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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May 20. 2017

평양냉면이 대체 뭐길래

수슐랭의 편파적 시선 02. 을밀대 편

본 리뷰는 업체로부터 아무런 대가를 받지 않고 순수하게 작성한 저만의 경험담입니다. 

일회성 방문이 아닌 최소 4번 이상의 방문을 통해 느낀 점을 적었음을 알려 드립니다. 


평양냉면, 그놈의 평양냉면 


기실 나에게 있어 평양냉면의 첫인상은 과히 좋지 않았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무지막지하게 퍼붓던 어느 여름날, 우리는 하필 그날 평양냉면을 먹기로 약속했고 맛집이라는 특정 음식점을 가기 위해 비를 쫄딱 맞으며 15분을 넘게 걸어야 했다. (그 가게 이름은 매번 까먹는데 압구정 쪽에 있는 집이다.) 빗속에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온 가게는 설상가상 사람들로 발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었다. 불쾌하고 후텁지근한 그날의 경험은 그래서 잊을 수 없는 기억으로 남았다. 평양냉면이라는 음식을 난생 처음 먹으러 가는 날 하필 날씨가 도와주지 않다니. 내가 안 먹어본 음식이라는 것도 서먹하게 느껴지는데 설상가상 이런 기분으로 첫만남을 가져야 한다니. 듣기로는 이 음식의 첫인상도 별로 좋지 않다던데, 하며 나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었다. 그리고 그런 불안감은 그 집을 나오면서 완전히 사라졌다.


1인 1냉 + 녹두전 시킨 날

평양냉면이라는 음식의 기원이나 역사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하지만, 실상 이 음식은 우리가 익숙치 않은 맛을 공략하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함흥냉면 등의 강하고 자극적인 맛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에게 메밀면 특유의 거침과 삼삼한 국물로 어필하는 평양냉면은 매우 낯설다. 음식의 첫술을 뜨면 모르는 사람과 처음 만나 식사를 하는 것 같은 어색함에 사로잡히고, '이건 뭐지?' 하는 생각에 얼른 다시 한번 더 먹어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참 이상하게도, 평양냉면은 일반 냉면에 비해 매니아들이 엄청나다. '면스플레인'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각 음식점들의 특장점을 분류하고 국내 최고 맛집들을 가르고, 평냉만의 특징을 하나하나 역설하는 매니아들 덕에 오히려 평양냉면에 대한 편견을 갖게 되는 사례가 발생할 정도다. 평양냉면이 대체 뭐길래 그들은 그토록 열정적으로 그것을 사랑한단 말인가. 맛은 인정하지만 그 열정까지는 아직 이해하지 못했을 즈음, 강남역과 역삼점 사이에 을밀대컵 강남점이 들어섰다.


왜 사진을 보기만 했는데 침이 고이는가.. 을밀대는 무조건 거냉이다!!! 거냉

'면알못'과 을밀대

나는 을밀대 본점을 방문해본 적도 없고, '면알못'이라서 필동면옥을 비롯한 6대 맛집 중 아직 가장 선호하는 음식점은 없다. 사실 음식점별 차이도 아직 잘 모르겠다.....그맛이 그맛 같....... 전문가들은 삼삼한 맛이 매력이라는데, 나는 아직 자극적인 맛에 대한 향수가 나는지 고기 맛이 나는 육수를 만나면 그렇게 맛있고 행복하기만 하더라.

그런 의미에서 강남 을밀대컵은 나랑 잘 맞는 평양냉면 식당이다.


을밀대컵의 주 메뉴는 평양냉면(물/비빔)과 녹두전, 수육 그리고 탕. 나중에 수육은 꼭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가격이 후덜덜해서 웬만해선 도전을 못해보겠다. 나중에 월급날 꼭 먹어보는걸로... 아, 을밀대컵은 왜 이름이 을밀대컵이냐면 테이크아웃을 할 수 있어서다(...) 시도해 보진 않았지만 도전했던 지인의 말에 의하면 나쁘지 않았다고 함. 그러나 내 머릿속에선 가져가는 동안 냉면이 불어버리는 장면이 계속해서 연출되고... 아무리 시간이 촉박해도 을밀대 테이크아웃은 도전을 못하겠다.


을밀대 평양냉면은 살얼음이 특징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얼음 없는 일명 '거냉'이 훨씬 맛있었다. 육수가 더 진해지는 느낌?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거냉을 추천한다. 비빔냉면도 한번 도전해본 적 있는데 비추... 을밀대는 무조건 물냉/거냉을 꼭! 먹을 것. 냉면만 먹기 심심하다면 녹두전을 곁들이는 것도 좋다. 여기 녹두전엔 고기가 아주 실하게 들어 있어서 이게 녹두전인지 고기전인지 헷갈릴 정도다. 덩어리로 들어있는 고기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또 하나 을밀대컵 강남점의 특징은 김치가 정말 맛있다는 것! 진짜 거짓말 안하고 최근 먹은 음식점 김치 중에서 제일 맛있다. 김치 하나만으로도 이 집은 방문할 가치가 충분하다. 김치만 좀 파시라고 하고싶... 아니면 어디서 사오시는지 여쭤보고싶...


이것이 녹두전 두둥!


단점을 생각해 보려고 했는데 역시 가격이다. 가격이 착하지 않아.....냉면 한 그릇에 11,000원이라니 진짜 후덜덜 미친 가격이다. 그래서 이 집만 가면 아까워서라도 완냉하게 됨. 최근 되게 자주 (일주일에 3회 이상) 을밀대컵에서 점심을 먹었더니 카드값이 난리가 났다. 다음달 월급도 빵꾸가 날 예정이다. 이렇게 엥겔지수가 높아서야 원...


총평

위치: 강남역 1번출구와 역삼역 사이 골목 2층에 있다. 처음 가는 사람들은 입구가 어딘지 몰라서 헤메는 경향이 있으므로 조심할 것.

가격: 물냉, 비냉 모두 11,000원. 수육은 38,000원 (....) 왜이래요 나한테...

양: 뭐 어찌됐든 무조건 완냉하게 됨.

방문횟수: 7회 이상

재방문의사: 월급 타면 다음달에...

총점: 3.5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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