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회사 근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남들보다 일찍 회사에 출근해서 출근 시간까지 성경을 보고 사색을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퇴근 후면 집에서 샐러드를 먹고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는 사람이었다. 주말이면 운동 후 엄마와 시간을 보내고 오후에 여성 드러머로서 찬양팀 연습에 참여하고 일요일이면 예배시간보다 일찍 가서 찬양팀 연습을 하는 여자였다. 예배 후면 친구들과 교제를 하는 시간을 보내고 저녁에는 엄마와 시간을 보내는, 그야말로 올바른 청년의 표본이 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면서 많은 반성을 했고 나도 새벽 시간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문제는 그 마음을 언제 먹었느냐였다. 왜 하필 그 날에, 심지어 새벽에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나는 15년동안 프로운동선수로 생활하면서 나의 운동스타일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아침에 운동하는 것이 맞는 사람이 있고 저녁에 운동하는 것이 맞는 사람이 있다. 나는 전형적으로 저녁에 운동하는 것이 맞는 사람이었다. 운동을 그만둔지 오래되어서 그런지 아니면 나 자신에 대하여 객관성을 잃어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나는 그녀를 보면서 새벽에 운동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처음 그 마음을 실행해 옮긴 것은 애석하게도 그녀와 처음으로 정상적인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한 전 날이었다. 나는 삐걱거리는 나의 관절을 억지로 풀면서 운동을 하고 인증샷을 그녀에게 보내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그리고 난 후에 씻으려고 사우나로 향하는 순간 겨울의 한기가 내 몸의 땀과 열을 한 번에 식히면서 뼛속까지 스며드는 것을 느꼈다. 순간 '아차'싶었지만 '에이 설마'하는 생각으로 무시했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은 꽤나 고급진 오피스텔이었는데 커뮤니티 시설로 헬스장과 사우나가 있었고 헬스장에서 사우나로 가기 위해서 약 4미터 정도 되는 외부를 지나야했다. 아주 짧은, 3초 정도의 시간동안 그 한기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내 몸을 통과한 것이었다.
나는 씻는 내내 몸이 으슬으슬하는 것을 느꼈지만 겨울이라서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무시했다. 오랫동안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으면서 잊고 있었던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나는 감기에 한 번 걸리면 아주 호되게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운동선수 시절에도 감기에 안 걸리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감기에 한 번 걸리면 최소 일주일은 고열에 시달려야했으니까. 그랬던 내가 운동을 그만둔지 오래되기도 했고 오랫동안 감기를 맛보지 않아서 그런지 내 몸이 보내고 있는 적색신호를 전부 무시한 것이었다.
그날 나는 심지어 알고 지내던 대표님을 만나서 약 5시간을 논스톱으로 우주와 양자역학에 대해서 떠들었다. 친한 사이였지만 나이차도 많이 났고 예의를 지켜야했기에 나도 모르게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었고 기도 많이 빨렸던 것 같다. 이상함을 감지한 나는 집에 돌아가는 길에 약국에 들려서 내 몸상태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가장 빨리 낫게 약효과가 가장 좋은 걸로 주세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내복을 입고 보일러 온도를 30도를 하고서는 약을 하루치를 통으로 털어 넣고 잠을 잤다.
자는 동안 몸의 열이 올라서 더움을 느끼면 그건 감기로부터 어느 정도 해방되었고 컨디션이 돌아온다는 증거니까 말이다. 자기 전에 혹시 몰라서 그녀에게 몸상태를 이야기하고 약을 먹었으니 내일이면 문제없이 만날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예상대로 땀이 났고 조금 더웠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엄청나게 두껍게 옷을 껴입고 사무실로 갔다. 근데 몸은 더운데 컨디션은 좋지 않았다. 이상했다. 그래서 혹시 코로나인가 싶어서 내과에 전화해서 예약을 하고 방문을 했다. 처음 접수를 하고 난 후에 간호사가 물었다.
"열은 있으세요?"
"아니요. 열은 없는 것 같아요."
"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열체크 한 번 할게요"
"네 뭐... 없을 것 같긴 한데 해주세요"
"네 39.7도입니다."
"네...네!?"
"39.7도요. 열이 많이 높네요. 일단 앉아 계세요"
나는 엄청나게 놀랐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온도를 듣는 순간부터 몸이 엄청 아프기 시작했다. 급기야 앉아 있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아팠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부를 때쯤 나는 앉아 있지도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는 상관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의자에 엎어져 있었다. 그리고 진료실로 걸어다니는 시체처럼 들어갔다. 진료실에서 열을 한 번 더 쟀을 때... 열은 40도를 넘었다. 의사는 무덤덤하게 독감검사를 하겠다고 하면서 검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독감... 그렇게 우리의 정상적인 데이트는 다음으로 미루어졌고 나는 집에서 일주일동안 시체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