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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이 Dec 12. 2017

공감과 아쉬움,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영화 <강철비>

영화 <강철비> 내맘대로 리뷰

- 이 리뷰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 이 리뷰는 개인적인 생각을 적었습니다. 혹시 다른 의견을 갖고 계시다면 언제든지 자유롭게 댓글로 남겨주세요.  


북한에 쿠데타가 발생했다

어느 날 북한에 쿠데타가 발생한다면? 매일 일어나는 북한의 도발이 현실이 된다면? 우리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단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 없지만, 실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이 문제. 영화 <강철비> 우리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그러나 우리 모두가 잊고 있었던 잠재적 위협이 현실이 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 <강철비> 줄거리

북한 쿠데타 발생. 그 직후 북한 최정예요원 '엄철우'(정우성 분)는 치명상을 입은 북한 1호와 함께 남한으로 내려오게 된다. 그 사이 북한은 대한민국과 미국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남한은 계엄령을 선포한다. 이때 북한 1호가 남한으로 내려왔다는 정보를 입수한 외교안보수석 '곽철우'(곽도원)는 전쟁을 막기 위해 엄철우와 공조를 펼치게 된다. 그들은 과연 핵전쟁의 위기에 놓인 한반도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의 최정예 요원 역할을 맡은 정우성 배우

왜 ‘강철비’인가 

영화 제목인 ‘강철비’는 정우성이 연기한 ‘엄철우’의 이름이 ‘쇠 철’ 자와 ‘비 우’ 자를 쓰는 데서 나왔다. 동시에 ‘강철비’는 그 자체로 무기와 핵전쟁을 암시하는 중의적 의미를 갖기도 한다. 영화 속 한반도는 북한의 쿠데타로 인해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이게 된다. 언제 핵에 맞아 한반도가 불바다로 변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 위기가 턱밑까지 차오른 이 상황에서 두 '철우'는 우연인 듯 운명처럼 서로를 만나게 된다.


아이고 잘 먹는다 우리 철우


감독은 의도적으로 이 두 인물의 이름을 같게 설정했다. 남한과 북한 출신, 전혀 공통점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이 두 인물은 서로 만나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사실 둘은 전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분단국가에 살고 있지만 둘 모두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이며, 국수를 좋아하고, 딸이 좋아한다는 GD의 음악을 들어보려 애쓰는 평범한 40대 남자들이다. 영화는 분단 그 자체가 아닌 분단을 이용해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 하는 자들이 두 철우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비극으로 바꾸어 놓았는지를 암시적으로 보여준다.


총알 맞아도 무적인 엄철우(...)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상황에서 한반도를 구하는 것은 결국 정부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고 중국도 아닌, 이 평범한 '철우'들이다. 무기와 핵을 뜻하는 '철우'들이 한반도를 구한다는 설정은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에서야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결국 영화 종반 한반도는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고 앞으로의 영원한 평화를 위해 남한 역시 북한과 함께 핵무장에 동참하게 된다는 점에서도 영화 제목인 '강철비'와 두 주인공 '철우'의 이름이 의미심장하게 와닿는 부분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영화 속에서 이 모든 것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스토리라인을 통해 개연성 있게 전달되지 않다 보니, 영화를 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마지막 엔딩이 조금 뜬금없게 (혹은 과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감독이 의도한 메시지가 이 지점에 있다면 조금은 아쉬운 부분.


오랜만에 선역을 맡으셨다는 이경영 배우


그러나 영화 중반까지 등장했던 메시지에는 십분 공감한다. 오히려 이 부분을 조금 더 영화적 상상력으로 잘 풀어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 정도. 영화는 중간 중간 '철우'들의 입을 빌려 '분단국가에서 비극은 분단 그 자체가 아닌, 분단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 하는 자들로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그리고 분단을 이용해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 하는 북한의 권력자를 끌어내림으로써 한반도에는 다시 평화가 돌아온다. 그러나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분단을 이용하는 자들은 언제고 어느 세대에고 또다시 나타날 수 있을 텐데, 영화의 엔딩은 그 방향을 풀어내는 대신 핵으로 무장하는 것이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끝을 맺는다. 누군가에게는 열린 결말로, 누군가에게는 아쉬운 결말로 느껴질 수 있는 엔딩이다.


이 둘의 케미는 왜이렇게 좋은 걸까!!


그럼에도 영화 <강철비>의 강점은 여러 배우들의 열연에 있다. 일견 어색한 북한 사투리를 구사한다고 느껴졌던 배우 정우성은 극 내내 몸을 아끼지 않는 액션신을 펼쳐 보인다. 극 내내 곽도원과 함께 선보이는 묘한 케미는 보는 이들에게 편안함과 유쾌함을 선사하기까지 한다. 또한 정우성과 조우진, 두 배우의 열연이 빛을 발하는 액션신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연출한다. 마음을 졸이며 보다가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는 순간순간들이 영화 내내 가득해서 보는 내내 심장이 쫄깃해지는 기분이었다.


도깨비에서 열연했던 김비서님, 이번엔 액션을 선보였다


이뿐 아니라 김갑수, 김의성, 이경영, 김명곤, 조우진 등 이름만 들어도 엄청난 최고의 배우들이 합류해 각자의 자리에서 최고의 연기를 선보인다. 최고의 배우들과 함께함에도 그들의 입체적인 연기를 볼 수 없음은 일견 아쉬운 부분이나, 액션 블록버스터 장르의 영화임을 감안하고 본다면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을 것. 다만 이런 종류의 액션 블록버스터들이 늘 그렇듯 이렇다할 여배우 캐릭터를 찾아볼 수 없음은 여전히 달랠 수 없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는 14일 <강철비>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 겨울 극장가를 뒤덮을 수많은 영화들 중 <강철비> 만의 매력을 발할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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