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노력하고 있으니, 힘내세요

시력이 0.4에서 1.2로, 저시력 청년의 반전 스토리

by 김승월

"칠판 글씨를 볼 수 있겠지요."

김동원 안경사가 저시력인 손님의 시력을 높여드리고 나서, 어떤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손님이 그리 답했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그 손님은 안경을 쓰고도 학원 강의실 칠판 글씨를 읽을 수 없었답니다. 공시생인 그에게 시력은 장애물이었습니다.


그 청년은 안경을 끼고도 양안 시력이 0.4였습니다. 어려움에 부딪쳤지만, 주저 않질 않았습니다. 사는 곳이 전라북도 구례이다 보니, 정보를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판다고 하잖아요. 그는 구례의 병원과 안경원도 다녔고, 인터넷을 통해 정보도 검색했습니다. 그러다 저시력인들을 위한 여러 가지 시각보조기가 있음을 알아냈습니다. 인터넷에서 여러 자료를 뒤진 끝에 서울에 있는 '아이루페'라는 저시력보조기 공급 업체에서, 확대경을 비롯해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저시력보조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문의전화했습니다. '아이루페'의 김묘경 대표는 독일의 세계적인 저시력보조기기 제작사인 '에센바흐' Eschenbach의 온갖 저시력보조기를 국내 독접 수입 공급하고 있었습니다. 에센바흐는 110년 전통의 세계적인 저시력보조기기 전문회사입니다. 에센바흐에서 생산한 안경부착형 미니 망원경인 '갈릴레이 망원경'을 추천받았습니다. 구례에 사는 그는 택배로 주문해서 구례의 안경점에 부탁해서 달아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무 안경점에서나 설치할 수 없는 제품이라서, 아이루페 협력업체인 서울의 '스타안경원'을 연결해 주었습니다.


스타안경원은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 1번 출구 앞에 있는 안경원으로, 저시력 인들을 위한 안경제작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스타안경원의 김동원 대표는 저시력인들에게 좀 더 보이게 해드리고 싶어서 새로운 방법을 찾고 있는 안경사입니다. 저시력보조기를 취급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지만 수익은 그리 많지 않아설까요. 대부분 안경사 선생님들이 외면하고 있지요. 하지만 김동원 안경사는 달랐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수익이 낮아도, 꼭 필요한 분들께, 시력을 높여드리기 위해서 애씁니다. 공시생인 손님에게 좋은 조건으로 만들어드리겠다는 제안을 해서 손님이 안경원을 찾아왔지요. 저는 그 손님이 찾아온 날, 아이루페 김묘경 대표를 따라 스타안경원에 갔습니다.


처음 만난 김안경사는 싹싹하고 씩씩했습니다. 여느 안경점과 달리, 망막색소변성증 환우를 위한 안경코너와 황반변성 환우룰 위한 안경코너를 두고 있었습니다. 고객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말씀이 아이루페 슬로건 "행복을 드리는 작은 아이디어'와 비슷했습니다. 생각하는 방향이 같은 두 회사가 협력하니 일이 잘될 거 같았습니다.


김안경사는 아이루페로부터 에센바흐의 갈릴레이 망원경을 공급받고, '토카이렌즈'의 김 형진 대표로부터 망막보호에 좋은 '루티나 안경렌즈'를 공급받고, 안경테는 '그랜드옵티칼'의 손진균대표님 도움을 받아 '올리보아안경테'로 맞춤 제작한 '이중 안경테'를 사용하여 저시력인을 위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이 제품 '갈릴레이 안경'은 4개 회사의 협력작품입니다.


아이루페 김묘경 대표는, 에센바흐사의 갈릴레이 망원경을 판매해 오면서 안경에 부착하는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실패를 겪었습니다. 그는 '이중 안경테'를 만들어 갈릴레이 망원경을 겉 안경테에 끼우는 방식을 보고는 감탄했습니다. 지금까지 독일, 영국, 일본 등 여러 나라를 방문해 저시력 제품을 둘러봤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보지 못한 창의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입니다.


