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첫만남

by 박진현

너무 오랜만이었다.


여자와 단둘이 만나는 것이.


근데 결혼을 전제로 만나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르는 일이었지만 그래도 내 미래의 신부를 처음 만난다는 것은 굉장히 이상하지만 좋은 느낌이었다. 뭐랄까... 수미수미한 느낌? 그런 느낌이었다. 말로 표현이 안 된다.


그녀를 만나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로 이상하고도 좋은 느낌.


문래동에서 만나기로 한 이유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우리집은 서초동, 그녀의 집은 부천.


딱 정 가운데였다.


나는 먼저 그런 것이 좋았다.


이익을 바라지 않고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그녀가 말이다.


사람들은 퇴근하고 하늘은 까만 문래동 작은 거리는 마치 80년대 골목을 찍은 사진에 현대 작가가 그림을 그려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굉장히 빈티지하면서도 세련되고 아름다운... 도처에 낭만이 가득한 그런 거리였다.


카페도 우드톤의 느낌이었다.


근데 책과는 어울리지 않는, 연인들 중에서도 아직 서로에게 부끄러운 것이 많고 서로를 보기만해도 볼이 발그레해지는 그런 연인들에게 잘 어울리는 그런 카페였다.


나는 먼저 들어가서 첫만남에서 나눌 수 있는 대화를 부담없이 나눌 수 있는 그런 자리를 찾았다.


없었다.


그나마 구석지면서 통창으로 낭만이 가득한 골목이 한 눈에 보이는 구석진 자리를 찾아 앉았다.


지난 밤 "저는 그래도 패션은 조금 보는 것 같아요"라는 그녀의 말에 옷장을 뒤졌다.


평소 나는 계절이 시작되면 옷을 샀다.


완전 실용주의라 그냥 남들이 보기에 이상하지 않은 깔끔한 옷을 선택한 다음에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바지 3개, 티셔츠 5개를 한 번에 구입해서 한 계절을 내내 돌려입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나의 옷장을 뒤지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그래도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누군가에게 멋져 보이고 싶은 욕망으로 구매했던 옷들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그 한 번쯤들이 모여 그날의 나의 패션을 만들었다.


추운 겨울 패딩을 입지 않고도 따뜻하게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아래 위로 내복을 먼저 입었다.


그리고 그때로부터 2년 전 교회에 모임이 있다고 해서 구매한 청바지를 입고 위에는 흰색 셔츠를 입었다.


셔츠 안으로 내복이 비치는 것이 보이지 않도록 셔츠 위에 검은 색 니트를 입었고 그 위에 두꺼운 진한 회색의 가디건을 입었다.


셔츠는 남자라면 누구나 있기에 무난했고, 니트는 언젠가 자라에서 세일상품으로 구매했었다.


제일 압권은 가디건이었는데 고등학교 3학년 때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 구매한 것이었다.


무려 10년지기였다.


그렇게 완성된 나의 패션은 일단 센스없는 내 눈에는 무난했다.


적어도 패션 테러리스트는 아닌 것으로 보였다.


그런 내 눈으로 의미도 없는 패션 점검을 하면서 앉아 있는 찰나에 통창 너머로 사진 속에서 봤던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빠른 걸음으로 성큼성큼 화장실에 들어갔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만지고 안경을 똑바로 쓰고 혹시 버즘이 있는지, 눈꼽은 꼈는지 살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패션을 점검했을 때 그녀에게 전화가 왔다.


"저 도착해서 들어왔는데 혹시 어디세요?"


"제가 나갈게요"


나는 전화를 끊고 주문대로 갔다.


그녀가 서있었다.


나는 놀랬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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