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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Dec 25. 2017

영화 <신과 함께>, 최선인 거 맞죠?

영화 <신과 함께> 내맘대로 리뷰

본 리뷰는 영화 시사회에 다녀온 후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적었습니다. 저와 다른 의견을 갖고 계신 분들은 언제든지 댓글로 감상을 적어주세요!


저승 법에 의하면,
모든 인간은 사후 49일 동안
7번의 재판을 거쳐야만 한다.
‘살인, 나태, 거짓, 불의, 배신, 폭력, 천륜’,
이 일곱 개의 지옥에서
일곱 번의 재판을 무사히 통과한 망자만이
환생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기대가 많았다, <신과 함께>

영화 <신과 함께>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주호민 작가의 이 웹툰은 연재 당시 네이버 웹툰 1위를 기록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출시된 단행본은 45만권 이상 판매되었다고 하니 가히 웹툰계의 전설이 아닐 수 없다. 연재 당시 뿐 아니라 최근 재연재되면서 다시금 온라인상에서 엄청난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때문에 이 웹툰이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많은 이들이 기대감과 동시에 우려를 표했다. 오랜 기간 동안 여러 갈래의 스토리들이 엮여 있는 작품이기도 했지만, 저승이라는 판타지적인 배경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구현해 낼 수 있을지 역시도 함께 걱정됐기 때문이다. 결국 뚜껑을 열어보니 이 영화, 웹툰과 닮은 구석이라곤 찾아 보기가 힘들 정도다.


주인공 김자홍 역을 맡은 차태현.

영화 <신과 함께> 줄거리

화재 사고 현장에서 여자아이를 구하고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김자홍(차태현 분), 그의 앞에 저승차사 해원맥(주지훈 분)과 덕춘(김향기 분)이 나타난다. 자신의 죽음이 아직 믿기지도 않는데 덕춘은 정의로운 망자이자 귀인이라며 그를 치켜세운다. 저승으로 가는 입구, 초군문에서 그를 기다리는 또 한 명의 차사 강림(하정우 분). 그는 차사들의 리더이자 앞으로 자홍이 겪어야 할 7번의 재판에서 변호를 맡아줄 변호사이기도 하다. 염라대왕(이정재 분)에게 천년 동안 49명의 망자를 환생시키면 자신들 역시 인간으로 환생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받은 삼차사들, 그들은 자신들이 변호하고 호위해야 하는 48번째 망자이자 19년 만에 나타난 의로운 귀인 자홍의 환생을 확신하지만, 각 지옥에서 자홍의 과거가 하나 둘씩 드러나면서 예상치 못한 고난과 맞닥뜨리게 된다. 과연 그들은 자홍을 무사히 환생시키고 자신들 역시 환생할 수 있게 될까?


저승 삼차사(라고 쓰고 삼총사라고 읽는다)


이 영화의 아쉬운 점들

영화로 제작될 때 많은 이들이 가장 염려했던 부분은 저승 변호사 ‘진기한’ 캐릭터의 부재였다. 진기한은 웹툰 속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던 캐릭터일 뿐 아니라, 다양한 위기 상황 속에서 번뜩이는 재치를 발휘해 평범한 회사원이자 어리버리한 망자 김자홍을 인도하는 인도자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캐릭터는 단순히 김자홍을 변호해주는 역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감동적으로 극을 이끌어 나가는 가장 중심축으로서 기능하는 중요 인물이었다. 영화는 (여러가지 이유로) 이 진기한 캐릭터를 덜어내고 대신 저승 삼차사에게 변호의 임무를 맡겼다. 방대한 스토리를 2시간짜리 영화로 압축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모르나, 대신 원작 팬들의 아쉬움을 달랠 길은 없어졌다. 저승 3차사 캐릭터는 각각의 개성을 살려 최선의 연기를 선보이지만 그중 누구에게서도 진기한의 매력을 찾아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둘 케미가 꽤 좋다


한편 주인공인 김자홍의 직업을 평범한 회사원이 아니라 소방관으로 설정한 점, 원작에서 별개의 이야기였던 유병연 병장의 사연을 김자홍의 동생 김수홍의 스토리로 각색한 점 역시 원작과 다르다. 지옥의 개수와 이야기를 줄이고 관객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간략하게 정리한 점 등 원작과 다른 장치들은 한정된 러닝타임 속에 방대한 이야기를 구겨 넣기 위한 감독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음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주인공의 직업이 소방관으로 변신하고 유병연 병장의 이야기가 동생의 스토리로 편입되면서 어쩔 수 없이 영화의 스토리가 ‘한국식 신파’로 변해버린 점은 지울 수 없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 놓고 영화를 볼 때는 내내 엄청나게 울고 나왔지만) 방대하지만 촘촘한 이야기의 원작을 기대했던 팬들에게는 여전히 아쉬울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염라대왕으로 변신한 이정재


엄청난 캐스팅 군단

그럼에도 영화 <신과 함께>에서 가장 빛났던 것은 이름만 들어도 엄청난 캐스팅 군단의 활약이다. 주연 배우인 하정우, 차태현, 주지훈, 김향기, 김동욱은 자칫 허무맹랑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 판타지 스토리의 중심을 탄탄하게 잡아준다. 또한 오달수, 임원희, 도경수, 이준혁, 장광, 정해균, 김수안 그리고 이정재, 김해숙, 이경영, 김하늘에 이르기까지 이름만 들어도 든든한 대한민국 대표 배우들도 한데 모여 적재 적소에서 연기를 펼쳐 보인다.


도경수 님 연기가 점점 더 물이 오르시네여...

다만 이 화려한 캐스팅 군단을 데리고 좀 다른 방식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관객을 울리기 위해 영화는 열심히 그리고 나름대로 촘촘히 스토리라인을 쌓아 나가지만 (그래서 이토록 열심히 신파의 결말을 만들어 내지만) 영화가 판타지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보다 현실 풍자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었으면 더 와닿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설정이 과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나름 반전이라고 넣은 설정 역시도 별로 놀랍거나 깊이 와 닿는 설정은 아니었어서 더더욱 아쉽다. 원작인 웹툰 <신과 함께>의 오랜 팬이었기 때문에 더더욱 두드러지게 느끼는 부분일지도 모르지만, 원작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역시도 개연성이 충분한 작품으로 여겨지지는 않을 듯 하다.



12월 개봉한 영화 <신과 함께>는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화는 총 3부작으로 만들어져 다음 편에서는 성주신들의 이야기가, 3번째 작품에서는 차사들의 전생 스토리가 펼쳐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실망한 부분이 적지 않지만 그럼에도 다음 영화들이 개봉한다면 (알면서도) 한번쯤 더 영화관을 찾을 것 같다. 대신에 그건 오로지 원작의 힘일 것. 원작 <신과 함께>를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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