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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BS 거리의 만찬 Mar 21. 2019

ep2. 천 개의 낙태

낙태라는 '죄'에 관하여

안녕하세요, 저는 KBS <거리의 만찬>을 제작하고 있는 이승문 피디입니다.     


우선 지난 1회, '아주 보통의 학교' 편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봐 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2018년 11월 23일 방송된 2회, <천 개의 낙태> 편을 연출하였습니다.




ep2. 천 개의 낙태

방송일 : 2018년 11월 23일(금) 밤 10시, KBS1TV


모두 아시겠지만 낙태죄는 현재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방송이 나가던 작년 연말 안에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결국 해를 넘겨 오늘에까지 오게 됐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심리가 무려 7년 간 이어지고도 결론이 나지 않을 만큼, ‘낙태죄’를 둘러싼 논쟁은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뜨거운 화두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낙태죄 폐지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 본 적 있나요?


동시에 ‘낙태죄’는 쉽사리 입을 떼기 힘든 주제이기도 합니다. ‘낙태’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묵언의 무거움 같은 게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종교계를 비롯한 극렬한 반대파들의 목소리가 워낙 거세다 보니 차분하게 논의가 이어지기 힘들기도 합니다.


저희 <거리의 만찬> 제작진은 그런 분위기 속에 묻혀있는 당사자 여성들, 당사자 여성들의 몸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습니다. ‘낙태를 해도 되나, 하지 말아야 하나’를 떠나, 현실에서 여성은 어떤 사연 속에 낙태를 선택하게 되고 그 이후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우리 사회가 외면했던 목소리를 듣기로 했습니다.     

 

이제까지 우리 사회는 임신이나 낙태의 책임을 온전히 여성의 몫으로만 남겨두었던 것 같습니다


감사하게도 네 분의 여성들이 얼굴을 공개하고 저희 MC들과 대화를 나누어주었고 얼굴을 공개하기 힘든 다른 네 분의 사연도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천 개의 낙태’라는 소제목이 암시하듯, 저희는 모든 ‘임신 중단’에는 각기 다른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이 다르고 그 경로 경로마다의 선택이 달라지듯, 인생에서 일어나는 다른 사건들처럼 임신 중단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되는 것'이라는 것 말입니다.    


낙태죄에 대한 당사자들의 생각을 듣고 낙태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현실을 최대한 보여드리려 하였으나, 대중매체라는 한계와 제작진의 역량 부족으로 충분히 표현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의 현재 논의 수준에서 한 발 더 깊이 들어가거나, 잊혔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라도 저희가 해낼 수 있길 바라며 혼신의 힘을 다해 제작했습니다.     


미혼모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와 편견이 어쩌면 우리가 단죄해야 할 진짜 '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거리의 만찬> 2화 ‘천 개의 낙태’ 편이 좀 더 생산적인 논의를 촉진하고 사회 전체가 함께 책임을 지는 방향을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되길 빕니다. 한계와 성과에 대해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신다면 더없이 감사할 것입니다.     




할 말 있는 당신과,

<거리의 만찬>은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rogram.kbs.co.kr/1tv/culture/feastontheroad/pc/list.html?smenu=c2cc5a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KBS거리의만찬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road_d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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