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살부터 교회를 다녔다.
20년이 넘는 세월을 교회를 다녔는데 옆자리에서 여자가 기도하고 찬양하는 모습을 보고 그 소리를 들은 것이 절대로 이번이 처음은 아닐 것이다.
근데 느낌이 이상했다.
뭐랄까... 너무 아름다워보였다.
이 느낌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내가 처음 서울로 상경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이 낯설고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나는 짐을 들고 택시에서 내려 서초역 앞에 있는 '사랑의 교회'를 한참이나 보고 서있었다.
'무슨 교회가 백화점보다 클까?' 정확히 이런 생각으로 말이다.
그리고 내 등 뒤에는 버스를 타시 위해서 거의 50명 정도의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기 위해서 서로의 어깨를 부딪히며 역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뒤에는 겁나 큰 서초대로를 개매처럼 수많은 차들이 채우고 있었다.
정신이 멀쩡할리가 없었다. 적어도 시골 촌 놈인 나에게는.
이후 강남역을 갔다.
시골 촌 놈이라면 강남역은 반드시 가봐야 하는 명소다.
근데 예상과는 다르게 나는 강남역 뒷골목에서 충격을 받았다.
금요일 저녁 수많은 청년들이 온 몸에 문신을 하고 담배를 피며 비틀비틀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벌써 정신을 놓고 길바닥에 퍼질러 누워있는 여자도 많았고 눈이라도 마주치면 주먹을 날릴 것 같은 남자들도 많았다.
나는 그때 이번 생에 결혼은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시골 촌 놈의 눈에 비친 모습에 실망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 후로 이상하게도 강남역 뒷골목의 청년들에 대한 인상이 색안경이 되어 내 눈을 가렸다.
다시 돌아와서 내 옆자리에 앉아 기도를 하고 찬양을 하던 여성을 본 순간 그 색안경이 산산조각이 나는 기분이었다.
분위기가 가라앉고 콘서트가 끝날 때쯤 나는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이상하게 용기가 났다.
이번이 아니면 두번의 기회는 없다는 생각때문이었던 것 같다.ㅏ
"저... 기도하고 찬양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우셔서 그런데 번호좀 주실 수 있을까요?"
처음이었다.
그런 식으로 이성의 번호를 딴 것은.
여성은 잠깐 당황하더니
"아 네" 하고 의외로 쉽게? 번호를 나에게 주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런 곳에 일부로 찾아와서 예배를 드리는 남자라면 이상한 사람은 아니겠다 싶어서 번호를 줬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운동을 해서 그런지 덩치도 있고 어깨도 넓었는데 그런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그 날은 정확하게 2023년 12월 7일 목요일이었다.
여기서 멈추면 너무 아쉬우니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가볼까 한다.
나는 대담하게 다음 날 12월 8일에 연락을 했다.
마침 그녀는 월차를 써서 휴일이라 편하게 연락할 시간이 된다고 했다.
"괜찮으시면 전화로 할까요?"
도박이었다.
특히 요즘 세상에서 바로 전화를 하는 사람은 드문 일이니까.
근데 그녀는 그러자고 했다.
전화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생각보다 놀란 부분이 많았다.
일단 그녀의 집이 부천이라는 점에서 서초동과 그리 멀지 않고 차가 있는 나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오히려 웬만한 서울보다는 나았다.
그리고 그녀는 나보다 3살 어렸다. 어두워서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 생각보다 어려서 내심 좋았다.
근데 그녀는 연애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연애는 하기 싫고 결혼은 하고 싶으니까 우리 결혼을 전제로 연락할까요?"라고 말했다.
나는 속으로 외쳤다.
'땡큐'
그렇게 우리의 사랑은 저돌적이면서 매우 빠르게 나아갔다.
운명보다 더욱 운명적으로, 뜬금없이 만난 우리는 시작부터 결혼을 전제로 연락하기로 했다.
그러니 우리의 대화는 전부 시시콜콜하게 서로를 알아가는 대화가 아닌 아주 깊고 결혼을 전제로 한 사람들만이 하는 대화로 이어졌다.
내가 번호를 따고 처음 전화 통화를 한 이후 우리는 4일만에 첫만남을 하기로 약속했다.
문래동 베르데카페에서...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