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re You, Leo?
삶이란 언제나 등가교환의 법칙에 의해 돌아간다지만, 아무래도 나는 네게 주고만 싶었다. 나는 하물며 가족에게도 철저한 사람인데. 내가 요리를 하면 누구는 꼭 설거질 했어야만 됐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나는 너에게만은 예수요, 퍽 희생적인 사랑을 했더랬다. 가만, 그건 정말 사랑이었나? 일말의 동정이나 연민이 없고서야 그런 아가페가 가능한가?
가능했다. 적어도 그때의 내가 곁을 주는 것은 외로움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많은 친구들 사이에서 웃으면서도 나는 외로움의 오한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군중 속 고독이라 하던가. 많은 시간을 혈혈단신으로 살다 보면, 정말로 그렇게 된다.
그래서 한동안을 그저 주기만 했던 내가 처음으로 네게 받았을 때, 무언가 교류라고 할만한 것이 내 눈에 포착되었을 때, 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조금은 두려웠다. 실로 비참한 사랑이었다.
그 말로가 이제는 바랠 대로 바래져 알라딘에 팔지도 못할 헌 책이 되어 버렸다는 것은 기정사실일 테고. 그 책을 굳이 꺼내 들춰보고 쓴웃음을 짓는 나는 마조히스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너는 내 기억 한편에 작은 수첩으로나마 존재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Leo, 네가 잘 지내는지 모르겠다. 지금의 가족은 잘해주는지, 별 탈 없이 성장했는지. 그저 잘 지내고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보고 싶은 나의 고양이 레오! 앞으로도 잘 지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