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이 Mar 30. 2017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어야 하는가

완전범죄를 꿈꾸던 무자비한 사람들, 영화 '프리즌' 

* 본 포스팅은 작가의 주관적 시선에 기반해 영화를 읽고 있습니다. 때문에 미흡한 점이 많겠지만, 너그럽게 읽어 주세요.

* 본 포스팅에는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중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봤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볼 것이기 때문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감옥에서 세상을 굴리고자 했던 어느 놈의 이야기.


괴물과 싸우는 자는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저 말은 프리드리히 니체의 명언으로 유명한 말이다. 원래 저 말은 독재자가 되어버린 영웅을 빗댈 때 많이 쓰이는 말이라고 한다. 영웅은 처음 등장할 때 독재자를 없애기 위해 곧은 신념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지만, 그 독재자를 쓰러트리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스스로 괴물이 되어버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니체의 이 말은 여러 영화들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변주되며 계속해서 영화의 소재가 되어왔다. 그 때문에 이러한 류의 영화들의 결말은 일부 예측 가능한 범주에 놓여있지만,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이나 플롯에 보다 중점을 두는가는 영화들마다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영화 '프리즌' 역시 이러한 플롯의 영화들 중 하나다. 


포스가 철철 넘치는 한석규 이하 범죄자 여러분들


영화 '프리즌'은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교도소는 여타 평범한 교도소와는 완전히 다르다. 밤이 되면 죄수들은 밖으로 나가 대한민국 완전범죄를 만들어내고 유유히 복귀한다. 그 교도소의 권력 실세이자 왕으로 군림하는 익호(한석규). 그 곳에 검거율 100%로 유명한 전직 경찰 유건(김래원)이 뺑소니, 증거인멸, 경찰 매수의 죄목으로 입소하게 되고, 특유의 깡다구와 다혈질 성격으로 익호의 눈에 띄게 되며 영화는 시작된다. 익호는 유건을 이용해 새로운 범죄를 꾀하며 더욱 강력하고 견고한 자신만의 제국을 세우려 한다. 


영화 속에서 유건은 범죄를 밝히기 위해 스스로 교도소 속으로 들어가는 '언더커버' 경찰이 된다. 그러나 언더커버를 소재로 하는 영화들이 늘 그렇듯, 유건은 우두머리인 익호의 신임을 받기 위해 어떤 범죄도 서슴치 않고 저지른다. 그의 신임을 받고 범죄에 더욱 깊숙이 관여해야만, 확실한 물증을 확보해 익호를 비롯한 범죄조직을 일망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범죄의 수준은 점차 더 잔인해지고 더 심각해져만 간다. 처음은 누군가를 때리는 수준에서 시작했지만, 그 다음은 누군가의 손목을 도려내야 하거나, 억울한 죽음을 아무 말 못하고 지켜봐야만 한다. 유건은 그 모든 순간을 견뎌내고, 결국 가장 신임받는 익호의 최측근으로 등극하기에 이르른다. 


영화를 보면서 실제 이런 교도소가 있었을까 궁금증이..


영화 속에서 한석규는 교도소 안에 자신만의 왕국을 건설하고, 그 안에서 왕으로 군림하며 살아간다. 그는 순수한 악이고, 가장 잔인한 악으로 그려진다. 그는 말 그대로 눈 뜨고 보기 어려운 범죄들을 서슴치 않고 저지른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여러 범죄자들이 한 팀으로 묶여 그 왕국을 완성한다. 그리고 그 왕국 안에서 그들만의 규칙을 만들고 살아간다. 익호는 그 왕국을 유지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주문을 받아 청부 살인 및 범죄를 저지르며 끝을 모르는 탐욕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왕국을 무너뜨리기 위해 유건이 등장한다. 


한석규의 연기는 가히 미친 지경이다


처음엔 범죄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시작한 언더커버가 점차 자신의 발목을 옭아매 오는 것을 느꼈을 때, 유건은 과연 어떤 기분을 느꼈을까. 그러나 유건은 물러날 곳이 없는 사람이었고, 그래서 더더욱 그 안으로 스스로를 내던졌다. 영화를 보는 내내 니체의 말이 떠오른 것은 그 때문이었다. 유건의 처지가 이해되면서도, 유건이 영화 속에서 해 나가는 선택들이 계속해서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유건이 괴물이 되어가는 것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마지막 선택의 기로에서, 유건은 과연 괴물이 될 것인가, 아니면 괴물을 잡을 것인가.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과연 이 영화가 어떻게 결말로 치달을 것인지, 유건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것인지 궁금해하며 영화를 보게 될 것이다. 


영화는 교도소 올 로케였단다


유독 최근 들어 교도소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많이 보았던 것 같다. 비단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지 않더라도, 권력을 둘러싼 범죄액션류의 영화가 최근 극장가에서 눈에 많이 띄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어쩌면 사회 현상과 맞물려 나타나는 현상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막막하고 더딘 현실을 견뎌내기 위해 이른바 '사이다' 같은 통쾌함을 선사해 줄 수 있는 영화를 찾으려 하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고, 혹은 제작자들 쪽에서 그런 통쾌함을 사람들이 원하고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만들어 내는 것일지도 모르고, 아니면 이 모든 것은 그저 우연에 지나지 않는 일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이번 영화의 배우들 중 주연인 한석규와 김래원의 열연이 돋보인다. 그 외 반가운 얼굴들이 영화 내내 많이 보여서 영화를 보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의 대부분이 교도소 안에서 이루어지는 단조로움을 해소하고자 화려한 캐스팅으로 대체를 한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주조연의 연기가 모두 훌륭하니, 영화는 보다 탄탄한 설득력을 얻는다. 다만 청소년 관람불가인 만큼 잔인함의 정도가 눈을 뜨고 보기 어려운 수준일 때가 많고, 과연 이렇게까지 잔인할 필요가 있는가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들도 종종 등장한다. 특히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주인공 유건이 점차 범죄에 깊숙이 가담하게 되면서 잔인성은 극에 달한다. 잔인한 영화를 그다지 즐기지 않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부분이 아마 아쉽게 느껴질 것이다.  3월 22일 개봉.  




 


매거진의 이전글 수단이 중요한가, 결과가 중요한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