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by 박진현

독감으로 첫 데이트가 고사되면서 우리의 관계는 더 끈끈해졌다.

둘 다 첫 데이트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독감에 걸려서 아쉬웠고 그녀는 독감에 걸린 나를 보며 속상하기도 하고 내심 보지 못해서 서운하기도 했던 모양이다. 우리의 만남은 12월31일로 미루어졌다.

12월31일은 일요일이었다.

나는 그녀의 허락을 받지 않고 그녀가 다니는 교회에 가기로 했다.

어떤 곳이든지 사람과 사람이 모인 공동체 속에서 연애를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만남에는 시작이 있고 끝이 있는 법, 특히 연애는 시작은 세상에서 가장 좋았다가 끝은 세상에서 가장 안 좋은, 끝이 좋을 수가 없는 카테고리로 유명하다. 연애의 끝이 좋다? 그것은 결혼 말고는 거의 답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그녀도 내가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 가는 것을 꺼려했다.

교회가 어딘지 교회명도 알려주지 않았다.

포기할 내가 아니다.

나는 그녀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속 교회행사 사진을 찾았고 사진 속 현수막을 확대해서 교회 이름을 알아내었다. 그녀의 어머님은 교회 앞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신다고 들었다.


나는 아침 일찍 그녀에게 통보를 하고 서울에서 출발했다.

부천 상동에 있는 그녀가 다니는 교회로.

아주 많이 일찍 도착했다.

예배 시간은 1시 30분인데 나는 아침 10시에 도착을 했으니 말이다.

나는 먼저 그녀의 어머님이 운영하는 카페에 갈 생각이었다.

손님으로 가는 것이니 자기소개를 할 필요도 없고 그녀의 어머님을 객관적으로 볼 수도 있었다.

그녀가 와서 소개를 하면 그만이었기에 상관이 없었다.

내가 도착했다고 하자 그녀는 나와서 나를 반기지 않는 얼굴로 반겼다.

그리고 카페에 가서 녹차라떼와 말렌카케이크를 대접했다.

그녀는 어머님께 나를 회사 동료라고 소개했다.

어머님은 전도한거냐며 라떼와 케이크를 공짜로 제공해주셨고 덤으로 양말까지 선물로 주셨다.

카페 안에서는 처음 만난 것보다 조금 더 어색한 사이로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중간중간 그녀는 들어오는 손님을 응대하느라 바빴다. (어머님은 예배시간에 맞추어서 그녀와 교대를 하셨다.)


나는 어머님이 나가시고 조금 있다가 예배를 드리러 갔다.

그녀는 청년예배를 드리는데 나는 11시에 있는 대예배를 먼저 참석해본 것이다.

그녀를 만나러 왔지만 내가 정말 궁금한 것은 교회의 시스템이 어떻고 목사님이 어떤 분이길래, 즉 어떤 교회이길래 지금 이 시대에 이토록 바르고 아름다운 청년을 만들었는가였다.

그녀는 분명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바르고 순수하고 예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굉장히 객관적인 사실이다. 왜냐하면 내가 그녀를 객관적으로 봐야 하는 순간에 그 부분으로 인해서 그녀에게 반했기 때문이다.

나는 2층으로 올라가서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예배를 드렸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서 아무도 나를 모르는데도 그게 편했기 때문이다.

목사님은 훌륭한 분이셨다. 교회도 너무 좋았다.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애석하게도 요즘 교회는 옛날 교회와 많이 다르다. 뭐랄까 세상에 너무 찌들어서 세상보다 더 암흑같은 곳이되었다고나 할까... 교회를 다니는 나로서는 굉장히 슬픈 일이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여기는 그런 느낌이 아니라 옛날 강화도로 선교사들이 들어와서 처음 한국에 복음이 전해지던 그때의 교회와 분위기나 느낌이 비슷했다. 그런 느낌이 너무 좋았다.


예배를 마치고 다시 카페로 가서 그녀와 예배 소감에 대해서 나누다가 그녀를 따라서 청년부 예배를 참석했다. 그녀는 여성 드러머였다. 나는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없어서 악기를 다루는 여성에 대한 무조건적인 호감이 있는 사람이다. 근데 여성 드러머라니. 충격적이면서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왔다. 그녀가 드럼을 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드럼은 굉장히 과격한 악기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녀를 보니 아니었다. 굉장히 섬세하고 여성스러우면서도 과격하기도 한, 마치 지킬 앤 하이드를 보는 느낌이었다.


청년 예배 중에 가장 압권은 청년부 목사님의 설교였다. 정말이지 완벽한 스피커였다. 습관어도 없고 스피치의 강약조절, 재치, 발음, 전달력까지 완벽했다. 수능에 신학이 있었다면 아마 그분은 일타강사가 되셨을 것이다. 흔히 일타강사라고 불리우는 사람들만큼이나 완벽했다. 예배가 끝난 후에 나는 교회 1층에 있는 카페에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책을 꺼내서 책을 읽었다. 왜냐하면 그녀는 모임을 참석해야 했고 나는 그 모임이 끝나기를 기다려야했기 때문이다. 기다리겠다는 약속을 한 적은 없고 끝난 후에 함께 데이트를 하자는 약속도 없었다. 그냥 기다렸다. 오늘은 12월31일. 12월31일은 교회 행사가 있는 날이다. 한 해의 마지막 날로서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맞이하는 경건한 예배가 또 있는 날이다. 저녁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나는 그 예배까지 드리고 갈 생각이었다.


근데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도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답장도 없었다.

다음편에 계속...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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