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다, 너가 깊어지는 거짓말같은 하루였다.

by 김나현

나는

너를 도려내기로 했다.

더 깊어지기 전에.

감정이 뿌리 내리기 전에.


딱,

세 달.

그쯤이면

이별쯤은

감당 가능한 계절일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짧은 틈 사이로

내 마음을 뒤집었다.


가벼울 줄 알았던 네 존재는

단단했고,

느려서 더 깊었고,

지울수록

더 또렷해졌다.


네 마음은

무너지는 게 아니라

단단히 휘어지는 것이었고,

그 안에 담긴 진심은

생애 처음 보는 온기였다.


'나'라는 이유만으로

흘러넘치는 마음—

내가 늘 바랐지만

가질 수 없던 것.


늘 마음 어딘가에

아린 결핍으로

남았던 그 아련함을

너는 그렇게 단숨에,

나에게 안겨주었다.


마음을 돌이켜보다 오늘이 되었다.

만우절이다.

하루만 더, 이 사랑이

이대로만 거짓말처럼 흘러가기를


행복은 나에게 늘 사치였기에,

나는 이 하루하루를

기적처럼 받아들여야 한다.


아낌없이 행복할 용기조차 없는

겁쟁이 쫄보라서

오늘도

감사함으로 나를 단죄한다.


너무 행복하지 않기로.

너무 기대하지 않기로.

밤이다.

너가 깊어가는 거짓말같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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