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랏
2019년 말부터 코로나가 점점 확산되더니 다음 해에는 코로나로 아빠가 하노이에 올 수도 우리가 한국으로 갈 수도 없어 졸지에 이산가족이 돼버렸다.
그렇다고 우리도 베트남까지 와서 집에만 붙어 있을 수는 없었다.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나름 열심히 베트남 이곳저곳을 여행했다.
물론 엄마 혼자 아이 둘을 데리고.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셋만의 여행이다.
이번 여행지는
베트남 고산지대에 위치해 사계절 내내 24도 안팎의 훌륭한 기후를 자랑하는 달랏이다.
다낭, 호이안이 강원도 속초, 강릉이라면 달랏은 평창? 정도 될 것 같다.
달랏은 작은 유럽마을이라고도 불릴 만큼 전경이 너무 예쁜데,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곳은 아니다.
휴양지는 아니기 때문인데, 최근에 나혼산 팜유들이 달랏을 다녀온 후로 더 알려지긴 했다.
우리 집 물개들이 웬일로 휴양은 질렸다며, 관광을 원하다고 말해 배낭 메고 야심 차게 관광하러 온 달랏!
달랏 여행 계획은 달랏빌라비스타 숙소-달랏크레이지하우스-다딴라폭포 루지 타기-달랏 기차역-껌땀 현지 맛집-해리포터 카페-달랏 호수 공원-달랏야시장-달랏주두동물원-달랏 대성당으로 마무리했다.
자, 그럼 달랏 이야기를 시작한다.
달랏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냐고 물으면, 숙소라고 답할 것이다.
먼저 달랏을 선점하신 하노이 동기 선생님들께서 하나같이 추천해 주신 숙소는 바로, 달랏빌라비스타다.
사진에서 보듯이 달랏은 고산지대에 위치한 작은 유럽마을 같은 풍경을 자아낸다. 특히 하늘과 맞닿아 있는 마을 전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숙소 어디서나 바라볼 수 있는 달랏 전경. 룸에서도 보는 풍경이 아름다워 반나절을 룸에서 보내기도 했다. 그 전경을 가장 좋은 위치에서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숙소가 빌라비스타이고, 가격 또한 저렴하다. 아침마다 진한 커피와 브런치를 조식으로 제공하는데, 우연히 같은 숙소에 머무르게 된 하노이 동기네 가족과 1시간은 넘게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즐긴 듯하다. 아침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빌라비스타숙소를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걸어서 달랏 크레이지하우스를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레이지 하우스는 가우디 건축물을 모티브로 한 건물로 달랏의 대표 명소이다.
좁은 계단과 통로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건물들을 넘나드는 재미가 있다. 대신 경사가 높고 계단과 통로가 좁기 때문에 아주 어린아이들은 위험해 보이기도 하다.
한국처럼 안전 가이드나 장치가 잘되어 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겁 많은 아들은 다리를 후들거리며 지나가는 구간도 있었으나, 결론은 재밌었다.
다음은 대망의 다딴라 폭포 루지 타기! 다딴라 폭포를 보러 가는 곳이지만, 제법 긴 루지를 꼭 타봐야 하는 관광 명소이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셋이 같이 타다가 너무 재밌다며 두 번째는 각자 하나씩 탔는데, 당시 초2, 초5도 재밌게 탔다. 속도가 빨라지면 레버를 당겨 브레이크를 작동하면 되기 때문에 자기 레벨에 맞춰 루지를 탈 수 있다. 이 착한 물가의 베트남에서 루지에 5만 원이나 썼다는 사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콤비, 다딴라 폭포와 루지이다.
계곡에 내려가 물에 발 담고 놀아도 된다. 루지 타는 재미에 빠져 폭포는 눈으로만 본 우리.
달랏 기차역 또한 유명하다.
옛날 정겨운 기차역이 그대로 보전되어 있고, 해리포터에서 보던 증기기관차를 예약만 하면 실제 탈 수 있다. 꼭 타보고 싶다면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예약을 해야 한다.
우리는 시간이 맞지 않아 기차에 올라가 보기만 하고, 기차역 내에 위치한 예쁜 카페에서 음료를 즐기는 걸로 대신했다.
사실 점심 먹을 시간은 아니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냄새를 뿜어내는 바람에 들어간 현지 맛집 껌땀 Co Thu 118. 저 피어 나오는 연기는 고기를 굽는 연기이고, 진한 숯불고기 향이 진동을 한다.
어찌 안 들어가고 배길까. 심지어 천 원대!! 숯불고기 덮밥에 계란까지 올려 주는 제대로 된 현지 맛집이고, 현지인들이 줄 서는 숨은 맛집이다. 배도 안 고픈 우리는 접시를 싹싹 비우고 나왔고, 아이들은 핵맛집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달랏 기차역에서 길 따라 내려오다 보면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는 위치에 있다.
