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오지 않는 시간
시간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흘러간 강물은 되돌아오지 않는다.
“어지러워서 제대로 설 수가 없었어요. 급히 서울대병원 응급실로 갔더니, MRI 결과 뇌경색이래요.”
이틀 전, 대학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 달 전 내가 낙상으로 외상성 뇌출혈 진단을 받고 입원했을 때, 위로 전화를 해준 바로 그 후배다.
“병원에 누워 있으니 선배 생각이 나더군요.”
그의 목소리는 낮게 깔렸다. 비슷한 일을 겪고 나면 마음이 더 가까워진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감정, 그것은 동병상련이다. 전화를 마무리할 무렵, 후배는 덧붙였다.
“선배 퇴원 축하하러 근처에 회식 장소를 알아뒀는데요. 진작 할 걸 그랬어요. 후회됩니다.”
시간은 늘 있을 줄 알았는데, 기회는 그렇게 흘러가 버렸다.
“시간이 새털처럼 많으니까, 천천히 하자.”
느긋한 분들이 밥 약속을 미룰 때 흔히 하는 말이다. 그 말이 맞는 듯 들린다. 오늘 안 해도 내일이 있으니까. 그러나 죽음은 밤도둑처럼 찾아온다. 나도, 후배도 그렇게 병상에 눕게 됐다. 시간이 많아서 미뤘던 일, 결국 하지 못했다.
인간은 앞날뿐 아니라 주변도 모른다. 건강할 땐 주변 사람들이 다 건강해 보인다. 막상 아파보니, 내 곁에 아픈 사람이 그렇게 많을 수가 없다. 뇌질환을 겪는 사람들, 인지장애를 가진 사람들, 나는 그들을 모른 채 살아왔을 뿐이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다. 약속도, 인사도, 고백도, 감사도 내일이 아닌 오늘 해야 한다. 약속한 날, 우리 둘 다 무사할지 누가 알까.
방송계의 한 선배는 동작이 빠르다. 누군가 얘기에 언급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전화 건다. 궁금한 일이 생기면 미루지 않고 바로 확인한다. 따라 해 보니, 의외로 괜찮았다. 시간 새는 구멍이 줄어들었다.
살아 있다는 것이 아슬아슬하다.
그래서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하다.
시간은 새털처럼 많지 않다.
오히려 놓쳐버린 기회가 새털처럼 많다.
시간은 흘러가고, 남는 것은 놓친 약속뿐이다.
강물은 흘러가고, 물결은 사라진다.
모든 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지금만이 빛나는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