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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KBS 거리의 만찬 Apr 01. 2019

ep5.
새우잠을 자면서도 고래꿈을 꾼다

홈리스와 빅이슈

※ 가수 임재범 님의 <비상>을 함께 들어보시길 권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KBS <거리의 만찬>을 제작하고 있는 조현웅 PD입니다. 저희 <거리의 만찬>에 늘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보내주시는 애정 어린 소감과 조언은 용기를 내어 출연하시는 모든 분들과 제작진에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저는 <거리의 만찬> 다섯 번째 이야기, <새우잠을 자면서도 고래꿈을 꾼다> 편을 연출하였습니다. 해당 편에서는 홈리스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 ‘빅이슈’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꿈들을 키워가고 있는 ‘빅이슈 판매원’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ep5. 새우잠을 자면서도 고래꿈을 꾼다

방송일 : 2018년 12월 15일(금) 밤 10시, KBS1TV

'새우잠을 자면서도 고래꿈을 꾼다' 부제는 어릴 적 즐겨본 천계영 작가의 만화 '오디션'에서 따왔습니다

‘빅이슈’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선 2010년 ‘빅이슈 코리아’가 만들어졌습니다. 그 동안 각종 매체들로부터 종종 조명되며 대중들에게 알려졌지요. 보통 ‘노숙인을 위한 자활 잡지’, ‘유명인들의 재능기부로 제작되는 잡지’ 정도로 알려졌을 것입니다. 저는 그랬습니다. 그리고 딱 거기까지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간 ‘빅이슈 판매원’, 이른바 ‘빅판’들을 몇 차례 지나가며 봤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이번 편을 제작하기 전 구매해본 적은 없습니다. 단순히 ‘아 저게 그 잡지구나’ 정도로만 되뇌며 제 갈 길을 가곤 했지요. 아마도 그들에 대한 유대감이 전무했던, 제 빈약한 감수성 때문이었을 겁니다. 길 위의 홈리스를 보며 ‘정 돈을 벌고 싶으면 알바라도 하면 되지 않나?’라고, 그들의 처지를 개인에게 온전히 귀속시키는 생각 따위 말이죠.

빅이슈 판매원, 이른바 '빅판'들은 거리를 무대로 한 프로페셔널 '노동자'입니다

제가 <거리의 만찬>에서 ‘빅이슈’를 다루게 된 건, 우연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의 MC를 맡고 있는 김지윤 박사로부터 ‘홈리스 월드컵’에 대한 기사를 전해 들으며, 이른바 ‘아이템’을 잡게 되었기 때문이지요. 고백컨대, 시작은 단순한 ‘흥미’였습니다. ‘홈리스가 월드컵을 한다니, 무슨 사연이?’ 따위의 ‘방송국놈들’ 스런 생각이었습니다.

엠넷, <방송의 적> 中

전세계 다양한 '홈리스'들이 만드는 축제의 장, '홈리스 월드컵'

제작기간 불광동 ‘빅이슈’ 사무실을 드나들며 관계자분들을 만나고, 그분들의 일을 도왔습니다. 서울 곳곳의 지하철 출구에 서계신 ‘빅판’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목적과는 별개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거리 위 홀로 섰던 많은 분들에게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누가 과연 이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개인의 문제는, 어쩌면 모두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하더군요. 누군가 ‘홈리스’가 된 계기부터,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던 현실까지. 그 무엇 하나 온전히 개인적인 것은 없었습니다. 교훈적 동화의 주인공처럼 정말 ‘열심히’ 살더라도, ‘사회’는 동화가 아니니까요.

어느 누구도, '홈리스'가 되길 '원했던' 사람은 없었습니다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미선 님의 '인생 호떡론'

이번 방송을 준비하며 ‘이전의 저’를 시청자로 상정해봤습니다. 방송을 통해 누군가는 그간 차갑게 지나치던 홈리스들에 대해, 혹은 그 모든 소외된 분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추운 겨울, 음지에서 더욱 추울 분들이,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

방송 전 날에는 눈이 펑펑 왔습니다. 휘날리는 눈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밖에 있어야만 할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겠지요. 완연한 겨울이 되었습니다. 늘 감기 조심하시고, 건강 챙기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