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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Dec 13. 2017

아직도 수요일이네

<이제야수요일> Chapter 0. 또 수요일이 돌아왔다


월화수목금퇼, 또 수요일

이제야 수요일, 아직도 수요일이다.


일주일이 이렇게나 길다는 것을 나는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입사 전까지는 그저, 직장의 일부가 되어보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그 이후의 삶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게 될지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우스갯소리로 일주일은 '월화수목금퇼!' 처럼 지나간다고 선배들이 말할 때마다 나도 함께 웃었지만,  일주일을 주말처럼 보내고 있던 학생인 나는 한 번도 '주말'의 가치를 제대로 깨닫지 못했었다. 오죽하면 입사한 이후 내가 가장 처음 친구들에게 했던 말이 "이제서야 불금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는 말이었을까. 정말이다. 이제서야 불금이 얼마나 중요한 날인지를 절실하게 깨닫는다. 불금이라니. 존재 자체로 얼마나 직장인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단어인가.



수요일의 무게

일주일의 모든 날들이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건 퍽 재미있다. 월화수목금토일 7일 중 가장 인생을 피폐하게 만드는 요일이 있다면 그건 아마도 수요일일 거라고 나는 지레 짐작한다. 수요일은 7일 중 유독 힘든 날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아직도 수요일이야?'라는 생각을 하며 출근길에 오른다. 수요일을 넘기고 나면 그나마 인생이 살만해지지만, 수요일이 되기까지는 험난한 월요일과 죽을 것 같은 화요일을 넘겨야 한다. 7일의 한가운데, 피로의 최고조를 찍는 일주일의 딱 정점. 그리고 수요일을 넘기고 나면 그래도 살 만한 목요일과 신나는 금요일이 다가오고, 말 그대로 불타는 토요일도 있으니 그나마 살만해 진다.


그래서 직장인에게 있어 수요일의 의미는 ‘3, 6, 9의 법칙’과도 같다. 3년, 6년, 9년마다 (요새는 3개월, 6개월, 9개월마다) 퇴사를 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에 사로잡히게 된다는 그 법칙은 일주일의 정가운데 고비와도 같은 수요일과 닮아 있다. 그러나 그 고비를 뒤집어 보면 또 느낌이 완전히 달라진다. 순간순간 찾아오는 고비를 버텨내면 또 그 다음엔 그럭저럭 살 만하게 되는 몇 년이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든 해석하기 나름이고 마음먹기 나름이다. 버텨내면 다시 살만해지는 것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매주 돌아오는 수요일이 증명해 준다.


그러나 문득문득 찾아오는 회의감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도대체 왜 버텨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얼마나 언제까지 버텨야 달콤한 금요일이 돌아오는 지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퇴사하고 장밋빛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얘기가 그렇게 멋져 보이기만 한데, 막상 퇴사하고 새로운 시작을 하자니 그건 또 잘 모르겠다. 아직은 자신도 없고 또 돈도 없다.



직장생활을 한다는 것

직장을 다니며, 생각보다 세상의 많은 모습들을 보고 경험하고 있다. 내가 학생일 때는 보지 못했던 다양한 모습들이다. 그 면모가 마냥 아름답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마냥 잿빛이기만 한 건 아니다. 모든 실제 사회와 사건들이 그렇듯, 가까이서 보면 잿빛이지만 멀리서 보면 장밋빛이다. 우리의 삶은 늘 그렇듯 어느 순간엔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다.


그래서 더더욱 나는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일들을 겪고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것을 배우고 어떤 것에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는지를 알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너리즘에 빠져 매주 돌아오는 수요일을 그저 그런 수요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버티다 어느 순간 도저히 더는 할 수가 없어 모든 것을 놓아버리더라도, 혹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직장을 떠나게 되더라도, 그 속에서 있던 모든 순간을 지옥처럼 느끼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  그렇게까지 해야만 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내가 ‘행복하기’ 위해서다. 미래를 위해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참고 견디며 ‘돈을 버는’ 데만 급급하는 것이 아니라, 매 순간, 내 삶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에서조차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다.



매주 수요일마다 돌아오련다

그러니까 이것은 철없는 직장인 초년생의 삶에 대한 한탄이자, 하루하루 야근과 외근과 사무실에서 시달리고 있는 젊은이의 일기장이다. 이제부터 야금야금 시간을 내어 매주 수요일마다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내 보려고 한다. 어느 순간엔 그 이야기가 내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나와 비슷한 처지의 친구 이야기일 수도 있고, 나의 상사 혹은 누군가의 상사가 겪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야기를 적어가는 모든 순간 최선을 다해 진솔하려 노력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포장도 가감도 없이, 오롯이 내 생각만을 담아 적어볼 것이다.


또다시, 수요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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