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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BS 거리의 만찬 Apr 22. 2019

ep6.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

삶의 조건 2부작 - 간병


안녕하세요.  

<거리의 만찬> -삶의 조건 1부- ep.6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연출한 박상욱 PD입니다. <거리의 만찬>은 연말연시를 맞아 인생의 의미를 돌아보는 ‘삶의 조건 2부작’을 기획했습니다. 그 첫번째 주제는 ‘간병’입니다. 







ep6. 우리가 사랑할 수 있는 시간

방송일 : 2018년 12월 21일(금) 밤 10시, KBS1TV


아픈 가족을 돌보는 간병 가족, 간병이 삶의 전부가 되어버린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긴 글을 썼다가 지우고 다시 씁니다.


작년 초, 가족 중 한 명이 췌장암 확진을 받았습니다. 저의 아기가 태어난 다음 날 알게 된 사실입니다. 지난 1년 반 동안 꽤 어려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행히 몇 차례에 걸친 항암치료와 수술이 잘 되어서 최근에는 많이 회복된 상태입니다.


간병 가족 10명 중 3명이 '환자를 죽이거나 같이 죽으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그러다 <거리의 만찬> 정규 프로그램 론칭 준비에 한창이던 지난 9월, <서울신문>의 기획연재 ‘간병살인 154인의 고백’이라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치매나 암, 뇌졸중 등 중증 질환 환자를 돌보는 간병가족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다 환자를 죽이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간병살인 당사자의 이야기를 집중 조명한 기사였습니다. 앞서 일본 마이니치 신문이 <간병살인>이라는 기획기사와 책을 내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다룬 <서울신문>의 기사는 사뭇 그 의미가 컸습니다. 남일 같지 않은 이야기들이 그 속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가 핵가족화가 되며 아픈 가족을 함께 돌보기 힘든 환경이 됐습니다.


이미 고령사회인 우리나라는 향후 7년 이내에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20%이상)에 진입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속도입니다. 치매 인구는 공식 추산으로만 70만 명 정도 됩니다. 이들을 돌보는 가족까지 합치면 수백 만 명이 되겠지요. 치매 하나만 놓고 봐도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중증 질환 환자 가족까지 합치면 그 수가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 힘듭니다. 


<거리의 만찬>은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간병가족들을 만났습니다.


간병 가족들은 질병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고 기약없는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짧게는 2년부터 길게는 10년 넘는 세월을 오롯이 가족 돌봄으로 보낸 분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말 그대로 ‘눈물 없이 듣기 힘들다’고 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물론 울기 위해서, 울리기 위해서 만나지 않았습니다. 


어디에서도,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던 이분들의 실제 삶의 현실을 어떻게든 노골적으로 드러내야만 간병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인지, 우리 사회가 어떻게든 해법을 찾아야만 한다는 점이 전달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재가요양서비스 이용시간은 하루 약 3시간, 급한 일을 처리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간병 가족들에게 무엇보다도 절실한 것은 ‘휴식’입니다. 


국가도 이를 모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간병 휴가(가족돌봄휴가), 간병 휴직(가족돌봄휴직), 노인장기요양보험, 재가방문요양서비스, 치매국가책임제 등등 각종 제도들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희가 취재를 위해 만났던 분들은 하나같이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간병 가족들이 가장 원하는 제도는 돈을 벌며 가족을 돌볼 수 있는 간병휴가, 간병휴직 정책이었습니다.


방송에서 이들 내용을 모두 담을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 ‘간병 휴직’ 제도만은 꼭 개선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지금도 간병 휴직 제도가 있기는 합니다만, 무급인데다 사업주 재량으로 얼마든지 거부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일이냐 간병이냐’의 갈림길에서 실직을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안 그래도 큰 간병비 부담에, 경제적 궁핍까지 들이닥치는 악순환의 고리입니다. 


‘간병 휴직’은 사실 휴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간병에 더 집중하도록 돕기 위한 제도입니다. 휴식을 위해 필요한 것은 ‘간병 휴가’입니다. 치매의 경우, 현재 국가에서 6일 동안 가족 대신 환자를 돌봐주고 간병가족이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는 ‘치매가족휴가지원제도’를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실제 이용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 6일 동안 환자를 믿고 맡길 만한 시설이나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요양 시설은 전국에 2% 밖에 되지 않습니다. 






간병 가족들의 절박한 호소에 이제는 우리 사회가 응답할 때입니다


50분의 방송 시간이 이처럼 짧게 느껴진 적이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저의 편지도 너무 길어져버렸네요. 이번에도 제작진 모두 정말 최선을 다해서 만들었습니다. 아무쪼록 그 누구보다 바쁜 시간을 쪼개 녹화에 참여해주신 간병가족들의 이야기가 여러분과 시청자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습니다. 격려와 지적 모두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상욱 피디 드림

(wook@kbs.co.kr)





할 말 있는 당신과,

<거리의 만찬>은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program.kbs.co.kr/1tv/culture/feastontheroad/pc/list.html?smenu=c2cc5a


유튜브 : https://www.youtube.com/c/KBS거리의만찬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road_di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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