아이들은 이 껌땀을 두고두고 얘기하고, 아직도 코끝에서 향이 기억난다.
다음 여행지는 관광객들은 일부러 찾아가지 않는 해리포터카페다. 여길 간 이유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버터맥주를 팔고 있다고 하여, 아이들과 일부러 그랩 타고 찾아간 곳이다.
슬프게도 내부 공사 중이었고, 실망하며 돌아가려는 우리를 보고 사장님은 다른 음료를 제안하셨다. 마음 약하고 정 많은 베트남 사람들의 모습이다.
아쉬운 대로 주문 가능한 다른 음료를 마시며 연못에 잉어에게 배불리 피딩을 하고 돌아온, 잉어 먹이 주기 체험이 돼버린 일정이었다.
지금은 공사가 끝나고 버터맥주를 팔고 있기를 바래본다.
달랏 호수 공원은 따로 여행코스로 잡지 않아도 된다. 왜냐하면 달랏을 도착하는 순간부터 달랏을 떠나는 순간까지 이동을 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가게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커다란 호수 공원을 둘러싸고 다양한 카페와 맛집이 즐비하고, 호수 공원 가운데에 대형 빅c마트까지 있기 때문에 수시로 들렀던 곳이다.
베트남에서 더운 날씨 때문에 광장에서 뛰어놀기 힘든데, 그걸 가능하게 해 준 달랏 호수공원 광장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들어가 잠시 쉬어 주고, 달랏 야시장에 종종 나가곤 했다.
tv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하는 달랏 야시장은 깜짝 놀랄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랩을 타고 야시장 입구에 내리면, 나혼산에서 나온 커다란 계단이 나온다. 실제로 사람들은 먹거리를 사서 계단에 앉아 야시장을 바라보며 음식을 먹었고, 음식을 구입하면 방석을 제공해 준다.
문제는 이 계단에서 벗어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먹거리가 너무 많아서 자꾸 맛만 보겠다며 열 종류는 먹은 듯하다. 매일 저녁 나가도 재밌는 달랏 야시장. 베트남 젊은이들의 힙한 패션도 구경할 수 있다.
달랏 주두 동물원은 관광객들이 정말 가기 힘든 곳 중 하나고, 보통 현지인들이 많이 찾아오는 관광지다.
그랩을 예약해서 한 시간 정도 외곽으로 달리면 나오는 주두동물원.
시간별 입장 인원이 제한되어 있는데, 대기하는 카페 내부에 이미 동물원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의 다양한 동물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들은 이곳을 더 좋아한 듯하다.
베트남의 동물원들은 정말 자연 친화적이라 사람과 동물의 경계를 너무 낮춰서 문제다.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날름거리는 기린 혀가 몸에 닿는 경험을 한 후로는 너무 위험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동물들이 있는 우리 안으로 사람을 집어 넣고 문을 가두는 식인데, 리얼 사파리라고 보면 된다.
달랏 마지막 날은 달랏 대성당으로 향했다. 특별할 건 없지만, 지역 대성당은 왠지 한 번씩 다 가보게 되는 것 같다. 대성당 앞에서 팔고 있는 딸기를 사 먹어 봤는데, 달랏이 워낙 딸기가 유명한지라 얼마나 맛있을지 한껏 기대했다.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소금에 절여져 있는 딸기를 맛보고는 바로 뱉어 버리는 아이들.
옆에서 딸은 물로 입을 헹구느라 바쁘다.
정갈한 모습의 달랏 대성당. 궁금했던 딸기맛의 충격.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른 작은 소품가게다. 아기자기한 수공예품들을 팔고 있는데, 워낙 독특한 물건이 많아서 우리의 발길을 오랫동안 잡아 두었다.
해리포터 마니아인 아들은 해리포터 음악이 흘러나오는 오르골을 선택했고,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들 침대 머리맡에 놓여있다.
아이들 눈 돌아가게 하는 예쁜 소품들 가득했던 달랏 작은 상점
달랏은 바다가 없고 휴양이 아닌 관광지인데 관광시설이 잘 발달되어 있는 곳도 아니다.
위치도 애매해서 사실 달랏 한 곳만 오기에는 비추다. 대신 베트남의 유명지역을 전부 여행해 봤거나 색다른 베트남의 고산지대 풍경을 보고 싶다면, 긴 일정 중 1박 2일 혹은 2박 3일 정도만 여행해 보는 것도 좋다.
참고로 우리 아이들은 바다도 없고 수영 한 번 못했지만 달랏이 참 좋았다고 얘기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빌라비스타에서 마을 풍경을 바라보며 모닝커피 마시던 그 장면, 그 느낌이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