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슐랭의 편파적 시선 01. 에머이 편
본 리뷰는 업체로부터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작성한 저만의 경험담입니다.
일회성 방문이 아닌 최소 4번 이상의 방문을 통해 느낀 점을 적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베트남 쌀국수에 미쳐있다. 작년 베트남 하노이를 방문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 여행을 계획한 목적 자체도 오로지 베트남 현지의 진짜 쌀국수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주변에서 하도 한국 쌀국수는 정말 별로고 맛있는 쌀국수는 미국에 가야 먹을 수 있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하다 보니 - 거의 귀에 딱지가 앉을 수준이었다...덕분에 미국 쌀국수에 대한 환상도 생김 - 진짜 현지의 맛은 어떤 맛일지를 느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하노이의 쌀국수는 정말 인생 최고의 맛이었다. 현지에서 거의 매 끼를 쌀국수(또는 베트남 현지요리)를 먹다 보니 점차 그 맛에 중독되어, 고수와 기타 등등의 향채에도 완벽하게 매료되었더랬다 - 심지어 치약맛 나는 것까지도 그리워하게 될 정도로. 그래서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와 현지에서 1500원을 내고 먹었던 쌀국수보다 한국에서 9000원을 내고 먹는 쌀국수가 최소 20배는 더 맛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엄청나게 좌절했다.
현지 쌀국수의 맛을 그리워하며 괴로워하고 있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주변 지인분들은 현지 쌀국수의 맛과 가장 유사하다는 이른바 '쌀국수 맛집' 리스트를 추천해 주기에 이른다. (그러나 추천 받아 놓고 정작 방문해 본 곳들은 몇 군데 없다. 다들 내 생활 반경과 가깝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그리고 에머이는 그 리스트 중 한 곳이었다. 아직 지금처럼 거대 프랜차이즈화되기 전, 각종 지역에 에머이 분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기 전, 그러니까 에머이의 존재가 아주 희귀하던 작년까지만 해도 에머이는 사람들의 머릿속 '쌀국수 리스트'에 포함되는 맛집이었더랬다. 그렇기 때문에 맛집인 에머이가 회사 근처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는 '이제 드디어 에머이의 맛을 느껴볼 수 있겠구나!' 하며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그렇게 나는 에머이 강남점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
간략하게 줄이면 현재의 에머이는 한국화된 베트남 쌀국수를 판다. 면은 일단 일반 프랜차이즈에 비하면 매우 부드럽다. 베트남 현지 쌀국수의 가장 큰 특징이 생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에머이는 프랜차이즈 중에서 가장 현지 음식에 가까운 쌀국수를 재현하고 있는 셈이다. 포 외에도 우리나라 식으론 비빔국수나 냉국수 정도로 이해할 수 있는 분짜도 나름 훌륭하다. 특히 분짜는 야채를 매우 많이 주는 점이 마음에 들고, 면을 담가 먹는 소스도 현지의 맛과 유사하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대신 이 소스는 조금 많이 단 편이다). 개인적으로 면의 향연 속에서 볶음밥이 눈에 띄었는데, 밥의 맛 자체는 평범한 편이지만 면 외에 다른 메뉴가 있다는 점에서는 나쁘지 않다. 그리고 나처럼 방문할 때마다 너무 똑같은 메뉴만 계속 먹게 되는 사람을 위해 한번쯤 일탈을 할 수 있는 메뉴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에머이가 쌀국수집이라는 거다...... 쌀국수가 주 메뉴다. 첫 방문이라면 쌀국수를 가장 먼저 맛볼 것을 추천. 갈때마다 생고기 쌀국수를 즐겨 먹는데, 적당히 익고 어느 정도는 안 익은 고기가 면 위에 올라가 있어서 부드러운 감칠맛을 더한다. 이만하면 한국에서 그럭저럭 베트남을 맛볼 수 있는 훌륭한 식당이라 하겠다.
에머이 전 지점을 가보지는 않았기 때문에 강남점에 대한 아쉬운 점을 말하자면, 우선 사람이 너무 많다. 여유있는 쌀국수 한 그릇을 즐기기는 어렵고 - 물론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선 기다려야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마는 - 특히 식사 시간엔 더하다. 여유롭게 에머이를 즐기고 싶다면 식사 때를 살짝 피해 늦게 가는 것도 방법. 7시 반이 넘으면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더라(참고로 8시반 넘어서도 가봤는데 정말 몇 테이블 안 남았....) 또다른 아쉬운 포인트는 고수!!! 고수를 별로 안 주신다. 듬뿍 달라고 많이 달라고 말을 따로 해도 별로 많이 안 주신다. 물론 이건 한국에 있는 음식점이고 현지화가 되어있으니 고수가 기본으로 안 들어가는 건 이해하지만 많이 안 주시는 건 갈때마다 슬프다. 고수가 비싸다더니 아마 그 때문인 것 같다. 베트남에서 먹었던 - 고수를 비롯한 각종 향채가 듬뿍 올라간 - 쌀국수를 상상해서인지 그건 좀 아쉬운 부분. 이 두가지를 빼면 전체적으로는 만족하는 집이다. 특히 내 생활권 반경에 있기 때문에 아마 사시사철 자주 가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격은 저렴하지 않아서 그렇게 자주는 못 갈지도 모르지만....
- 위치: 강남역 1번 출구 근처
- 가격: 하노이를 다녀오니 한국의 어떤 베트남 음식점도 가격이 전혀 착하지 않게 느껴짐.
- 양 : 여성 3인이 요리 4가지를 시키면 배가 터지고 3가지를 시켜도 배가 터진다. 그러나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4개를 시키는 편이 좋다.
- 방문횟수: 5회 이상
- 재방문의사: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다시 가게 되어 있다. 가깝기 때문...
- 총점: 3.5따봉. 참고로 5따봉 만점이다. 3따봉 이상이면 아마 엄청 나의 인스타를 도배하고 있는 집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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