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rk parks at the park Nov 13. 2024

Mr.트럼프의 귀환과 반지식인 풍조

그냥 내가 싫은거죠? 그래서 그를 뽑은거죠?

트럼프가 돌아왔다. (우리나라 언론들이 설레발을 쳤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 선거 전 미국내의 예상은 해리스의 압승을 예상하지만은 않았었다고 한다.) 흔히 말하는 영화를 만들어도 이보다 더 극적인 이야기는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으리라. 이미 한 번 집권하면서 전 세계를 뒤흔들었고, 이후 재선에 실패하면서 대선불복운동을 주도하고 사상초유의 백악관 난입사건의 단초가 된 인물이며, 현재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여러 범죄로 기소된 논란의 인물로서 대통령에 다시 당선이 된 것이다.

그러나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트럼프의 당선 자체보다도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친 원인들이다. 꽤나 많은 원인들이 분석되었지만 그 중에서도 씁쓸하게 느껴지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이 '반지식인'경향(against elite)경향이다. 


예전에 일본사회의 한 현상으로 반지식인 풍조와 더불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니시무라 히로유키에 대해서 주목한 적이 있었다. 히로키는 일본의 인기 유튜버인데 (현재 대략 110만명 정도의 구독자를 가지고 있다.) 특이하게도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면서 주로 일본사회의 다양한 이슈에 대해서 주로 질문에 답변하는 형식으로 컨텐츠를 진행하는 사람이다. 그의 방송 중 한국어로 번역된 몇 편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사실 그의 방송 컨텐츠는 내용면에서 전문성이 떨어지고 대부분이 인상주의적인 평가와 개인적인 사견을 전달하는 정도이며, 논란이 된 내용도 많아 수많은 소송을 당하기도 하였다. (몇 년전에는 전문지식이 별로 없는 그를 일본의 한 방송국 TV토론 프로그램에 섭외하여 한국의 통일에 관한 토론을 벌였는데, '북한이 남한을 통일할 것이다' 라는 주장을 구체적인 근거없이 장황하게 내뱉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러한 그의 방송이 최근 일본사회에 번져있는 '반지식인'주의와 맞물려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아마도 반지식인경향 이외에도 일본사회에서는 드문 스타일인 청산유수형의 달변가로서 온갖 주제에 대해서 막힘없이(내용이 논리적이거나 합리적이라는 말이 아니고 말 그대로 말을 끊김없이 줄줄 잘 한다는 뜻이다.)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이 꽤나 매력이 있어서 인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일본의 현상을 보면서 나는 굉장히 의아했는데 도대체 일본사회에서 지식인이라는 집단에 대해서 얼마나 불신과 허무주의가 팽배해 있길래 그에대한 반사작용으로 저런 사람이 공신력을 얻고 여론을 주도하는 건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미국의 선거결과를 보면서 역시 반지식인주의가 선거결과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전세계의 정치,경제,과학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사실상 유일무이한 1강의 나라인데 그런 나라의 국민들 사이에 반지식인 경향이 일고 있었다니!

'니들 똑똑하다는 것들이 나의 삶에 뭐가 도움이 되는거야? 니들은 니들밖에 모르잖아. 그 잘난 똑똑한 머리로 지금 미국사회를 어떻게 만들어놓았는지 좀 보라고. 인플레 때문에 외식은 꿈도 못꾸고 장보기 조차 겁난다. 아니 내일 내 일자리가 날아갈 위기에 쳐해 있다고!'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미국사회에 단순하면서, 명쾌하고 때론 뻔뻔한 거짓말이지만 직설적이면서도 사람들을 교묘하게 자극하하고 대중을 사로잡는 트럼프가 대안으로 보인 것일까? (그러나 잘 알다시피 트럼프란 인물은 결코 무식꾼이 아니다. 그도 와튼스쿨을 졸업한 엘리트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꾸준히 반엘리트주의를 자극하기도 했었다. 연설하면서 '그는 엘리트야' 라는 식으로 약간의 혐오의식을 자극하는 멘트를 해왔었다. (그리고 미국사회에서의 엘리트 즉, 높은 학력수준을 가진 지성인 집단이 상대적으로 진보적(liberal)인 가치관을 향유하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 민주당의 집권과 경제상황, 그리고 사회상황에 대한 반감으로 그들을 적대시하는 감정이 커져왔을 수 있다.)


