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

by 김작가

아파트 저층에 살면서 넓은 정원을 품고 있어서 좋다. 나무, 눈, 바람, 비, 해와 만나고 교감한다. 앞에 아파트로 막히지 않았고 정원 너머에 작은 공원으로 연결된다. 이 집에서 3년 동안 살면서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있다.


눈이 보일락 말락 하게 내린다. 구름이 잔뜩 끼어서 집안이 어둑하다.

점심을 먹다가 유튜브로 정원을 가꾸며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보았다. 언젠가부터 유튜브에서 이런 콘텐츠를 나에게 많이 보여준다. 내가 클릭을 했기 때문에 알고리즘이 작용하는 것 같다.

오늘은 중년 여인이 혼자서 넓은 정원을 가꾸고 집을 짓고 사는 이야기였다. 집도 수리하고 벌을 키워서 돈을 벌기도 한다. 집은 작은 평수지만 정원은 무척 넓다. 꽃을 사랑하고 꽃과 놀기도 한다. 그녀는 매일 소풍이라며 행복해했다.

또 한 사례는 5.5평 컨테이너에서 지내며 꽃과 나무를 심으면서 친환경 화장실과 부엌 등의 건물도 짓고 14년째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그녀들은 혼자라고 무서워하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즐겁게 생활했다. 그 모습이 멋지고 아름다웠다. 내 속에 작은 씨앗이 꿈틀대는 느낌이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자연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멋지지만 나는 그렇게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런데 오늘은 대놓고 좀 더 자연과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넓은 거실 창 너머로 관리실 직원들이 잘 가꿔놓은 정원을 봐도 좋지만 뭔가 부족하다. 흙에 대한 갈망이다. 벌레를 보면 기겁하면서도 자꾸 마음이 움직인다.


지금 사는 집의 위치가 신도시인지라 3년 전 입주할 때보다 편의시설이 무척 다양하다. 생활하기 편리하다. 집 주변에 크고 작은 공원도 있다. 그런데 나무들이 건강해 보이지는 않는다. 수시로 죽은 나무가 보이고 새로운 나무를 관리실에서 심는다. 10년쯤 지나면 건강하고 단단하게 자리 잡겠지만 아직은 힘이 드는 모양이다. 공원에는 벤치며 예쁜 조형물이 있다. 산책로는 다 포장되어 있다.


나는 가끔 흙길을 걷고 싶다. 3년 전 이곳으로 이사했을 때 서울에 있는 대형병원에 가는 게 힘들어서 서울로 이사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요즘은 병원 가는 횟수도 줄고 건강에 대해서도 내가 몸을 잘 보살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땅을 밟을 수 있는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


지금 사는 집에 대한 만족감이 높지만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렵게 마련한 내 집, 아파트는 한 집에서 주야장천 살기보다 적당히 이동하면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학습했다. 잘 몰라서 집도 어렵게 사고 거래도 잘 못 하고 뒤늦게 배운 거다. 아파트는 적절한 시점에 잘 사고팔아야 한다는 걸 경험하고 나니까 지금 사는 집이 정원을 품고 있어서 좋지만 내가 계속 살아갈 집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언제든 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 때문인지 어디로 언제쯤 이사하면 좋을지 고민한다.


나는 다리를 수술한 뒤로 산에 오르지 못한다. 수술하기 한참 전부터 다리 통증으로 산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데 산 밑이나 바다에 가는 걸 좋아한다. 몸이 아플 때 나무에 기대고 있으면 지친 몸과 마음에 기운이 돌곤 한다.


나의 흙에 대한 갈망, 언제든 이사할 수 있다는 뜨내기 같은 느낌은 정착에 대한 갈급함이 아닐까 싶다. 땅에 두 발을 딛고 그라운딩 하려는 몸의 소리가 아닌가 싶다. 아파트를 잘 사고팔아서 재산 가치를 늘릴 줄 알아야 한다고 학습했지만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지내고 싶다.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하기 전에 따뜻한 집, 확 트인 조망, 언제든 누릴 수 있는 공원을 떠올렸다. 무의식적으로 반복해서 떠올려졌다. 그러다 이 집을 만났다. 자주 떠오르던 조건을 모두 갖춰서 감사하다.

벌레를 무서워하고 쪼그리고 앉아서 농사짓는 것에 대해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텃밭을 가꾸는 상상을 한다. 아늑한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마을의 편안하고 따뜻한 집에서 텃밭을 가꾸고 마음 넉넉한 이웃들과 어울리고 흙길을 걸으며 산책하고 싶다. 자꾸 떠오르는 집에 대한 이미지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집이라는 인연이 무심한 듯 쑥스러운 듯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름다운 사람, 루이 비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