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에 거주하며 가장 보람된 일은 단연, 여행이다.
아이들과 주말마다 단기 방학이나 여름, 겨울 방학마다 배낭을 메고 베트남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때로는 가까운 다른 나라로 한 달 살기를 다녀오기도 했다.
이러려고 왔구나 싶을 정도로 열심히 돌아다녔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노이 동기들 중 나는 많이 돌아다닌 편이 아니다.
2년 간 아이들과 함께 여행에 쏟아부은 시간과 물질, 노력, 노동은 나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던 나의 인생에 고마운 이정표가 되었다.
다낭, 호이안
누가 그랬다. 다낭, 호이안은 한국으로 치면 속초, 강릉 정도 된다고. 이해가 한 번에 됐다.
추석 연휴에 맞춰 한국에서 날아온 아빠 덕에 아름다운 사진을 많이 남길 수 있었다.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다낭은 하노이에서 비행기로 1시간 20분이면 도착한다.
다낭의 주요 여행 코스는 핑크 대성당-한시장-미케비치-헬리오 야시장-다낭바나힐이다.
핑크 대성당은 쨍한 베트남의 하늘과 핑크빛 성당이 화사하게 어우러져 어떻게 찍어도 사진이 예쁘다.
하지만, 남편은 자기니까 이렇게 찍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인정한다.
사진만 찍고 바삐 돌아가는 것보다, 사진 구도를 통해 추측되는 자리에 앉아 핑크 대성당을 액자형식으로 감상해 보는 걸 추천한다.
커다란 나무 밑에 시원한 그늘도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니, 시원한 커피 한 잔을 준비해서 잠시 쉬어가보자.
다낭 한시장핑크 대성당에서 걸어갈 수 있는 한시장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로, 다양한 아이템들을 층별로 구분하여 팔고 있다.
각종 수공예품이나 기념품부터 옷이나 신발 등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단, 적절한 흥정을 잘해야 하고, 화폐 단위를 절대 헛갈리면 안 된다.
"바우 니유 띠엔?(얼마예요?)" 한 마디만 해도 상인들이 함부로 바가지를 씌우지 않을 거다.
거기에 못(1)하이(2)바(3)본(4)남(5)싸우(6)바이(7)땀(8)찐(9)므어이(10)만 외워가면 퍼펙트. 화폐 단위는 10,000(만 동)이 기본이고, 만 동은 500원이다.
쉽게 계산하자면 0 하나를 빼고 2로 나누면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 가능하다. 예) 40,000동은 2천 원이다.
그런데 시장에 가면 10k, 50k라는 표시도 볼 수 있는데, k가 '0'3개를 의미하므로 10k이면 10,000동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단위가 크므로 계산할 때 정말 주의해야 한다. 참고로 '막꽈~(비싸요)', 쟘자~디(깍아 주세요)' 도연습해 보자.
미케비치는 딱 동해안 같은 바다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동남아의 에메랄드빛 예쁜 바다까지는 아니었다. 그런 예쁜 바다를 보고 싶으면 베트남의 남부지역인 푸꾸옥이나 냐짱을 가야 한다.
아니면, 다낭과 붙어 있는 호이안을 가도 또 다른 분위기의 바다가 펼쳐진다. 대신에 미케비치는 호이안보다 시내가 발달된 지역을 끼고 있으니, 주변에 맛집이나 야시장까지 즐기기 좋다.
헬리오 야시장에서 소소한 쇼핑도 즐기고, 각종 꼬치구이에 시원한 맥주도 마시고, 더운 여름밤을 즐기기에 딱이다. 다낭이 한시장을 제외하면 딱히 쇼핑할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야시장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하지만 사진마다 빈 손인 걸 보니 딱히 살만한 건 없었나 보다.
사실 다낭은 이 바나힐 때문에 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바나힐은 고산지대에 조성된 대규모 테마파크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로 이동한다. 중간에 골든브리지에서 내려 반드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생사진을 얻을 수 있는 명소이기 때문이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진 찍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데, 웅장한 조형물과 브릿지 크기에 압도되어 개미 같은 사람 배경은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
사진을 다 찍고 다시 프렌치 빌리지에 올라가 무제한 놀이기구를 이용하면 되는데,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무제한이라 줄이 엄청 길 것 같지만, 워낙 게임시설이나 놀이기구가 많아 적당히 기다릴만하다.