하나 특이한 점은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반지식'적 경향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런면에서 얼마나 축복인가.) 나의 인식이 맞다면 아마도 그것은 전세계에서 가장 공고한 신념체계 중 하나인 '학벌주의'의 견고한 방어막이 작동했기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우리나라의 엘리트의 기준은 아직도 상당히 명확하다. 서열의 구조가 좀처럼 바뀌지 않는 소위 명문대의 순서대로 엘리트의 순위가 매겨지고 그러한 판단기준은 한 인간의 사회생활 내내 유효하며 견고하게 적용된다. (그런점에서는 과연 우리나라의 엘리트시즘이 좋은 것인지 우리는 오랫동안 고민해 오고 있고 그 해결책을 찾고 있으나 아직도 해결책은 요원하다.)

어떤 관점에서보면 좀 진부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예컨데 인간이 부족을 이루어 살 때 부터 그 부족에는 우두머리가 있었고, 그를 기점으로 질서가 유지되고 부족이 운영되었다. 현대에서도 사회의 엘리트의 존재는 부정되지 않아왔다. 특히 사회의 혼란이 가중될 때 '사회의 어른'노릇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 라는 식의 미디어의 사설이나 보도를 자주 접하지 않나. (우리는 아직도 ~사 짜 돌림의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소위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면 '사회지도층'이니 '명문대'니 타이틀을 덧붙여 보도하지 않는가?)

그런데 미국과 일본의 사례처럼 사회내의 반엘리트주의, 반지식인주의가 발생하는 것을 과연 어떻게 여겨야 할 까. 사회의 변화를 좋고 나쁨으로 판단할 수 없겠지만, 그런 현상은 분명히 곱씹어보며 평가를 해볼 필요가 있다. 분명 우리나라와 같이 '학벌'이 엘리트를 규정하는 곳에서는 어느정도 반엘리트주의가 나타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그 견고한 철옹성 같은 믿음과 가치의 체계가 반사회적이고 반생산적인 면을 오랜시간동안 보여왔기에 그런 구조를 어느정도 완화할 수 있는 반엘리트주의는 달갑지 않을까.(그러나 역시 위에서 언급한 대로 그런 현상이 벌어지기 힘들것이라고 예상한다.)

한편으로 사회에 독이 되는 반엘리트주의는 사회의 건강한 신념과 믿음의 체계를 손상시키는 엘리트주의일 것이다. 기득권에 대한 반발로 점철되는, 모든 있는자, 가진자는 다 나쁘고 타파해야 한다는 식의 반엘리트주의는 마치 공산혁명과 같은 무서운 폭력의 형태를 띨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일본의 반엘리트주의는 그런 형태라기 보다는 일종의 무관심주의을 바탕으로 리더로서 엘리트를 거부하는 움직임 정도로 여겨진다.-물론 반엘리트주의가 잘못된 정치신념과 뭉쳐지면 미국 의회점거사건과 같은 폭력적 난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아무튼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일본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지만, 두 국가에서 나타는 현상은 우리의 미래를 고려할 때 충분히 참고해 볼 만하다고 여겨진다. 무엇보다 현재 젊은 세대들이 취업과 결혼 등의 중요한 일들에서 큰 좌절과 실망감을 느끼고 있는 마당에, 향후 한국에서도 반엘리트주의가 팽배해지고 무관심주의가 나타나지 않으리라 단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남녀갈등이다. 낙태권리와 같은 첨예한 주요 이슈에 대해서 남과 여가 서로 다른 의견을 내고 반목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남초 커뮤니티를 등에 업은 마초맨 트럼프에게는 쾌재를 부를만한 상황이었으리라. 작금의 한국사회도 이 점에서는 동조화되어 있다. 특히 한국사회의 20대와 같은 젊은 세대에서 남녀갈등은 이전 어느때보다 극심하고, 이것은 고스란히 선거와 같은 정치적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다소 철지난 느낌은 있지만 세기말에 세계의 지성을 달구었던 프란시스 후쿠야마의 '역사의 종말'을 다시 생각해 본다. 당시 큰 반향을 일으킨 이 책의 핵심은 결국 인류의 사회 체재로서 민주주의의 승리를 고하는 것이었다. 민주주의가 인류사회의 최종적인 대안으로 자리잡았다고 선언했었는데 과연 지금 세상은 그 책의 선언대로 나아가고 있을까? 현재의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의 변화와 흐름을 지켜볼 때 다시 한 번 책의 결론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물론, 책에서 비교대상으로 삼은 사회주의를 다시 주목할 필요는 전혀 없지만, 우리가 지향하는 민주주의가 과연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질문을 이어가게 만든다.) 어이없게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에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고, 역시나 중동지역에서도 이스라엘이 중동국가들과 전쟁을 치르고 있다. 과연 미래의 인류의 지성은 어떻게 전개될 지 궁금하다. 


작가의 이전글 수업시간에 수업을 하지 말라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