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만남 이후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다.
분명히 서로에게 더욱 더 깊은 호감을 가지게 된 것을 서로가 느꼈다.
아직은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로서 경계심도 있고 각자가 만들어 놓은 선도 분명히 있으나
서로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조금씩 믿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렇지만 우리는 둘 다 결혼을 전제로 연애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했고,
그래서인지 연애의 시작은 마치 결혼 준비의 시작과 같아서 더욱 더 조심스럽고 무거웠다.
가볍게 시작해서 가볍게 만나다가 어쩌면 가볍게 헤어지는 연애는 하지 말자고 합의한 상태였다.
내가 3살이 많았지만 성, 나이, 직업, 출신, 학벌을 불문하고 서로를 인간으로서 존중하며 여전히 존대말을 계속해서 사용했다. 변한 것이 있다면 연락의 빈도가 많아지고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질문과 대답의 선이 조금씩 허물어지는, 즉 숨기지 않고 최대한 솔직하게 질문하고 대답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며 서로에 대한 호감을 키워가고 있던 어느 날 그녀가 나에게 서울 마포 중앙도서관에서 '기독교 토크 콘서트'에 참석하게 되었다고 알려왔다. 나도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닌 기독교인이지만 그런 자리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콘서트의 종류를 불문하고 쌍팔년도부터 콘서트는 좋아하는 이성과 함께 가야한다는 것이 국룰이 아닌가? 근데 나에게 일언반구도 없이 신청하고 당일에 간다고 통보한다는 것에 대해서 내심 조금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 그것은 분명 내 마음에 그녀에게 조금씩 가까워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물었다. 혹시 나도 같이 가도 돼요? 그럼요! 근데 현장 발권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알아보고 연락드릴게요! 곧 그녀에게 연락이 왔다. 현장에서 발권이 된다고 해요! 그럼 오늘 7시30분까지 마포중앙도서관으로 오실 수 있으세요? 네! 갈게요!
그렇게 나는 퇴근 후 마포 중앙도서관으로 갔다. 그리고 그녀와 앞자리에 앉아서 콘서트를 관람했다. 거창한 것은 없었고 밴드가 와서 함께 노래를 부르고 기도도 하고 강의도 듣고 토크도 하고 그런 내용이었다. 근데 나는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반했다. 교회를 그렇게 오래 다녔지만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옆자리에서 들려오는 그녀의 노래소리, 그녀의 기도소리가 내 심장을 달구었다. 노래를 잘 불러서가 아니라 그 소리들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졌다. 그 소리들 너머로 그녀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영혼과 에너지가 느껴졌다. 나는 그 깨끗하고 아름다운 영혼과 에너지에 압도당한 것이다. 마치 빛이 어둠을 삼키는 것처럼. 나라는 어둠을 그녀라는 빛이 삼킨, 그렇게 나는 삼켜진 느낌이었다. 그때부터였다. '그녀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콘서트가 끝난 후 우리는 도서관을 나와서 마포의 저녁 거리를 걸었다. 그녀가 차도로 가지 않도록 내가 먼저 슬그머니 차도쪽으로 서서 걷고 혹시 스치는 것마저 부담스러워할까봐 왼손을 뒷짐을 지고 걸었다. 30분 정도 콘서트에 대한 생각과 소감을 말하면서 걷다고 우린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셨다. 도서관에 도착해서 허둥지둥 줄서서 기다리다가 어두운 콘서트장에서 관람을 하고 나와서 어두운 저녁을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밝은 카페에서 정면으로 그녀를 바라보게 되었다. 왜지? 그날의 그녀의 얼굴이 훨씬 희고 예뻐보였다. 아마도 내가 반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 우리는 그날 들었던 강의를 주제로 신앙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카페 마감시간이 되어서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와서 다시 중앙도서관으로 걸었다. 드라마를 보면 이렇게 걸을 때 손을 잡아보곤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제 철없이 사랑을 하는 나이도 아니었고 성적인 만족이라는 조금의 욕망이 없이 순수하게 사랑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인간적으로 그녀를 더욱 아끼고 사랑해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