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by 박진현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서 터질 것만 같았다.

그럴 나이는 아닌데, 이렇게 긴장할만큼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순수한 것도 아닌데. 그랬던 경험이 있다. 15년동안 숱하게 경기에 참가했어도 매번 똑같이 긴장되었다. 그렇게 많은 경기를 경험했어도 공인중개사 시험 당일에는 긴장이 되어서 머리가 하얘지기도 했었다. 긴장이라는 것은 얼마나 간절히 원하느냐에 따라서 그 정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지금 내 심장이 그녀에게 고백할 생각에 미친듯이 뛴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간절히 그녀와의 연인관계를 원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몸은 거짓말을 못하니까.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역시 내가 분석한 건물에서 나왔다. 나는 차에서 내렸다.


"안녕하세요."

"어쩐 일이세요! 목욕탕에 간다고 하시더니!"

"아... 할 말이 있어서요. 잠깐 걸을까요?"

"네!"


할 말이 있다는 내 말에 그녀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설마 이 관계를 끝내자는 말을 예의바르게 집 앞까지 와서 한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고백을 기대했을까? 지나고 보니 예상했냐고 물어본 적이 없다. 걸으면서 우린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발걸음 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날 뿐이었다. 내가 할 말이 있어서 왔다고 했으니 그녀는 내가 말할 때까지 기다렸을까? 아니면 그녀도 내가 무슨 말을 할 지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었을까? 내 머릿속에는 온통 '어떻게 말하지?'라는 생각 뿐이었다. 그때 그녀가 멍석을 깔아주었다.


"하실 말이 뭔데요?"

"아... 저기... 2024년 1월 1일 사랑스러운 저의 여자친구가 되어주시겠습니까?"


정말 토씨하나 빠트리지 않고 정확하게 내가 뱉은 말이었다. 어떻게 기억하냐고? 어떻게 까먹을 수가 있을까?내 입에서 나간 말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오글거린다. 심지어 내가 차에서 생각한 그 멘트도 아니었다. 실전에서 강한 것일까? 어떻게 그 순간 그런 멘트를 날렸는지, 어떻게 그 순간 그런 멘트가 생각이 났는지 지금 생각해도 모르겠다. 나는 그 말을 뱉고 정신을 잃은채로 걸었다. 멜랑꼴랑한 상태가 되었던 것 같다. 뱉고 나니 후련해야 했는데 심장은 더 크게 빨리 미친듯이 뛰었다. 그 찰나의 순간이 마치 억겁의 시간같았다. 그때 그녀가 입을 떼었다.


"그럽시다!"


엥? 정말 예상하지도 못한 말이었다. 그럽시다? 그녀도 어떻게 고백을 받아야 하는지 순간적으로 머리가 하얘져서 잘 몰랐을 것이다. 그렇게 긴장이 무색할만큼 시원한 대답을 들었다. 그녀가 대답한 순간부터 공기가 달라졌다. 뭐랄까. 그녀와 나 사이에 있던 벽이 허물어진 느낌이었다. 2024년 1월1일 그렇게 우리의 1일이 시작되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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