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공성근 Sep 02. 2021

#1. [프롤로그] 대륙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欢迎光临‘이'你走吧’로바뀌기까지


지난 5월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90년생 직장인입니다. 중국 경험이 많지 않은 저에게 이곳에서의 모든 것은 새롭습니다. 편견이 없이 받아들이고, 배우고 있습니다. 브런치를 새 일기장 삼아 제 중국 경험기를 하나씩 적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에필로그에서 되돌아봤을 때, 후회와 눈물뿐인 일기장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넷플릭스'에서 중국산 콘텐츠는 그리 많지 않다. 중국 내에서 넷플릭스를 사용할 수 없다 보니 수요도 많지 않아서일 것이다. 그나마 중국산 콘텐츠 중 우리에게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드라마 '벌써 서른(三十而已)'다. 상하이에 살고 있는 3명의 다른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드라마는 세 주인공의 29살 시절부터 시작된다. 중국 드라마지만 무협과 역사가 아닌 요즘의 이야기이며, 귀신도 나오지 않고 시간 여행도 하지 않는다. 현실적인 드라마다. 나는 중국행이 확정된 순간부터 어학 공부를 위해서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드라마에는 세 명의 여자 주인공이 있지만, 절반 가까운 분량을 '왕만니'가 차지한다. 배우 장수잉(江疏影)이 맡은 역할로 시골에서 올라와서 악착같이 상하이 생활을 버티며 성공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캐릭터다. 굳세도 당당하게 상하이 생활을 버텨나가지만 현실에 부딪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대구에서 올라와 서울에서 살며 수십 번을 고향에 내려갈까 고민한 내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왕만니의 상징적 대사는 "환잉광린(欢迎光临)", 우리말로 "어서 오세요"다. 명품 매장에서 판매원으로 일하는 왕만니는 매장에 오가는 고객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인다. 그리고 웃으며 말한다. "환잉광린". 이 대사에는 왕만니의 다양한 감정이 담겨있다. 일자리를 지켜내고, 옷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 매일같이 외치는 말이지만, 때론 눈물을 흘리며 저 말을 해야 한다. 자신은 결국 상하이에 어서 오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된다.


드라마의 영향으로 '환잉광린'은 내가 가장 듣기 좋아하는 중국말이 됐다. 중국 생활에 대한 나의 기대감도 어느 정도 반영됐다. 어서 오세요, 이랏샤이마세(いらっしゃいませ)도 듣기 좋은 말이지만, 좀 더 환영하는 느낌이다. 지난 5월 중국에 입국해 자가격리 호텔에 들어갔을 때에도, 바깥으로 나와서 2천원짜리 마라탕 집에 갈 때도 항상 듣는 말이다. 어딜가나 환영받는 건 좋지 않은가.


베이징 한국인 거주 지역 왕징(望)의 야경


눈 깜짝할 사이 베이징에 온지 3개월 하고도 3주가 지났다. 22일간의 격리는 지나고 보니 이틀 같았고, 그 힘들었던 이사도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진다. 직업 상 하루도 빠짐없이 돌아다녀야 하다 보니 그동안 많은 사람을 만났고 다양한 경험을 했다. 백지로 비워둔 중국이라는 자리에는 새로운 인식이 생겼고, 그 인식은 벌써 편견으로 굳어가기 시작할 정도다. 여전히 많은 곳에서 '환잉광린'을 듣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반가움은 처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대신 요즘은 “你走吧", “你干嘛呢"를 듣고 있다. "가세요!", "뭐하세요?" 정도로 해석할 수 있지만 실제 중국 사람들의 억양을 더하면 "꺼져라!", "당신 뭐해?"로 해석하는 게 적당할 것이다. 외국인, 특히 한국 사람에 대한 중국인의 배타적인 태도가 반영된 표현이다. 처음 알았다. 중국도 그다지 한국 사람을 환영하지 않는다는 것을.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에 보도에 따르면 한국의 20~30대 소위 MZ세대들은 일본보다 중국을 더 싫어하고 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한한령과 중국발 대기오염, 코로나19 상황 등이 반중정서를 부추겼다고 평가했다. 다른 국가나라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 누군가는 중국을 싫어할 이유가 수백수천 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적어도 중국에 대해서 알고 싫어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우리가 쉽게 여길 나라는 아니다. 우리와 근접한 가장 강한 나라고, 우리가 무역을 통해 가장 많은 이윤을 남기는 상대국이다. 북한 문제마저 엮여있다. 마냥 싫어만 하다가는 우리가 많은 것을 잃을 있다는 소리다.


지금부터 연재하는 글로 우리가 중국을 우리가 왜 싫어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고, 그럼에도 어떤 점을 배워야 하는지, 지금의 중국은 어떤지를 전하고자 한다. 중국을 모르던 한 한국인이 중국에서 겪은 모든 일들도 담길 것이다. 글은 기사로 담기에는 상세하고, 책으로 엮기에는 부드러운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환영받을 거라 착각했던 외국인 젊은이가 왜 꺼져야 하는 대상이 됐는지에 대한 슬픈 이야기도 있다. 글을 쓰고 현장을 포착하는 직업이기에 내 일상을 서술하고 묘사하는 데는 자신 있다. '젊은 꼰대'로 불리는 90년생이 중국을 묘사하는 것은 기존의 우리 사회가 중국을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과는 다른 차이가 있을 것이다.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 참석한 필자의 모습(출처 : 중국 외교부)

주석이 붙지 않은 사진은 모두 필자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트레이드·FA 루머 총정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