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무 오래 기다렸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곳에 앉아있기가 힘들었다. 그녀도 연락이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나는 그냥 집에 가기로 결정하고 일어나서 집으로 향했다.
서초동에 거의 다와갈 무렵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어디세요?" "아.. 저 집에 가고 있긴 해요" "헐 너무 죄송해요...""아니에요 괜찮아요. 다 끝나셨어요?""네.. 근데 저녁을 먹어야해서 진현씨만 괜찮으시면 제 친구와 함께 저녁먹을지 여쭤보려고 전화했어요""네!? 지금 바로 갈게요""괜찮아요?""네! 금방가요" 전화를 끊었을 때 나는 이미 주차를 하고 있었다. 멋부리려고 춥게 입었다가 후회했었기에 집에 온김에 조금 더 따뜻하게 옷을 갈아입고 얼른 부천으로 다시 출발했다. 혼자 분노의 질주를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도착해서 그녀와 그녀의 절친과 함께 처음으로 밥을 먹었다. 메뉴는 순두부찌개... 그녀의 친구는 내가 앉자 너무 잘 어울린다면서 사귀라고 부추겼다. 몰랐는데 그 자리는 나와 그녀도 처음으로 함께 밥을 먹는 자리였다. 우린 밥을 먹고 카페에 갔다. 10분 정도 있다가 그녀의 친구는 교회로 다시 가봐야 한다면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고 나는 그녀에게 제안을 했다.
"내일 1월1일이고 제가 매년 첫날에 일출을 보는 습관이 있는데 혹시 같이 보실래요?"
그녀는 기다리게 한 게 미안했는지 듣자마자 고민도 없이 좋다고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제가 진현시 집으로 데리러갈게요! 6시30분정도까지 가면 돼죠?"
"힘드실텐데 괜찮으세요?"
"네! 그럼 저희 내일 일출보고 아침먹고 카페가요!"
"좋아요!"
나는 너무 좋았다. 이상하게도 내가 살면서 만난 여자중에 아침형 인간은 없었다. 그리고 운전을 하는 여자도 없었다. 심지어 약속시간을 잘 지키는 여자도 없었다. 그 짧은 대화에서 나는 그녀에게 3가지의 매력을 느꼈다. 별것도 아니지만 그 짧은 순간에 심쿵을 세 번이나 했다. 6시30분까지 부천에서 서초동으로 온다는 것은 씻고 준비하는 시간까지 최소 5시에 일어난다는 것, 그것은 그녀의 성실함을 알게 하는 대목이었고 운전을 해서 내가 그녀의 조수석에 앉아있는다는 것은 그녀의 걸크러쉬한 매력을 볼 수 있다는 대목이었으며, 만약 다음 날에 약속시간을 지킨다면 그녀의 인성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물론 나는 믿었다. 우린 예배시간이 다 되어서 자리에서 일어나 예배를 드리러 갔다. 예배가 끝나니 10시가 넘었다. 나는 그녀를 태워주었다. 그녀는 한사코 거절을 했지만 나는 끝가지 그녀는 태웠다. 그녀가 어디에 사는지 알고 싶어서였다. 별다른 뜻은 없었다. 그냥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한가지라도 더 알고 싶었다. 근데 그게 내일 얼마나 큰 스노우볼이 될지 그때는 몰랐다.
"집에 가시는 길 알려주세요. 근데 최대한 돌아가는 길로 알려주세요"
"왜요?"
"그냥 같이 더 있고 싶어서?"
그녀는 웃으면서 알겠다며 최대한 돌아가는 길을 알려주었다. 나중에 그녀의 집을 알게 되었을 때 그 길이 많이 돌아간 길이라는 것을 알고 기뻤었다. 그건 그녀도 나와 함께 오래 있고 싶었다는 증거니 말이다. 그녀의 집에 도착해서 우린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