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도 괜찮아
요즘 수면장애가 심하다. 잠을 못 자서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미루고 낮잠을 자기도 했더니 더 심해진다.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들어서 밤에 잠을 자든 못 자든 일어나기로 한 시간에 일어나고 식사 시간을 지키고 명상하고 스트레칭하고 산책한다.
아버지가 떠나신 지 2주년이다. 아버지와 자식의 인연에 부대낌이 많았으나 이별은 잘하려고 노력한다. 인연장의 마무리를 혼자 하면서 서로에게 용서와 사랑으로 토닥인다. 하지만 아버지와 자식의 인연을 싹둑 잘라내고 기억에서 지울 수 없다. 때때로 슬픔이 차오르고 부대끼는 상태를 관찰하며 애도하고 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무겁고 어둡지만 내가 수용하는 과정에서 섣부른 판단으로 원망하지 않으려고 정화한다. 정화하기는 떠나신 아버지를 잘 보내드리고 나를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다.
명상할 때 “있는 그대로”라는 말을 많이 한다. 있는 그대로 지켜보면 바람이 지나간 것 같다. 어떨 때는 거칠고 무서운 바람이 불어서 두려운데 가만히 지켜보면 그 바람이 사라지고 없다. 그러고 나면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점검하게 된다. 무섭다고 가시덤불 속으로 들어가며 아파하고 있으면 조심해서 빠져나온다. 진흙탕에 빠져서 신발이 더러워지고 양말도 젖었으면 물에 씻어서 말린다. 고단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나에게 생명이 있는 이유가 이 삶을 통해 이루어야 할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물질적으로 측정되는 무엇이 아니라 삶 자체로 구현되어야 하기에 삶의 길을 계속 걸으라고 생명을 부여하는 것 같다.
나쁜 기억은 내 몸과 마음을 상하게 한다. 나의 기억은 착각인 경우도 있고, 확대해서 해석한 부분도 있다. ‘그렇구나!’ 알아차리고 내려놓으면 또 다른 기억이 튀어나와서 있는 그대로 관찰하려고 한다.
기억이 떠오르기 전에 몸이 먼저 반응하기도 한다. 최근 내가 잠을 자기가 힘든 원인은 자율신경계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어 긴장 상태다. 아버지의 기일에 다다를수록 긴장하는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한다. 의식에서는 이제 괜찮다고 말하지만 몸이 기억하는 습관적 신경회로가 더 빠르게 반응한다. 그러다 보니 위장 운동이 잘 안 되고 잠들기도 어렵다.
‘아버지’라는 이름만으로도 몸이 먼저 긴장하고 반응한다. 아버지의 어둠에 짓눌려서 많이 부대꼈다.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미움과 원망 속에 숨어 있던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들여다보며 안타깝고 미안해서 많이 울었다. 사랑받고 싶어서 울고 있는 내면의 어린 내가 안타까웠고 아버지의 내면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에 가슴이 아팠다.
아버지는 미워할 수 없지만 감당하기 버거운 대상이다. 그래서 정화하며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눈물로 녹이다 보니 거친 바람이 잠잠해졌다. 그런데 아버지 기일이 다가오니 너울대는 파도가 예사롭지 않다.
그래도 내 몸과 마음을 관찰하며 도망치지 않고 있다. 스트레스를 회피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자신이 세운 가치 서열에 따라서 행동에 전념하는 ‘수용전념치료’를 나 혼자 하고 있다. 내가 명상을 통해 있는 그대로 수용하기를 배우고 있다. 내 생각이나 감정을 바꾸려고 애쓰지 않으면서 생각을 생각으로, 감정을 감정으로 바라본다. 머리로 한 번 이해했다고 항상 실천되지는 않기 때문에 잊지 않기 위해서 꾸준히 명상하고 관련 책을 읽고 명상학회의 수업에도 참여한다.
몸이 피곤한데 잠 못 자는 상황에서 명상학회의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고 명상지도자 필기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준비한다. 하필 아버지의 기일이 있는 때에 필기시험 준비하기가 부담스럽다. 너무 애쓰는 행위라며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와서 ‘내 마음이 그렇구나’ 인정하며 명상의 과학적 연구 역사, 명상의 개념과 분류, 명상의 신경‧생리적 효과, 명상과 마음챙김 요가, 명상의 인지·정서적 효과, 기업과 대중‧학교교육에서 명상의 적용, 심신의학과 스트레스에 대해 공부한다.
나는 면역력이 약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자극을 불안이나 긴장으로 인식하면 면역세포에서 사이토카인이 생성되어 발열, 피로감, 식욕감퇴, 통증, 민감성 등 면역반응을 야기한단다. 병원에서 딱히 병명을 찾지 못하던 나의 발열과 피로감, 통증에 대해 이해가 된다.
내가 명상하면서 이완되니까 자율신경계, 내분비계, 면역계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서 몸이 편안하다. 아버지의 기일을 맞으며 부대끼는 마음이 올라오지만 명상의 과학적 효과 등을 공부하면서 내 몸과 마음을 한 차원 깊은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몸과 마음이 부대끼게 살아내느라 애썼다. 명상을 통해 이완하면서 있는 그대로 관찰하기를 하지만 오래된 습관과 기억이 발목을 잡을 때도 있다. 아버지의 기일을 맞이하며 편안하지 않은 이 상태가 어둠으로 끌려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지만 나는 분명 지금 여기에 살아 있다.
나는 안전하고 내 삶을 책임질 사람은 나다. 인내하고 믿음을 가지고 섣불리 판단하거나 너무 애쓰지는 말고 수용하고 내려놓기로 한다. 힘에 부쳐서 흔들릴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은 내가 아버지의 죽음이 생각나고 안타까웠던 인연에 대한 기억으로 가슴이 먹먹하다. 그럼에도 명상지도자 필기시험을 준비하며 몇 년째 매일 하고 있는 명상에 대해 더 알아가고 있다. 감정의 끄달림을 재단하지 않고 나의 일상을 회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지켜본다.