주의할 점은 산꼭대기에 위치하기 때문에 다소 춥게 느껴질 수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바나힐케이블카, 골든브릿지 사진 명소, 프렌치 빌리지 놀이기구
다낭에서 호이안으로 이동했고 차로 30분 정도 소요된다.
많은 관광객들이 다낭이 먼저냐 호이안이 먼저냐를 두고 고민한다. 나는 선다낭 후호이안이었는데, 이는 관광이 먼저냐 휴양이 먼저냐로 결정하면 될 듯하다.
호이안 여행 코스는 간단하다. 안방비치, 올드타운.
별다른 기대감 없이 도착한 호이안은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정겹고 아름다웠다. 나에겐 호이안이 승!
호이안은 유명 호텔이나 숙박시설이 없는 만큼 아기 자기한 로컬 숙소를 고르는 재미가 있다. 우리가 고른 호이안 숙소는 미니 풀빌라인 더블루알코브다. 룸 밖으로 나오면 바로 앞에 뛰어들 수 있는 수영장이 있고, 투숙객이 많지 않은 숙소라 개인 풀빌라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랩이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오는 더블루알코브. 침대가 무려 3개라 가족숙소로 최고다.
안방비치로 들어가는 입구. 바구니배도 보인다.안방비치를 가려면 숙소에서 조금만 걸어 해변가로 나오면 된다.
비치가방에 필요한 물품을 싸들고 동네 구경을 하면서 걸어가다 보면 마법처럼 등장하는 안방비치.
해변을 따라 즐비한 클럽 중 마음에 드는 곳에 자리를 잡고 음식을 시켜 먹으며 클럽에 딸린 수영장과 비치를 즐기면 된다.
대신 클럽 음식 맛은 '자리값이다' 생각하면 한결 마음이 편하다.
안방비치에서 실컷 즐겼으면 숙소 들어가는 길에 로컬 마사지샵이 곳곳에 있으니 마사지를 받아 보는 것도 좋은 선택. 가격은 하노이 로컬 마사지보다는 비싸다. 하지만 관광지니까 오케이.
안방비치 쇼어클럽에서 먹은, 맛을 그저 그랬던 음식. 대신 수영장과 바다를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호이안 올드타운은 저녁 시간에 맞춰 가야 한다. 왜냐하면 등불이 켜지는 올드타운 거리가 너무 아름답기 때문이다. 물론 낮에 가도 볼거리와 즐길거리들이 있지만, 등불이 켜진 올드타운 밤거리를 보지 않았다면, 호이안을 다녀왔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다.
흡사 센과 치히로에 등장하는 거리 같기도 하고, 중국과 일본풍의 분위기도 섞여 있는 듯하지만, 결국엔 베트남 전통건축 양식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색적인 거리다.
거리마다 즐비한 예쁜 카페에서 커피도 즐기고, 등불을 밝히고 동동 떠있는 소원배까지 즐기면 완벽하다.
골목마다 아기자기한 예쁜 카페가 많고, 소원배는 아이들이 타기에는 위험해 보여 구경만 했는데 구경만 해도 충분하다. 단, 저녁시간에 즐겨야 하는 올드타운에서 주의할 것이 있으니, 바로 숙소로 돌아오는 그랩을 잡기가 너무 힘들다. 사람들도 많고 거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그랩에서 잡히는 위치와 실제 위치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이 숙소로 떠나기 전 조금 일찍 자리를 뜨는 방법을 추천한다.
숙소로 돌아가는 골목에 위치한 작은 구멍가게도 들어가 봤다. 마트 말고 로컬 가게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의외로 유명 관광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득템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나기도 하는데, 주의할 점은 유통기한을 잘 봐야 한다.
그 밖에도 대형 마트에서 만날 수 없는 찐 오리지널 로컬 간식을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다.
추석연휴에 한국이 아닌 다낭에서 그것도 달랑 우리 네 식구만 온전히 즐긴 첫 명절이었다.
다른 가족 없이 우리만 보내는 첫 명절이 어색하기도 했지만, 결국 우리 가정을 온전히 사랑하고 책임질 사람은 결국 나와 남편밖에 없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소중한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