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슐랭의 편파적 시선 14. 개인적 취향에 대한 고백
먹거리, 라고 쓰고 보통은 식당과 음식에 대한 리뷰를 한다고 읽어야겠네요. 다양한 음식점들과, 술집, 카페 등등에 대해 간략한 문구와 함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를 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라는 매체는 워낙 사진 위주이기도 하고, 긴 문장이 필요 없는 플랫폼이라 말 그대로 인스턴트 메시지를 쓰기에 좋아서, 최근 애용하고 있는 중입니다.
음식이란 참으로 신기해서, 어떤 사람에게는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하고 어떤 사람에게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제 경우에는 삶의 목적이자 수단이자, 일상인 동시에 특별한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만큼 힐링이 되는 순간들도 없죠. 그래서 #수슐랭의편파적시선 이라는 키워드로 제가 맛본 다양한 음식들에 대해 리뷰를 작성하기도 했었죠. 아, 물론 요새도 쓰고 싶은데, 브런치에는 어쩐지 진짜 제 입에 맛있었던 집들만 올려야 할 것 같아서 최근 좀 뜸했습니다. 사실 숙제처럼 밀려 있는데, 원래 밀린 숙제는 정말 하기 싫은 법이잖아요.
오늘은 저의 흔하디 흔한, 그리고 미식가와는 전혀 거리가 먼 -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입맛에 대해 짧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아마도 앞으로 올라올 리뷰들에 대한 예고편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진짜 예고편은 아마도 인스타그램에 가장 먼저 업데이트 되겠지만, 잠시 뜸했던 글쓰기에 다시 취미를 붙여보려는 발악 정도라고 생각해 주세요. 음식 리뷰와 함께 잠시간 뜸했던 영화 리뷰도 다시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워낙 쉽게 질리고 작심삼일 하는 스타일이라, 금세 또 어디 갔냐 싶을 정도로 조용해질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저는 음식에 있어 술이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물론 개인차가 있을 수 있는 문제지만요. 술은 음식의 맛과 향을 한층 돋워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음식을 함께 먹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과음은 언제나 문제가 될 수 있고, 특히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면 땅을 치고 후회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나 언제든 음식과 곁들이는 한 잔의 술은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반주의 가치에 대해 짧은 글을 써 보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다만, 술은 다이어트에는 치명적이어서... 그리고 반주는 더더욱 다이어트에 치명적이어서... 없던 입맛도 되살아나게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니 유의해 주세요.
제 포스팅에는 종종 음식 옆에 술이 감초처럼 등장하기도 하고, 술이 주인공처럼 등장하기도 해요. 제가 즐겨 먹는 술 종류는 보통 와인, 칵테일, 맥주. 아직은 고량주나 소주, 양주 등 증류주의 매력을 잘 모르겠더라구요. 다만 다음 날 숙취를 생각하면 증류주가 훨씬 나은 선택일 수도 있지만요. 특히 양주의 매력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는 부분이 있던데.... 한 번은 저와 상성이 아주 잘 맞는 양주를 만난 적이 있었어요. 크리스마스 에디션으로 나온 발렌타인이었는데, 정말 정말 맛있었는데 쉽게 구할 수 있는 술이 아니어서 너무 아쉬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사람도 그렇듯 술도 각자마다 잘 맞는 종류가 있는 것 같아요. 어느 날 컨디션에 따라 소주가 달기도 하고, 어떤 날은 기분에 따라 알코올 냄새가 역해서 못 마시겠는 느낌이 들기도 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어느 뮤지션의 노래 제목처럼, '술이 달다'라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아주 약간! 아주 조금 더! 많은 거 같긴 합니다.
최근 가장 사랑하는 건 오뎅바에요. 오뎅바는 왜이렇게 맛있죠? 아니 오뎅바가 진짜 비싼 곳은 너무 비싼데 그런데도 그 매력에서 헤어나오기가 너무 어려워요. 최근 갔던 곳 중에 가장 좋았던 건 부산에서 갔던 오뎅바. 오뎅바 치고 내부 크기가 꽤 큰 곳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다만 문을 딱 열고 들어갔을 때 계속 끓고 있는 오뎅 냄새와 모락모락 실내에 차오르는 연기만은 다른 작은 오뎅바 못지 않더라구요. 오뎅바의 매력은 사실 날씨가 추운 겨울에 폭발하는데, 요새는 봄으로 슬슬 넘어가는 중이라 제 오뎅바 사랑도 금방 식을지도 모르겠어요. 날씨가 슬슬 더워지면 아마도 맥주 사랑이 다시 폭발하게 되지 않을까....생각합니다...하하.
맛집에 대해 쓰면서 카페가 빠질 수 없죠. 최근 들어 을지로 쪽이 엄청나게 핫해졌잖아요? 17년부터 충무로 쪽에 있는 회사를 다니느라 을지로와 충무로 근방에 맛집들을 탐방할 기회가 많았는데, 요샌 자리가 없어 가기 힘든 카페들을 덕분에 그때 많이 가볼 수 있었답니다. 정말 행운이었던 부분이 아닐 수 없어요. 을지로에 있으면서 가장 좋아했던 카페는 을지로 잔이었습니다. 저는 이 카페가 가진 컨셉 자체가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여러가지 종류의 잔들을 한데 모아놓고, 커피를 주문하러 온 손님들이 각자 컵을 하나씩 골라서 음료를 주문합니다. 각자 주문하는 음료는 같더라도, 서로 다른 모양과 서로 다른 크기의 잔에 서빙되어 나가기 때문에 나만을 위한 특별한 음료같은 느낌을 주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카페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가게 이름인 <을지로 잔>은 이 컨셉에서 나왔습니다. 실내 인테리어는 아방가르드하고, 벽마다 서로 다른 벽지에 자기 주장 강한 소품들이 한데 모여 어쩌면 약간은 왁자지껄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그게 또 이곳만의 매력으로 느껴지게끔 하는 장소가 바로 이곳입니다. 함께 이곳을 방문했던 일행은 을지로의 힙함을 ‘오래된 것들의 미래적 해석’이라고 평하기도 했는데요, 여기가 아마 그 말에 딱 어울리는 장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또 방문할 기회가 있어서 을지로 잔을 갔었는데, 한동안 장사가 잘 되셔서인지 다른 층으로 확장공사를 하고 있더라구요. 손님들은 여전히 꽉 차 있구요. 다만 함께 파는 치즈케이크는 솔직히 을지로 잔만의 감성을 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톰과 제리 치즈케이크였는데, 최근 들어 저런 치즈케이크를 파는 카페들이 워낙 여기저기 많아서요. 그건 좀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여전히 잔만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언제고 시간이 날 때 또 한번 가게 될 것 같아요.
짧게 쓰려고 했던 글이 꽤 길어진 것 같네요. 이 외에도 제가 좋아하는 장소들은 엄청 많지만, 야금야금 조금씩 꺼내서 하나 하나 맛보는 게 또 맛있는 부분도 있잖아요? 이제부터 슬금슬금 제가 좋아하는 장소들을 하나둘씩 공유해 드릴게요. 그중엔 유명한 곳도 있을 수 있고, 처음 보시는 곳도 있을 수 있을 거에요. 그렇지만 잊지 마셔야 할 것은, 이 모든 리뷰는 저의 주관적이고도 편파적이면서 보편적인 입맛에 근거한 리뷰라는 사실입니다. 제가 맛있다고 한 곳이 어떤 분께는 별로일 수도 있어요. 비판과 피드백,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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