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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공성근 Sep 29. 2020

보스턴의 현재이자 미래,
제이슨 테이텀

나는 그를 보면서 코비 브라이언트를 떠올린다

2019-2020 NBA 동부컨퍼런스 파이널, 보스턴은 마이애미의 산을 넘지 못했다. 슈퍼스타 없이 유기적인 농구를 하는 '팀 마이애미'는 생각보다 견고하고 단단했다. 보스턴은 4쿼터 한때 4점 차 리드를 가져가긴 했지만 경기 막판 집중력에서는 마이애미가 한 수 위였다. 보스턴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고개를 떨 군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한 젊은 선수는 마이애미 선수들과 인사를 나누며 승자에 대한 '예우'를 지켰다. 슬픈 표정보다는 다음을 기약하는 비장한 표정이었다. 바로 보스턴의 미래 제이슨 테이텀이었다.


테이텀은 보스턴의 현재이기도 하다.


테이텀은 이번 버블과 플레이오프에서 놀라운 활약을 보여줬다. '테이텀이 테이텀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는 아직 리그 3년 차 어린 선수다. 지난 7월 버블 복귀 후 첫 경기에서 32분을 뛰고 5점밖에 넣지 못하며 시즌이 멈춘 기간 동안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는 우려를 샀다. (NBA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올랜도 디즈니랜드에서 모든 선수와 관계자들을 격리하고 시즌을 재개했다. 이를 '올랜도 버블'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테이텀은 버블 2번째 경기에서 34득점, 어시스트 8개를 기록하며 보스턴의 에이스는 본인이라는 것을 알렸다. 그리고 3달간 팀을 이끌었지만 어제(28일) 부로 그의 시즌이 끝이 났다. 개인으로나 보스턴 팬들로는 아쉬움이 가득할 수밖에 없다. 버블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줬고, 팀의 전력 공백도 거의 없었다. 보스턴은 우승을 위해서 카이리 어빙을 보내고, 켐바 워커를 포인트 가드로 팀을 다시 꾸렸지만 결과적으로 이 방법도 성공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나마 보스턴에게 남은 위안거리라면 테이텀의 '폭풍 성장'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tgtEGl1xxZ0 (테이텀의 19-20 시즌 하이라이트)


2019-20 시즌 : 23.4점, 7 리바운드, 3 어시스트, 야투율 45%, 3점 40.3%, 자유투 81.2%

2020 PO(17경기) :  25.7점, 10 리바운드, 5 어시스트, 야투율 43%, 3점 37%, 자유투 81.3%


루키 테이텀이 르브론 제임스를 앞에 두고 덩크를 시도하고 있다.


데뷔 3년 차만에 테이텀은 올스타 반열에 올랐다. 실제로 생애 첫 올스타가 되기도 했고 팀 공격에서 핵심 역할을 해주고 있다. 잘 달리고 잘 넣고, 수비까지 잘하는 대중이 사랑하는 올스타 포워드의 전형이다. 루키 시즌보다 평균 득점은 10점이나 올랐고, 리바운드도 2개나 더 잡아내고 있다. 아직 그에게 케빈 듀란트나, 르브론 제임스와 같은 역할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테이텀은 확실히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의 보스턴은 이 어린 선수가 짊어지고 갈 것이다. 보스턴에서 스몰포워드 포지션을 보면서 팀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선수는 버드와 폴 피어스가 떠오른다. 테이텀은 버드보다는 폴 피어스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하다. 지금의 테이텀이 'The Truth(폴 피어스의 별명)'를 따라잡기는 어렵겠지만, 기록 비교를 통해서 앞으로를 기대해볼 수 있다. 폴 피어스는 보스턴에서 3년 차이던 00-01년 시즌에 평균 25.3 득점, 6.4개 리바운드, 3.1개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두 선수가 3년 차에 엇비슷한 성적을 보인다. 평균 득점은 폴 피어스가 앞섰지만 리바운드, 어시스트, 득점 효율 등 다른 면에서는 테이텀이 근소하게 앞선다. 이 시즌은 폴 피어스가 전성기에 들어선 첫 시즌이었다. 실제로 19년의 선수 생활 중에 3년 차 때보다 잘한 시즌은 2~3 시즌에 불과하다. 테이텀은 피어스를 뛰어넘어야 하고 팀을 더 높은 곳으로 끌고 가야 한다. 폴 피어스는 뛰어난 선수였지만 19년간 단 1번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테이텀은 코비(통산 5차례 우승)를 바라봐야 한다.




