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자유화, 그리고 학생인권에 관한 이야기
안녕하세요.
KBS <거리의 만찬> 3화, '머리가 뭐라고' 편을 연출한 이이백 피디입니다.
3화 '머리가 뭐라고'편은 작년 9월 서울시 교육청에서 발표한 ‘서울학생 두발 자유화선언' 이후, 우리 사회에서 다시 화두로 떠오른 중고생 두발 자유화에 관한 이슈를 다루었습니다. 중고생 두발 자유화가 뭐 그리 큰 이슈인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볼 때 우리 사회에서 그간 청소년들이 자신의 문제를 가지고 목소리 내어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또한, 학생들의 두발규제는 지금 현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모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만 학생의 신분을 벗어나면 금세 잊어버리게 되는, 그래서 생각보다 아주 긴 시간 지속된 이슈입니다.
ep3. 머리가 뭐라고
방송일 : 2018년 11월 30일(금) 밤 10시, KBS1TV
저희 <거리의 만찬> 제작진은 이 이슈의 찬반 의견을 중점적으로 담기보단 직접 당사자인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메인 토크는 출연 인원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다양한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기에는 한계가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 손에 직접 카메라를 맡겼습니다. 카메라 앞에서도 자신들의 의견을 거침없고 당당하게 표현하는 ‘요즘 애들’의 생생한 모습을 그대로 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촬영이 조금은 거칠고 서툴러 보이지만 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메인 토크에서는 두발 자유가 전면 허용된 학교의 학생, 여전히 규제 속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 등 총 4명의 학생들이 출연해 MC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두발 자유화에 찬성하나요? 어떤 머리가 하고 싶나요?”라고 묻는 제작진에게 아이들은 오히려 되물었습니다. 왜 규제를 받아야 하는지, 학생에게도 인권이 있는 것 아닌지.
“인권이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에서만 다르게 적용되어야 하나요?”
어쩌면 입시 강박 속에 어른들이 빼앗고 아이들 스스로도 유예시켰던 ‘학생인권'. 결국 두발 자유화는 단순히 학생이기 이전에 우리 사회의 시민인 학생들의 인권 문제라는 걸 학생들을 통해 배울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학생들과 만나며 느낀 건, 학생들에게 머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대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그 나이에 짊어질 수밖에 없는 책가방의 무게가 사실은 그 밖의 모든 걸 압도하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학생으로 살아간다는 건 결국엔 무두 입시라는 중량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다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가능한 많은 학생들의 목소리를 담았다고 생각했지만, 충분하지 않은 부분 역시 존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학생들이 ‘발랄하긴 하지만 아직은 미성숙한 존재’로 비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큽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의 생각을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기를, 우리 사회가 다시 한번 ‘머리’에 대해 그리고 학생의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송이 되었길 바랍니다.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입니다. 한계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할 말 있는 당신과,
<거리의 만찬>은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rogram.kbs.co.kr/1tv/culture/feastontheroad/pc/list.html?smenu=c2cc5a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KBS거리의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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