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사랑을 하나의 상태처럼 여긴다.
한 번 도달하면 오래 머물 수 있을 것 같은 지점, 조심히 다루기만 하면 그대로 남아 영원할 것 같은 마음. 그래서 사랑을 유지한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쓴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그 말이 왜 자주 공허해지는지 알게 된다.
사랑은 가만히 둔다고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
특별히 무너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저절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많은 관계가 끝났다기보다, 어느 순간부터 앞으로 가지 않게 된 것처럼 보인다. 움직이지 않는 동안, 우리는 그 자리를 유지라고 불렀을 뿐이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 대단한 계기 때문은 아니었다.
아주 사소한 장면들이 기억 속을 스쳐지났다. 너는 늘 첫입을 나에게 주었고, 어디를 가든 데리러 왔으며, 돌아갈 때는 거의 빠짐없이 끝까지 함께했다. 너의 행동들에는 설명도, 강조도 없었다. 그저 그렇게 몸이 먼저 움직이는 사람처럼 보였다.
같은 행동이 반복되었는데도 이상하게 무뎌지지 않았다.
익숙해질 법한데도 매번 새로 느껴졌다. 그것은 습관이라기보다, 그날그날 다시 선택된 행동처럼 보였다. 감정이 앞서는 날도 있었을 테고, 피곤함이 먼저인 날도 있었을 텐데, 너는 그 차이를 굳이 말로 드러내지 않았다.
마음이 늘 같을 수 없다는 건 누구나 안다.
대신 태도는 비슷한 방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도. 흔들리는 감정 위에서 다시 방향을 잡는 일, 사랑은 아마 그 반복에 더 가까웠다. 크게 다짐하지 않아도, 매일 같은 쪽으로 한 걸음 옮기는 일.
어른의 사랑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나는 이제 다른 장면을 생각하게 된다. 이미 다 안다고 말하지 않는 얼굴, 이미 들었다는 이유로 질문을 건너뛰지 않는 태도. 상대를 정리해두는 대신, 오늘의 상태를 다시 살피는 쪽을 택하는 사람.
너는 하루의 시작과 끝엔 매일 빠짐없이 물었다.
오늘은 어땠는지, 몸은 괜찮은지, 마음은 어디쯤 와 있는지. 그 질문들은 답을 요구하는 것 같지 않았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기색도 없었다. 다만 오늘의 나를, 오늘의 나로 불러주는 방식처럼 느껴졌다. 이미 비슷한 하루를 여러 번 보냈을 텐데도, 너는 그 질문을 생략하지 않았다. 어제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여도, 오늘은 오늘이니까. 그 차이를 굳이 설명하지 않으면서도, 행동으로는 분명히 구분해두는 사람 같았다.
나는 이제 안다.
사랑은 특별한 날에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기념일이나 약속보다, 이런 사소한 확인들 속에서 더 또렷해진다는 걸. 오늘도 함께 있고 싶다는 마음이, 이렇게 조용한 방식으로 반복된다는 걸.
늘 첫입을 먼저 내어주고, 늘 데리러 오고, 늘 끝까지 데려다주고, 그리고 하루의 상태를 묻는 그 질문들 속에서 나는 오래 머물 수 있었다. 어제의 나로 판단받지 않고, 내일의 나를 요구받지 않은 채, 지금의 나로.
사랑은 이런 식으로 유지가 아니라, 다시 시작의 반복이었다.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오늘을 그냥 지나치지 않겠다는 선택들이 쌓이면서. 그래서 어느 날 돌아보면, 유지해온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다시 시작해왔다는 걸 알게 되는 것. 변함없이 다정한 너 옆에서 나는 그 사실을 배웠다. 사랑은 오래 버티는 마음이 아니라,오늘을 한 번 더 묻는 태도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