손님은 시간 맞추어 왔습니다. 스타안경원에서 시력측정해 보니, 양안 교정시력(두 눈을 동시에 뜨고 측정한 시력)이 0.4였습니다. 토카이렌즈의 '루티나 안경렌즈'안경을 끼우고 측정하니 0.6으로 올라갔습니다. 다시 그 위에 에센바흐사의 '갈릴레이망원경'을 장착하고 측정했습니다. 놀랍게도 시력이 0.9에서 1.2를 오르내렸습니다. 청년은 감격해서 활짝 웃었습니다. 그동안 갑갑했던 문제가 확 풀린 표정이었습니다. 잘 보이게 된 시력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냐고 물었더니 학원에서 공부할 때 칠판을 보겠답니다. 공무원이 된 뒤에도 현장에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겠다며 한껏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왼쪽은 안경에 부착한 갈릴레이망원경으로 보는 모습, 오른쪽은 갈릴레이망원경을 위로올리고 안경으로 보는 모습

김 안경사의 말입니다. "이렇게 시력이 잘 나오니 저도 기쁩니다. 안 보인다고 포기하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서 안타깝습니다. 그분들이 저처럼 많은 사람들이 잘 보이도록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주시면 좋겠습니다. 힘내시고 잘 보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주세요. 저는 앞으로도 저시력인들을 위한' 갈릴레이 안경'을 지속적으로 만들 것입니다. 유튜브 동영상도 만들어 많은 분들에게 알리겠습니다."


https://youtu.be/jsnRXlaNQFw? si=WBeMO8 BfLlx-rQ8g

스타안경원에서 제작한 갈릴레이 망원경 장착 안경 제작기 유튜브

아이루페(www.iloupe.kr) 김묘경대표의 말입니다. "갈릴레이망원경을 안경에 달면 모양이 눈에 뜨여 부담스러울 수가 있습니다. 이 손님이 씩씩하게 길거리에서도 쓰고 다니는 걸 보니까 저시력인들이 용기를 가지시면 좋겠네요. 며칠 전에 할머니 시인이 찾아오셨는데요, 황반변성으로 시력이 심하게 손상되어 잘 볼 수 없었었습니다. 그래도 시를 쓰시려고 저시력보조기를 찾으셨어요. 그분께도 갈릴레이 안경을 소개해드렸는데 모양이 눈에 뜨인다고 주저하시데요. 외모도 중요하지만, 잘 보인다면 용기 내어 사용하시면 좋겠습니다."


장애인들의 보조기가 눈에 뜨인다고 사용하기를 주저하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시력을 거의 다 잃으셔도 흰 지팡이를 짚지 않으시는 분도 있습니다. 안경테에 미니 망원경을 단모습이 지금은 드물어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만, 갈릴레이 망원경이 많이 보급되어 그런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장애인 보조기를 착용하는 걸 ‘창피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사회, 그런 보조기기가 일상의 일부가 되는 세상.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바라는 선진사회 아닐까요?


물론 갈릴레이 안경이 모든 저시력인에게 맞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마다 다른 시각 조건에 맞는 다양한 보조기기가 필요합니다. 요즘은 인공지능으로 사물을 보고 소리로 설명해 주는 인공지능 시각보조기도 있습니다. 지금 나와 있는 여러 가지 저시력보조기들 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 활용하세요. 누구나 조금이라도 더 행복하게 사셔야 하지 않겠어요? 김동원 안경사가 한 말을 다시 전해드립니다.

"잘 보이게 해 드리려고 많은 분들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력이 낮으신 분들, 힘내시면 좋겠어요."

왼쪽부터 토카이렌즈 대표 김형진, 스타안경원 대표 김동원, 아이루페 대표 김묘경, 필자 김승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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