5a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KBS거리의만찬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road_din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