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만남

by 박진현

채팅으로 대화하니 상대방에 대한 의심보다는 어플에 대한 의심이 가시질 않았다.


언제 이 대화가 어플에 의해서 종료될지 모르니 말이다.


나는 그저 만약 이 대화가 아무런 예고 없이 종료되고 뜬금없는 과금을 요구하면 과감하게 이 어플을 삭제할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감정은 내려 앉고 이성만으로 대화에 임하고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원래 이런 식으로 대화가 계속 되다가 다음 날 아침이 밝았을 때 관계는 확실해진다.


계속 연락을 하면서 서로를 알아갈 것인가, 아니면 그만 할 것인가.


암묵적으로는 전날 밤 마지막에 답장을 하지 않은 사람이 아침에 답장을 하는 것으로 대화는 이어진다.


근데 웬 걸!?


답장이 온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또 천천히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다가 그녀가 월차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얼른 번호를 물어보았다. 사실 요즘같은 세상에 이렇게 채팅으로 연락처를 대뜸 물었을 때 바로 알려주는 사람은 거의 드물다. 사실 연락처를 안다고 해도 뭐 별로 할 수 있는 것도 없지만 워낙 흉흉한 세상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사실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근데 그녀가 번호를 대뜸 알려주는 것이 아닌가!


나중에 알고보니 반신반의하면서 번호를 주었단다...


어쨌든 그렇게 우리는 첫 통화를 했다. 처음 수화기 너머로 들리느 서로의 목소리...


솔직히 나는 호감이었다. 목소리로도 느껴지는 그 사람의 성격, 그리고 말투, 단어선택을 통해서 느껴지는 그녀의 내면의 얼굴이 마음에 들었던 것이다. 아주 다행히도 그녀 역시 나처럼 내가 호감인 모양이었다.


우리는 아주 어색하면서도 수줍은 연락을 잠깐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연락에 불이 붙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그 날 이후 우리는 퇴근 후 매일 통화를 했다. 어린 나이는 아니었지만 어린 연인들처럼 풋풋하게 새벽까지 서로를 알아가며 썸을 향해 불을 점점 지피고 있었다.


연락한 지 정확하게 4일째 되던 날. 그녀는 갑자기 나에게 말했다.


"우리 만날까요...?"


연애를 적게 해본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 순수한 것도 아닌데 그 말이 왜 그렇게 설레던지...


그녀는 나를 매 순간 설레게 했다.


보통 연인들은 용기가 필요한 모든 말과 행동은 남자의 몫이라고, 그게 좋다고 말하고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용기가 필요한 모든 말은 그녀가 먼저 했다. 나는 그 부분이 정말 설레고 멋있고 좋았다. 나도 용기가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녀의 용기가 퍽 호감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바로 다음 날 저녁 7시에 문래동 베르데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하고 전화를 끊었다.


다음 편에 계속...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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