WHO IS NEXT KOBE?


코비 사망 직후 테이텀이 자신의 SNS에 올린 사진과 글.


마이클 조던이 NBA를 떠난 이후, 수십 년간 '제2의 조던'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수많은 선수들이 후보군에 이름만 올렸을 뿐 그를 대체하진 못했다. 이제 우리는 '넥스트 코비'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다. 가장 성공한 '넥스트 조던'인 코비 브라이언트, 그의 후계자에 대한 논의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 테이텀은 차세대 코비를 노리고 있다. 1998년 미국에서 태어난 테이텀은 대표적인 '코비 키드' 중 한 명이다. 코비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때도 테이텀은 자신의 SNS에 긴 장문의 추모의 뜻을 밝혔다. 테이텀은 "나의 영웅, 나의 우상, 내가 농구를 시작한 이유"라고 코비를 기렸으며 "당신처럼 크고 싶었고, 당신이 멘토가 되어주길 바랬다. 나에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한다"고 슬픔 감정을 엇눌렀다.


테이텀은 코비와 매우 흡사한 플레이 스타일을 구사한다. 피지컬을 통한 돌파(르브론 제임스 st)가 아닌 경쾌한 스탭으로 상대를 뚫어 낸다. 상대를 마주 보면 잽스탭으로 타이밍을 뺏고, 등을 지면 포스트 움직임으로 점퍼를 날린다. 어떤 상황에서든 독사 마냥 자신의 기회를 만들어 낸다. 코비가 조던의 모든 것을 배우며 통산 5차례 NBA 챔피언이 됐던 것처럼 테이텀도 코비의 모든 것을 배우고자 했다. 지난해 여름에도 테이텀은 시즌이 끝나고 코비에게 날아가 개인 과외까지 받았다. 처음에는 키도 크고(테이텀은 코비보다 5cm 정도 더 크다) 신체 조건도 좋은 포워드가 왜 인사이드보다 미드레인지 게임을 가져가냐고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코비가 아닌 신인이 코비처럼 플레이하는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 코비처럼 농구하다 보니 의미 없는 터프샷도 많이 날렸다. 하지만 점점 그런 슛들이 성공률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테이텀의 1:1 공격은 이번 시즌 보스턴의 패턴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테이텀이 아이솔레이션을 하거나 죽은 볼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농구를 대하는 진지한 자세마저 테이텀은 코비를 떠올리게 한다. (TMI로 코비는 생전에 레이커스가 론조 볼(2017년 2순위)이 아니라 테이텀(2017년 3순위)을 뽑아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TATUM  + MAMBA MENTALITY = ? 


