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자매들이 만나다
가족들 챙기기에 익숙하고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는 중년의 자매들이 코로나로 인해 2년 만에 모였다. 우리끼리 모이면서 묘한 해방감을 느끼며 예약한 호텔에 도착했다.
처음 들어가는 호텔의 파티룸이 궁금했다.
커다란 욕조에 놀라고 입욕제를 만지작대며 자매들이 다 함께 들어가자며 흥분한다. 커튼이 드리워진 또 다른 욕조에 10대 소녀처럼 웃는다. 65인치 텔레비전이 2개나 있다며 놀라워했지만 아무도 TV를 켜지 않는다.
“스타일러가 있어!”
한 자매가 이야기하면 우르르 몰려가서 생전 처음 본 듯이 신기해한다. 고깃집에 다녀오지도 않았고 먼지가 있는 날도 아니지만 우리는 스타일러에 옷을 넣고 만족한다. 그러면서 각자 입고 온 옷을 다른 자매가 입어보며 서로의 취향을 이야기한다. 어두운 색깔의 옷을 즐겨 입는 자매에게 밝은 색도 잘 어울린다며 사진을 찍어 보여준다. 크림색의 양모 조끼를 서로 입어보다가 “네가 가져다 입어”라고 말한다. 자기는 새로 사서 입겠다며 추위를 많이 타는 자매에게 양모 조끼를 내놓는다. 조끼를 주고 싶어 하는 자매는 돈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지만 조끼를 받는 자매는 본래 주인에게 잘 어울리는 옷을 내어주는 따뜻한 마음에 보답하고 싶어서 얼른 입금한다.
음식을 조절하고 운동하면서 살이 빠진 자매가 있고 자꾸 살이 쪄서 고민하는 자매도 있다. 어깨 통증으로 고생했던 자매가 물리치료사가 알려준 운동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이마와 코를 벽에 대고 팔을 올리는 동작을 자매들이 모두 일어나서 따라 한다.
제각각 문양의 파자마를 골라 입으면서 한참을 웃는다. 물건을 사 온 자매가 어쩜 이리도 자기가 구매할 때 생각했던 대로 파자마를 고르냐면서 재미있어한다. 핑크색 물방울무늬를 덥석 잡는 자매가 있고 어두운 갈색에 곰돌이 무늬를 잡는 자매도 있고 파란색 체크무늬를 잡는 자매도 있다. 키가 조금 작은 자매는 파자마를 즉석 수선한다. 혹시 파자마 길이가 안 맞아서 바닥에 끌릴까 봐 바늘과 실을 가져온 자매의 배려와 챙김에 놀랍다.
화장품을 챙겨 와서 나눠주는 자매도 있고 사놓고 못 입는 옷을 가져와서 필요한 자매에게 주기도 한다. 여행용 칫솔과 치약도 나눠준다. 서로에게 뭐라도 주고 싶어 하고 서로가 가진 것을 칭찬하며 웃고 또 웃는다.
저녁 식사로 한정식집에 갔다. 육회, 해물죽순볶음, 장어튀김 등을 예쁘게 세팅해 주니까 대접받는 느낌도 들고 우리의 손을 거치지 않고 맛난 음식을 먹는다는 기쁨으로 행복하다.
집안 행사 때 만나면 음식을 만들고 치우느라 바빠서 자매끼리 편안하게 이야기할 겨를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중년의 자매끼리 만나니까 챙겨야 할 대상이 사라지고 우리끼리 바라보고 우리의 생활과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저녁 식사 후에 과일과 음료수를 사서 호텔로 귀가했다. 욕조에 입욕제를 넣고 물이 차기를 기다리며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나눈다. 자식들이 사회에서 잘 자리 잡기를 바라는 마음과 녹록하지 않은 그들의 현실에 안타까움도 많다. 얼마 전 아파트 청약에서 당첨된 자매를 축하하기도 한다. 요즘은 어떤 옵션을 선택하는지 다들 궁금해한다. 이야기꽃을 피우며 달콤한 딸기와 과자를 먹으면서 음료수를 마시다 보니 커다란 욕조에 물이 찼다. 우리는 파자마를 걷어 올리고 욕조에 발을 담갔다. 한 사람이 발뒤꿈치가 하얗게 일어나고 갈라진다는 말을 하자 발에 크림을 바르고 양말을 신는다는 자매도 있고 뒤꿈치 관리하는 패치를 소개하는 자매도 있다. 물이 뜨겁다며 발을 담갔다 빼기를 반복하는 자매도 있고 더 뜨거운 물을 원하는 자매도 있다.
자매들의 이야기꽃이 멈추지 않는 밤은 어느새 새벽 3시다. 몸이 힘들어서 소파와 침대에 드러누운 자세지만 마음은 행복하다. 이제 잠을 자기로 한다. 금세 코를 고는 자매도 있지만 불편하지 않은 밤이다.
아침이 밝고 우리가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우리의 많은 대화 중에는 흐뭇하고 웃음이 날 때도 있고 마음이 찡해서 안아주고 싶은 부분도 있고 휴지 한 장 건네며 눈물을 닦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그것이 다일뿐 평가하거나 섣부른 조언으로 인상 쓰지 않는다. 부모님 밑에서 독립하여 각자의 가정을 꾸리고 힘들면 힘든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가 고맙다. 서로에게 따뜻한 시선과 가슴을 열어두고 있어서 감사하다. 피부관리 한번 받지 않고 살아도 웃는 얼굴의 자매들이 참 예쁘다. 우리가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하고 또 이런 시간을 보내고 싶은 소망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