앞서 테이텀의 플레이 스타일이 폴 피어스와도 비슷하다고 했지만 나는 테이텀이 '넥스트 코비'가 되어주길 바란다. 코비는 수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었지만, 테이텀이 배웠으면 하는 점은 2가지다. 수비와 멘탈. 코비는 디펜시브 퍼스트 팀에 무려 9차례나 올랐다. 눈에 보이는 스틸과 블록 개수는 적지만 끈질긴 수비로 패싱 레인을 끊어냈고, 상대 라이벌 선수의 공격을 저지했다. 평균 30분 이상을 뛰면서 팀의 공격을 이끄는 선수가 이런 수비가 가능했던 것은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비의 이런 정신력을 '맘바 멘탈리티'라고 부른다. 테이텀은 아직 어리다. 더 큰 선수가 될 수도 있고, 부상이나 각종 악재로 성장이 멈출 수도 있다. 테이텀이 향후 폴 피어스를 넘어서 코비에 근접하려면, 우승에서 멀어진 보스턴을 우승으로 이끄려면, 결국 '맘바 멘탈리티'를 장착해야 한다. 올스타급의 선수가 팀의 우승을 이끌 수 없다는 것을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소이 말하는 슈퍼스타는 다르다. 파이널에서 떨어진 오늘을 교훈 삼아 더 큰 선수로 성장하는 승부사의 멘탈이 필요한 순간이다. 공교롭게 같이 성장하고 있는 제일런 브라운이라는 뛰어난 파트너도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쓴 맛을 본 보스턴 구단이 선수 운용이나 감독 계약에 어떤 판단을 내릴지 모르겠지만, 이  두 선수를 중심으로 미래를 설계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번외 편) 누가 감히 쿠즈마와 테이텀을 비교하는가?


잘생긴 외모에 저돌적인 돌파, 섬세한 슈팅 실력. 지난 2017년 우리는 NBA에 혜성처럼 등장한 두 선수에 주목했다. 제이슨 테이텀과 카일 쿠즈마다. 코비를 좋아하던 테이텀은 라이벌팀 보스턴의 초록색 유니폼을 입었고, 쿠즈마는 노란색 유니폼을 입고 쇄락한 레이커스의 희망이 됐다. 두 선수 모두 운 좋게도 루키 시즌부터 주전으로 경기를 뛰었다. 자연스레 두 선수를 비교하는 일도 많아졌다. 실제로 대학 시절에는 테이텀이 초고교급 선수로 평가받았던 것에 비해서 쿠즈마에 대한 평가는 낮았다. 테이텀은 3순위, 쿠즈마는 27순위로 NBA에 입성했다. 그런데 루키 시즌 뚜껑을 열어보니 쿠즈마가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 시즌 평균 득점도 쿠즈마가 16.1점으로 13.9점의 테이텀보다 높았고, 쿠즈마는 신인왕(벤 시몬스) 자리를 넘보기도 했다. 그렇게 두 선수는 엎치락뒤치락하며 리그를 이끌 것으로 평가받았지만, 공교롭게도 르브론 제임스가 둘의 차이를 역전시켰다.


테이텀 옆에는 브라운과 스마트가 있고 쿠즈마는 르브론과 앤써니 데이비스를 만났다. 2년 전 전문가들은 쿠즈마가 동포지션인 제임스를 보고 배우면서 큰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오히려 쿠즈마의 성장은 두 슈퍼스타에 의해 막혔다. 출전 시간은 10분 가까이 줄었고 득점과 리바운드 등 모든 부분에서 루키 시즌보다 낮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플레이 스타일에서도 변화나 성장이 보이지 않는다. 캐치 앤 슛과 높이를 이용한 단순한 오른쪽 돌파밖에 없다 보니, 이렇다 할 활약도 기대도 적다. 테이텀은 파이널을 못 가고 쿠즈마는 파이널까지 진출하겠지만 아쉽게도 쿠즈마는 벤치 멤버에 불과하다. 쿠즈마의 1년 차를 바라본 레이커스 팬들은 그가 벤치가 아닌 팀의 미래를 책임지길 바란다. 사실상 지금의 쿠즈마는 플레이 시간도 성장의 기회도 막혀버린 것이다. 반면 테이텀은 팀의 공수 에이스로 떠오르면서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 바라보는 두 선수에 대한 시각 차이도 상당히 달라졌다. 장담컨대 앞으로 테이텀을 더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쿠즈마가 르브론의 벽을 뚫고 나서지 못한다면 두 선수의 차이는 더 벌어질 것이다.



사진출처 : NBA 홈페이지, 보스턴 홈페이지, 테이텀 인스타그램(@jaytat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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